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 - 지나친 관용으로 균형 잃은 교육을 지금 다시 설계하라
베른하르트 부엡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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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만 코칭하다 아이를 망가뜨리는 시대를 향한 진심어린 직언' 이라는 부제가 눈에 띄어 골라든 책이다. 이 문구에 뭔가 통쾌함 비슷한 걸 느끼는 이 감정은 뭔가 건강치 못하다. 이러한 나의 내면도 돌아봐야 한다. 그와 별개로 이 책은 귀기울여 듣고 깊이 곱씹어볼 의견들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성향을 굳이 규정하자면 보수적, 복고적이라 하겠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듯이 이 치우침은 뱃사공의 이미지로 이해할 수 있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기울면 왼쪽으로 기울여 배의 균형을 잡는 모습 말이다. 저자는 독일의 교육자이다. 나는 독일 하면 좀 딱딱하면서도 규율과 질서가 엄격하고 시간을 엄수하고 융통성은 좀 없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그게 다는 아닌가보다. "20세기 교육 분야는 양극단이 판을 쳤던 시대입니다. 독단적인 훈육과 반권위적이고 자유방임적인 교육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지요. 두 경우 모두 한쪽으로 치우쳤고, 치우침은 교육의 적입니다."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 저자는 "외적 질서와 내적 질서, 강제와 자유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하여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차례를 살펴보면 거부감을 느낄 분들이 많을 것 같다.
- 아이는 아직 성숙한 존재가 아니다
- 절대로 아이에게 지지 마라
- 감정만 읽어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아이와 모든 일을 토론할 필요는 없다
- 벌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무한공감, 무한대화주의자들, 믿고기다려라주의자들, 아이선택존중주의자들(죄송하다 유식한 말을 몰라서) 이런 분들은 위와 같은 문장에 당장 속사포같은 반론을 제기하실 것 같다. 사실 제목만으로는 내가 봐도 좀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현대의 교육 사조가 놓치고 있는 것을 꼼꼼히 따지고 있다. 남들이 좋다니까 따라는 가는데 당최 왜 좋은지는 잘 모르겠는 나와 같은 갈대교육자들에게, 굳건히 박아야 하는 기둥이 무엇인지 주장하는 책인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엄격함이란 학습에 관련된 것(과제이행, 성실한 태도 등) 뿐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와 배려, 내 삶을 대하는 태도(책임감과 노력) 등 인생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영역이다. 교육이 이런 사람들을 길러내는 것은 사회적 행복을 위해서도 무척 중요한 일이기에, 저자의 주장에 더욱 신뢰가 간다. 특히 책의 마지막장 -노력이 습관이 되도록 가르쳐라- 은 정말 내가 자녀와 학생들에게 딱 하고 싶었는데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했던 말을 대신 해주는 것 같았다.

"노력하는 태도가 도덕과 생활방식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이 습관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어떤 일을 붙잡으면 계속 하는 연습을 해야 하며, 그 전제로 포기를 배워야 합니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우리 문화와 경제의 토대가 되는 3대 덕목으로 '단념, 노동, 합리적인 생활방식'을 꼽았습니다.... 교육의 목표는 노동이 제2의 천성이 될 정도로 익숙해지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노력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사는 것이 고되고 힘듭니다. 노동이 습관이 되지 않으면 노력하겠다고 결심만 하다가 끝나기 때문입니다. 노력해야 할 때마다 새롭게 결심해야 한다면 참 힘든 일일 것입니다.... 노동이 제2의 천성이 되지 않은 사람은 재능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습니다..... 저절로 꿈을 이루는 사람은 없습니다." (156~158쪽에서 발췌)

