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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스웩이 넘칠 거야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강경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3월
평점 :
3월을 떠나보내는 행복한 주말에 아주 골때리는 책을 읽었다.
송언 선생님 동화책 주인공의 표현을 빌자면 '기분이 아주 브라보'였다. 스트레스를 잠시 잊을 수 있는 어이없는 웃김.ㅎㅎ
근데 이 골때리는 책은 많은 사람들을 품어준다.
방황하는 청소년,
걔네들을 보고 한숨짓고 잔소리하고 실랑이하는 평범한 부모,
이 넓은 세상에서 내 자리 하나 잡지 못해 젊은 날을 다 꼬라박고 있는 취업준비생,
이렇듯 모자란듯 평범한 모든 사람들, 단 못되고 악독하지 않은 사람들.
세상은 이런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도 그중의 한사람이면 된다. 그러면 대략 행복한 사회에서 살 수 있는 것인데, 하지만 이 사회는 그렇지가 않지. 불안감에 빠져 방향도 모른채 박차를 가하고, 머리좋은 누군가는 그 불안감을 조종하고 증폭시킨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달리기의 대열에서 약간 이탈한 듯한 고딩 두 명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솔직히 보수적인 내 관점에서 한심한 면이 없지는 않은 녀석들이다. 화자인 김준호는 영화감독을 꿈꾼다지만 걸맞는 노력은 하고 있지 않다. 영화 좀 봤다고 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공부하기 싫고 빈둥대고 싶은 핑계를 그렇게 대는 것이라는 엄마의 의심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의 친구 달리(본명 이승철)는 힙합을 좋아하고 래퍼를 꿈꾼다지만 재능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똥폼 하나는 잘 잡는다. 그가 추구하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스웩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겐 모르겠지만 뭔가 멋지다, 간지난다 이런 뜻인것 같다. 하지만 얘야, 스웩이 말로만 되니? 똥폼 잡는걸로 당연히 안되지. 공부는 아니라 해도 니 안에 가득찬 생각과 창의의 결과여야 고개를 끄덕여 줄만하지. 말끝마다 '유남생?'만 붙인다고 될 일이니? (난 이 말을 몰라서 검색해보고 알았다.ㅋㅋ)
'시덥잖은 청소년소설인가?' 하며 넘겨버릴 수도 있었던 이 책의 책장을 잔뜩 기대하며 넘긴 건 작가의 이력 때문이었다. 이분은 원래 그림책 작가가 아니셨나? 라가치상을 받은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물론이고, '꽃을 선물할게' 같은 책들도 너무 좋았는데. 그리고 '코드네임' 시리즈. 두권쯤까진 도서실에 수서하면서 읽었는데 이후로 몇권까지 나왔는지는 세보지 못했다. 이제 소설로 진출. 그림과 만화를 잘 그리는 분이 스토리 능력이 이렇게 뛰어나고 대사도 찰지고 웃기다는게 정말.... 몰빵 능력을 가진 분들은 참 인생이 재미나시겠다. 아니 힘드시려나?^^;;;
이 책은 그 두 청소년에서 시작되어 역시 그들로 끝나는데, 대부분의 서사가 그렇듯 뒤의 그들은 앞의 그들이 아니다. 그들은 같은 자리에 있고 겉모습은 변함이 없지만 속은 달라졌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게 스토리의 관건이다.
그런데, 길지도 않은 그 며칠의 서사가 넘나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터클해.ㅎㅎ 준호는 엄마와의 거래 때문에 억지로 시작한 과외에서 첫사랑의 미인을 만났고, 동네에선 괴이한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는 동시에 너무나 미스터리한 인물이었고.... 그녀의 뒤를 쫓았던 준호와 말리는 믿을 수 없는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녀는 소시오패스 범죄자인가, 그녀의 주장대로 외계인인가? 전자라면 스릴러고 후자라면 SF가 되겠다.
하룻밤 사이에 두 청소년은 범죄물과 SF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는데, 결국 그들의 몸과 마음은 '신의'와 '도움'을 따라갔다. 그래, 그게 스웩이 넘치니까! 철없는 청소년들의 좌충우돌은 결국 지구에 좋은 일이었고 스스로의 정신도 차리게 되었으니 더할나위 없는 해피엔딩이라 하겠다.
주연은 아니지만 준호의 할아버지가 특별출연하시는데
"이게 진짜지."
가 그분의 주요 대사다.
과연 뭐가 진짜일까? 우리의 시간들은 진짜를 위한 일들로 채워지고 있는 걸까? 어리든 젊었든 늙었든, 새삼 돌아봐야 할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로, 이게 진짜지. 스웩이 넘치잖아, 유남생?
(이 말투를 내가 흉내내기는 영 어렵구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