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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소원만 들어주는 두꺼비 - 2017년 제23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60
전금자 지음 / 비룡소 / 2017년 10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건진 게 하나 있다. ‘사소한 소원’이라는 발상이다.
간만에 기특한 일을 한 녀석한테 말한다.
“오올~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생각을 했어? 덕분에 선생님 기분도 좋아지고 우리반에 평화가 왔네. 선생님이 보답으로 사소한 소원 하나를 들어줄게.”
오늘따라 하나도 힘들지 않은 날, 학급 아이들한테 말한다.
“니들 오늘 왜 이렇게 이쁘니? 기분이다. 선생님이 사소한 소원 하나를 들어줄게.”
그리고는 덧붙여야만 한다.
“꼭 사소한 것이라야만 돼. 선생님은 요술쟁이가 아니라서 중요한 소원은 못 들어줘.”
아이들이 말하는 소원은 내 맘에 들 때까지 ‘중요한 소원’이 된다. 드디어 내 맘에 드는 소원이 나타났을 때,
“그러췌!! 그게 바로 사소한 소원이지!”
하면서 들어주면 된다.ㅎㅎㅎ
작가는 정말 훌륭한 분이시다.ㅋㅋ
훈이는 학교 가는 길에 자전거 바퀴에 깔릴 뻔한 두꺼비를 구해주었다. 그리고 풀숲에 놓아주었다. 이슬 한 모금을 먹고 금방 기운을 차린 두꺼비는 훈이의 어깨에 폴짝 올라앉아 고맘다고 말하며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 ‘사소한 소원’을 말이다.
훈이는 어제 다툰 짝꿍 생각이 났다.
“두꺼비야, 두꺼비야,
내 소원은 짝꿍이랑 다시 친해지는 거야.“
1억원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신 할머니를 돌아오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사소한 소원이 맞는 것 같다. 근데 두꺼비의 반응은 그게 아니다.
“그건 사소한 소원이 아니야. 네 짝꿍은 정말 화가 많이 났거든.”
두 번째 소원. “미술시간이 싫어. 체육시간으로 바꿔줄래?”
이 소원을 들어주었으면 작가를 미워했을지도 모른다.ㅎㅎ 그런데 두꺼비의 대답을 볼까?
“그건 안 돼. 다 같이 약속된 시간표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야. 이소원은 들어줄 수 없어.”
툴툴거리던 훈이는 세 번째 소원을 말했다. “급식에 나물반찬을 햄 반찬으로 바꿔 줘.”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온다.^^ “그건 안 돼. 편식하는 건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고.”
(두꺼비! 잘 하고 있어!ㅎㅎ) 하지만 화가 난 훈이는 두꺼비를 필통 속에 가둬 버렸다.
결국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고 끝나면 얘기가 안되겠지? 두꺼비는 마지막 소원 하나를 멋지게 들어주고 폴짝 뛰어 사라졌다. 흐뭇하고 훈훈하면서 이빨 사이로 웃음이 맴도는 이야기였다.
두꺼비 덕분에 ‘사소한’ 것은 무엇이고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친구의 기분, 중요하다. 우정, 중요하다. 공동의 약속과 스케줄, 중요하다. 하루하루 먹는 반찬이 모여 나의 몸과 건강을 이루니 그것도 중요하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사소한 것이란 그리 많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세상엔 하찮은 것 투성이지만서도, 이렇게 보면 또 그러하다.)
두꺼비 하면 내게는 좀 심술궂고 징그러운 이미지인데, 이렇게 귀엽고 능청스러우면서도 유머가 넘치고 사려 깊은 캐릭터의 두꺼비는 정말 매력적이다. 미술 쪽에서만 활동하시던 작가의 첫 그림책이라는데 첫 작품에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하시다니. 다음 작품을 기다려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