이와같이 나는 저자의 의견에 대부분 강하게 동의하며 책장을 넘겼다. 내 안에 저자가 말한 교사로서의 권위(특별히 성격적으로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학생들의 지도자라는 자리가 갖는 권위)를 갈망하는 마음이 대단히 크다는 걸, 이 책에 고개를 끄덕이며 확인하였다. 그러나 내가 권위적일 수 없었던 것이 단지 그 이유 뿐이었나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훈련에 대한 확신,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하고 마음이 약해 결국 어느 정도 선에서 학생들을 봐주게 되는 나의 성향 탓이 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도무지 밀어붙일 틈이 없다. 그들의 삶이 너무나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엄격한 교육에 100% 동의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삶의 무게가 좀 가벼워진다면 좋겠다. 찌들고 지친 아이들이 학교를 휴식처로, 탈출구로 삼겠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지만, 그들이 이미 추가 흔들리고 있는 압력솥인데 거기에 더 큰 압력을 가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문제는 경쟁과 사교육으로 넘어가는데, 삶의 경쟁에 치인 부모들이 너만은 이기라며 자식들을 경쟁의 소용돌이에 너도나도 밀어넣은 상황에서 온전한 학교교육이 나오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즉 이것은 학교에 국한되지 않은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편, 권위와 노력을 강조하는 저자의 책에서 '아이에게 노는 것을 허하라'는 소제목이 보이는 것은 좀 의외였다. 훈련을 중시하는 저자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훈련이란 단순히 반복적 고행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놀이를 통해서 가장 잘 습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놀이란 유아기의 놀이를 벗어난 이후에는 스포츠, 연극, 음악 등이 해당된다. 말하자면 문예체 교육이라 하겠다. 나는 문예체 교육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 문제는 일부 스포츠클럽 활동처럼 학교 현장에 들어오면 왜곡되는 형태에 있는 것이지, 문예체 교육 자체는 정말 필요한 것이다. 우리 교육에도 이것이 이상적인 방법으로 뿌리내리길 바란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공동체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저자가 말하는 공동체 교육의 개념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우리 교육 상황에 맞는 공동체 교육에 대해서 지혜롭고 통찰력있는 분들의 말씀을 좀 들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저자 후기에 인용한 칸트의 말을 나도 인용해보고 싶다.
"교육의 가장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규칙에 복종하는 것과 자유를 누릴 능력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이다."
이 사이의 조화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이 긴장을 못견디면 교사는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무섭거나 만만하거나. 나는 그동안 일관성 없이 둘 사이에서 널을 뛰었다고 보면 되겠다. 교사가 외줄 위에서 접시를 돌리는 예인의 균형감을 갖춰야 한다는 사실에 이 책을 덮는 심정이 몹시 절망적이다.^^;;; 다른 책들도 보면서 좀 더 깊이 성찰해 봐야겠다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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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사는 집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42
이꽃님 지음, 조윤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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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하는 두 주인공이 한챕터씩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방식이 흥미를 끈다. 대체 무슨 일이야? 궁금해지게 만드는 이야기 전개도 신선하면서, 끝까지 맥빠지지 않게 재미를 끌고 나가는 힘도 상당하다. 아이들에게 하루에 두 챕터씩(두 주인공별 한 챕터) 읽어주고 싶다. 다음이 궁금해서 목뺄 아이들이 많을 것 같다.

두 주인공은 이렇다.
조찬이 : 학교에선 겁이 많아 친구들의 놀림에도 맞서지 못하는 왕따 초등생. 밤의 인터넷 게임 세상에서 그나마 활약이 가능한 아이.
할아버지 : 조찬이와 가까이 창문을 맞댄 건너편 다세대 주택에 사는 할아버지. 새벽마다 수수께끼 같은 소음을 내는 의심스러운 노인.

조찬이네는 방세개짜리 아파트에 살다 이 좁은 다세대주택으로 이사를 왔다. 할아버지는 오래전부터 여기에 혼자 살았다. 두 집은 너무나 가까워 서로 창문을 열면 할아버지가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것까지 훤히 보일 정도다. 조찬이는 새벽에 나는 기이한 소음을 근거로 할아버지를 '의심스러운 범죄자'로 규정했고 할아버지는 매일 자신을 훔쳐보는 조찬이를 '귀찮은 감시자'로 규정했다. 그 상태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발전되며 사건이 전개된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난 두 사람의 공통적 문제를 '소외감'이라고 짚었다. 조찬이는 자신이 친구가 많다고 한다. (학교에는 없지만 인터넷 게임 세계에서) 그 중 가장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는 '무적용사'. 무적용사와 조찬이는 할아버지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 물리칠 방법을 궁리한다. 하지만 나중에 무적용사의 실체가 밝혀졌을 때, 자신이 믿었던 친구는 허상이었음을 알게 됐을 것이다.(온라인 친구란... 어른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ㅠ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할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군인이었다. 전쟁이 좋은 것도 월남전이 잘한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던 곳은 전쟁터였다. 할아버지는 아직도 거기에 머물러 산다.

적이었던 두 사람이 극적으로 화해하며 동지가 된 것은 본의아니게도 서로의 존재감을 채워주게 되면서부터였다. 닫혀있던 이들의 삶은 이를 계기로 건강하게 열릴 기회를 갖게 된다. 학급긍정훈육법에서 말하는 "아이들은 소속감과 자존감이 채워지지 않을 때 생존을 위한 행동, 즉 어긋난 행동을 하게 된다" 라는 원칙은 사실 모든 연령대에 적용되는 것 같다. 원수로 만난 두 사람이 이렇게 서로의 빈 존재감을 괴어줄 돌멩이를 가진 존재였다니. 정말 재미있고 훈훈한 설정 아닌가!

