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 - 지나친 관용으로 균형 잃은 교육을 지금 다시 설계하라
베른하르트 부엡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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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만 코칭하다 아이를 망가뜨리는 시대를 향한 진심어린 직언' 이라는 부제가 눈에 띄어 골라든 책이다. 이 문구에 뭔가 통쾌함 비슷한 걸 느끼는 이 감정은 뭔가 건강치 못하다. 이러한 나의 내면도 돌아봐야 한다. 그와 별개로 이 책은 귀기울여 듣고 깊이 곱씹어볼 의견들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성향을 굳이 규정하자면 보수적, 복고적이라 하겠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듯이 이 치우침은 뱃사공의 이미지로 이해할 수 있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기울면 왼쪽으로 기울여 배의 균형을 잡는 모습 말이다. 저자는 독일의 교육자이다. 나는 독일 하면 좀 딱딱하면서도 규율과 질서가 엄격하고 시간을 엄수하고 융통성은 좀 없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그게 다는 아닌가보다. "20세기 교육 분야는 양극단이 판을 쳤던 시대입니다. 독단적인 훈육과 반권위적이고 자유방임적인 교육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지요. 두 경우 모두 한쪽으로 치우쳤고, 치우침은 교육의 적입니다."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 저자는 "외적 질서와 내적 질서, 강제와 자유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하여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차례를 살펴보면 거부감을 느낄 분들이 많을 것 같다.
- 아이는 아직 성숙한 존재가 아니다
- 절대로 아이에게 지지 마라
- 감정만 읽어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아이와 모든 일을 토론할 필요는 없다
- 벌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무한공감, 무한대화주의자들, 믿고기다려라주의자들, 아이선택존중주의자들(죄송하다 유식한 말을 몰라서) 이런 분들은 위와 같은 문장에 당장 속사포같은 반론을 제기하실 것 같다. 사실 제목만으로는 내가 봐도 좀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현대의 교육 사조가 놓치고 있는 것을 꼼꼼히 따지고 있다. 남들이 좋다니까 따라는 가는데 당최 왜 좋은지는 잘 모르겠는 나와 같은 갈대교육자들에게, 굳건히 박아야 하는 기둥이 무엇인지 주장하는 책인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엄격함이란 학습에 관련된 것(과제이행, 성실한 태도 등) 뿐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와 배려, 내 삶을 대하는 태도(책임감과 노력) 등 인생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영역이다. 교육이 이런 사람들을 길러내는 것은 사회적 행복을 위해서도 무척 중요한 일이기에, 저자의 주장에 더욱 신뢰가 간다. 특히 책의 마지막장 -노력이 습관이 되도록 가르쳐라- 은 정말 내가 자녀와 학생들에게 딱 하고 싶었는데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했던 말을 대신 해주는 것 같았다.

"노력하는 태도가 도덕과 생활방식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이 습관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어떤 일을 붙잡으면 계속 하는 연습을 해야 하며, 그 전제로 포기를 배워야 합니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우리 문화와 경제의 토대가 되는 3대 덕목으로 '단념, 노동, 합리적인 생활방식'을 꼽았습니다.... 교육의 목표는 노동이 제2의 천성이 될 정도로 익숙해지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노력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사는 것이 고되고 힘듭니다. 노동이 습관이 되지 않으면 노력하겠다고 결심만 하다가 끝나기 때문입니다. 노력해야 할 때마다 새롭게 결심해야 한다면 참 힘든 일일 것입니다.... 노동이 제2의 천성이 되지 않은 사람은 재능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습니다..... 저절로 꿈을 이루는 사람은 없습니다." (156~158쪽에서 발췌)

이와같이 나는 저자의 의견에 대부분 강하게 동의하며 책장을 넘겼다. 내 안에 저자가 말한 교사로서의 권위(특별히 성격적으로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학생들의 지도자라는 자리가 갖는 권위)를 갈망하는 마음이 대단히 크다는 걸, 이 책에 고개를 끄덕이며 확인하였다. 그러나 내가 권위적일 수 없었던 것이 단지 그 이유 뿐이었나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훈련에 대한 확신,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하고 마음이 약해 결국 어느 정도 선에서 학생들을 봐주게 되는 나의 성향 탓이 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도무지 밀어붙일 틈이 없다. 그들의 삶이 너무나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엄격한 교육에 100% 동의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삶의 무게가 좀 가벼워진다면 좋겠다. 찌들고 지친 아이들이 학교를 휴식처로, 탈출구로 삼겠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지만, 그들이 이미 추가 흔들리고 있는 압력솥인데 거기에 더 큰 압력을 가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문제는 경쟁과 사교육으로 넘어가는데, 삶의 경쟁에 치인 부모들이 너만은 이기라며 자식들을 경쟁의 소용돌이에 너도나도 밀어넣은 상황에서 온전한 학교교육이 나오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즉 이것은 학교에 국한되지 않은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편, 권위와 노력을 강조하는 저자의 책에서 '아이에게 노는 것을 허하라'는 소제목이 보이는 것은 좀 의외였다. 훈련을 중시하는 저자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훈련이란 단순히 반복적 고행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놀이를 통해서 가장 잘 습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놀이란 유아기의 놀이를 벗어난 이후에는 스포츠, 연극, 음악 등이 해당된다. 말하자면 문예체 교육이라 하겠다. 나는 문예체 교육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 문제는 일부 스포츠클럽 활동처럼 학교 현장에 들어오면 왜곡되는 형태에 있는 것이지, 문예체 교육 자체는 정말 필요한 것이다. 우리 교육에도 이것이 이상적인 방법으로 뿌리내리길 바란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공동체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저자가 말하는 공동체 교육의 개념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우리 교육 상황에 맞는 공동체 교육에 대해서 지혜롭고 통찰력있는 분들의 말씀을 좀 들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저자 후기에 인용한 칸트의 말을 나도 인용해보고 싶다.
"교육의 가장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규칙에 복종하는 것과 자유를 누릴 능력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이다."
이 사이의 조화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이 긴장을 못견디면 교사는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무섭거나 만만하거나. 나는 그동안 일관성 없이 둘 사이에서 널을 뛰었다고 보면 되겠다. 교사가 외줄 위에서 접시를 돌리는 예인의 균형감을 갖춰야 한다는 사실에 이 책을 덮는 심정이 몹시 절망적이다.^^;;; 다른 책들도 보면서 좀 더 깊이 성찰해 봐야겠다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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