나도 뒤돌아보면 운이 좋아 나의 자리매김을 하며 살아왔지만, 만일 그렇지 못했을 때 내가 얼마나 음울하고 비뚤어진 존재로 살았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사실 누가 해준다고 될 일도 아니긴 한데, 반전의 기회를 혼자 만들기 어려운 경우 주변인들이 만들어준 작은 성공의 경험이 큰 힘이 되는 경우도 있다. 교사야말로 이 일에 가장 적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에잉... 오늘은 결론이 왜 이쪽으로 가는거지.... 저는 이 책에서 소속감과 자존감의 원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진 않겠지요. 무슨 생각을 할 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아이들의 몫. 일단 재미있으니 읽어줘도 권해줘도 좋겠다는 말로 리뷰를 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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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마녀 미로 - 제5회 비룡소 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최유진 지음, 유경화 그림 / 비룡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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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도 그렇다고 닳아빠지지도 않은 신선한 내용에, 담긴 생각이 깊고 따뜻하기까지 해서 읽자마자 작가를 찾아보았는데 깜짝 놀랐다. 작가가 대학생인 것이다. 그렇다면 자식뻘이라는 건데...? 문학 영재라 해야 하나. 어쨌든 좋겠다. 난 늙건 젊건 간에 능력있는 사람들이 왤케 부럽지. 스물 셋에 이렇게 예쁜 자기 책이 나온 대학생. 주책맞게 너무 부러워만 하지 말고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자.^^

빨간머리 미로는 보육원에 산다. 머리가 빨개서 마녀라고 놀림을 받을뿐 실제 마녀는 아니다. 어느날 뽀글머리 아저씨와 통통한 아줌마가 미로를 데리러 왔다. 말하자면 미로는 입양된 것이다. 그집에는 수리라는 아들도 한 명 있었다. 자칭 천재 발명가.

그러고보니 수리의 발명 이력에 젊은 작가의 창의성이 드러난다. 첫만남 선물로 준 슉슉 롤러 신발, 그 다음엔 꽃꽃 뿌려뿌려, 생생 사진기, 붕붕 수레 등등. 그 중 생생 사진기는 이 동화의 핵심 사건을 몰고 온다. 사진을 찍으면 찍힌 물건이 살아 움직이는 사진기. 이 사진기로 쓱싹 고무 왕자와 반쪽짜리 신사가 수리와 미로의 현실 속으로 살아 들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가족의 우애를 나눈다.

뭔가 달라도, 결핍이 있어도 그것이 외토리로 남겨질 이유는 아니라는 것을 '반쪽짜리 신사'는 이렇게 말해준다.
미로 : 이렇게 다르게 생겼는데.... 나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반쪽신사 : 함께 웃을 수 있다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고, 가족이 될 수 있답니다. 오호호홋
!"


에필로그 같은 책의 마지막 장에서 미로네는 가족사진을 찍는다. 보육원 시절부터 보물처럼 간직하던 미로의 액자에는 드디어 가족사진이 끼워졌다. 거기에 이제는 더이상 살아 움직이지 않는 지우개와 반쪽신사까지 그려 넣으니 더욱 완벽한 가족사진이 되었다.

요즘 2학년 아이들과 가족이란 주제로 공부하고 있는데 이 책은 읽어주기에 아주 좋은 책이겠다. 굳이 말하자면 입양가족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그런 용어를 도입하지 않아도 혈연을 뛰어넘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말이 있다.
나는 다른 말로 한 번 해보겠다.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동화 속에 다 있다."
선생인 내가 동화를 끼고 사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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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단원을 배우면서 여러 형태의 가족에 대한 그림책을 한 권씩 읽어주고 있다.

 

1. 엄마가 만들었어 (하세가와 요시후미/천개의 바람)

 

아빠가 돌아가신 한부모 가족. 아빠 노릇까지도 해주려는 엄마. 씩씩하지만 때론 좀 허당같기도 한 엄마와 그에 걸맞게 받아들이는 아들의 모습이 흐뭇하다. 결핍이 결핍 아닌게 될 수는 없지만 서로 보듬으면 그 구멍은 작아진다. 긍정적 마인드(어쩌면 쿨한 태도?)도 무척 중요하다.

 

 

 

 

2. 뒷집 준범이 (이혜란/보림)

 

단칸방에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준범이네는 말하자면 조손가정이다. 준범이를 키우려면 할머니는 일을 나가야 하고, 그러면 준범이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혼자 논다. 준범이가 창문을 열면 내다보이는 이웃에는 시끌벅적한 아이들이 산다. 어느날 창문으로 보이는 얼굴을 향해 한 아이가 손을 내밀었다. "너도 같이 놀자!"

그리곤 잠시 후, 현관문이 쿵쿵 울린다. "준범아 노올자~"

그때부터 컴컴한 단칸방은 아이들의 놀이방이 된다.

창문을 통해 먹을 것을 넣어주시는 강희엄마 등 이웃 어른들이 있기에 이 상황은 따뜻하다. 이웃사촌이 있다면 외롭지 않을 아이들이 많을텐데, 나 자신도 강희엄마 같은 사람이 아니라서 조금은 미안한 이야기. 하지만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었다.  

 

 

3. 초코 엄마 좀 찾아주세요 (게이코 가스자/보물창고)

 

외톨이 아기새 초코의 이야기를 통해 입양가정을 보여주는 책. 자기랑 닮아보이는 동물들을 찾아가 자기 엄마냐고 묻는 초코가 너무 귀엽고도 애처롭다. 엄마를 끝내 못찾고 슬퍼하는 초코에게 닮은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곰 아줌마가 엄마가 되어준다. 곰 아줌마 집에 따라가보니 이미 있던 아이들도 하마, 악어, 돼지다.^^  마지막에 곰 아줌마가 이 아이들 모두를 안고 있는 장면을 보고 한 낱말로 표현해보라고 했더니 여러가지가 나왔다. 행복, 포근함, 사랑, 기쁨, 따뜻함 등등.... 꼭 핏줄로 얽혀야만 가족이 아니며 세상에는 초코처럼 외로운 아이도 생기지만 곰 아줌마 같이 이들을 품고 가족이 되어주는 훌륭한 엄마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입양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입에서 나왔다.

 

 

4. 이모의 결혼식 (선현경/비룡소)

 

다문화가족 이야기는 이 책 말고도 몇 권이 더 있는데 이 책이 무난하긴 하다. 내 가족이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하면 다문화가족이 되는 것. 그다지 멀지도 이상하지도 않은 이야기.

 

 

 

 

5. 숲 속 사진관 (이시원/고래뱃속)

 

부엉이네 사진관은 가족사진 전문 사진관이다. 많은 동물들이 가족사진을 찍으러 온다. 각 동물들이 사진관을 찾아 오고, 한 장을 넘기면 다음 장에 그들의 가족사진이 나오는데, 넘길 때마다 아이들이 까르르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판다가 "나도 가족사진 갖고 싶어요" 라며 조용히 다가왔는데, 1인 가족이니 독사진 아니겠는가? 그런데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앞에 찍었던 모든 가족들이 합세해 함께 찍는다. 멋진 가족사진이다.

이 책으로 난 일단 1인가족을 이야기했다. 현대에는 혼자 살게 된 사람들도 많다고. 하지만 핏줄로 연결되지 않아도 이렇게 가족이 될 수 있다고.

 

 

6. 우리 가족이야 (윤여림/토토북)

 

마지막으로 이 책으로 종합을 하려고 한다. 몇 년 전에 이 책과 <이웃집에는 어떤 가족이 살까> 두 책을 소개하는 글을 우리아이들에 쓴 적이 있었다. <이웃집에는...> 책은 지금 돌려읽기로 읽고 있다.

이 책은 참 매력적이다. 에피소드별로 한 가족씩 소개하는데 그게 다 연결되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구성. 마치 세상 모든 가족은 이렇게 둥글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꽤나 의도적이고 짜여진 수업을 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그냥 하나씩 집어서 읽어주는 것일 뿐이다. 그림책의 최적기인 2학년과 수업하니 너무 좋다. 올해의 교실은 내게 고마운 시간과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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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독서하브루타 - 생각숲으로 떠나는 질문여행
황순희 지음, 박선하 그림 / 팜파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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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지도를 해온 지는 오래되었지만 독후활동은 '쓰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공유의 중요성을 알기에 어떻게 하든 나누려고 했지만 그 나누는 것 역시 글을 통해서였다. 일단 쓴 것을 발표한다든가, 소식지에 글을 실어서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눈다든가..... 물론 이러한 방법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그 안에서 많은 결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한계를 좀 벗어나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하브루타와 질문이 있는 교실 책들을 접하면서 한계를 벗어날 방법은 여기에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동시에, 여기에 나의 약점이 있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으니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다.^^;;;  나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보다 더 싫어하는 것은 '남한테 말을 시키는 일'이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는데 굳이 말을 시키는 일이 나는 정말 하기 싫다. 연수에 가서도 억지로 말을 시키는 연수면 일단 미간을 찌푸린다. (하지만 일단 말을 시키면 못하진 않는다. 그리고 그런 연수에서 사실 배우는게 많다.^^;;;;)

 

교실에는 나 같은 아이들이 많이 앉아 있다. 말시키는게 귀찮은 아이들. 차라리 쓰는게 편한 아이들.(아니 사실은 쓰지도 않는다면 더 좋을 아이들이겠지 ㅎ) 이런 아이들을 구슬러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것은 나에게는 역부족일 뿐 아니라 그 싫은 심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큰 약점을 극복해야만 했다. 그래서 작년 수업부터는 사회나 도덕 수업에서 질문교실의 기법들을 조금씩 적용해 보았다. 쉽지는 않았다. 시간에도 쫓기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질문만들기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이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올해는 돌려읽기 독후활동을 쓰기활동에서 말하기 활동으로 전면 전환했다. 고학년이라면 쓰기에서 좋은 결과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아까워서 망설였을텐데 올해 2학년을 맡아서 쓰기에 대한 미련을 아낌없이 버리고 일단 말하기에 집중해 보았다.(2학기에는 천천히 쓰기도 도입할 생각이다. 말하기 내용을 바탕으로)

 

이런 상황 중에 있으니 이 책은 내게 꼭 읽어봐야 되는 책이었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제목처럼 학생독자를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독서 하브루타를 시도해 보려는 교사들에게도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다. 솔직히 '아이들이 이런 책을 굳이 읽을까?' 라는 생각이 좀 든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한 교사들의 지침서라고 하는게 좀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저자 황순희 선생님의 수업은 쉬운 텍스트에서 시작하여 깊고 창의적인 사고로 이어지게 한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이를 위하여 선생님이 즐겨 사용하시는 텍스트는 이솝우화다. 매우 짧고, 한번쯤은 다 들어봤으며 주제도 뻔한 것 같은 우화를 가지고 질문으로 꼬리을 잇는 대화를 나누다보면 기존 생각의 틀을 깨고 훨씬 깊이 있고 폭넓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업에 적당한 텍스트로 두번째는 그림책이다. 이 책의 3장에서는 <야쿠바와 사자>라는 책으로 진행한 수업사례를 소개했다. 이 그림책을 처음 읽었을 때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 아이들과 아주 깊이있게 다룬 기록이 나와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여기에서 '모둠 간 내용 파악하기' 등의 수업기법들도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에서 키울 수 있는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서술해 놓았다.  4장은 창의성과 심미적 감성 역량, 5장은 논리적 사고력과 탐구력 이런 식으로 말이다. 독서 하브루타를 통해 이렇게 다양한 역량을 키울 수 있다니 참 대단한 일이다. 저자 선생님의 수업을 보니 하브루타를 통해 생각나누기를 하고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활동까지 이어지게 했는데, 여러 역량의 개발에는 이 표현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 것으로 보인다. 즉 말하기에서 끝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 학생 : 그런데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왜 표현활동까지 해야 하는 거죠?

교사 : 생각 나누기만 해도 우리의 생각을 키우기에 아주 좋아. 하지만 생각나누기에서 그치면 풍성해진 생각이 오래 남지는 못하거든. 그러나 생각한 것을 작품으로 남기는 활동까지 하면 그 생각을 되새기게 되어 오래 남는단다.』 (본문 100쪽)  

 

예전의 내 방식이 생각을 살찌우지 못하고 바로 표현활동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었다면, 지금 말하기에서 그치는 방식은 열어만 놓고 수렴을 하지 못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말하기에다 예전의 표현활동을 잘 이어서 결합시켜야 완성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 그런데 사실 책을 읽히고, 생각 나누기를 하고 표현활동까지 하게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저자는 주로 짧은 본문을 사용하신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나는 짧은 본문으로만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러면 더더욱 슬로리딩에 가까운 충분한 시간투자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수석교사인 고수 저자의 수업을 엿볼 수 있어서 참 의미있었다. 맛을 다 아는 것 같은 본문을 씹고 또 씹어 새로운 맛을 느끼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새로운 표현활동을 창조하게 하는 저자의 역량은 쉽게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저자와 같은 수준으로 진행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책에서 던져준 생각과 아이디어로 나의 수업을 이렇게 저렇게 바꾸어보며 나에게 맞는 방법을 세우도록 노력해 보겠다.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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