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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의 나와 우주
스티븐 호킹.루시 호킹 지음, 신리 그림, 최지원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4월
평점 :
천체물리학에 대해 너무 몰라서, 스티븐 호킹의 학문적 업적은 잘 모른다. 떠오르는 것은 블랙홀 정도? 더 기억하는 것은 그의 장애이다. 루게릭병으로 휠체어에서 손하나 까딱할 수 없었던 그의 장애. 나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이동 가능하고 손발 다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가능한게 이토록 많은데. 그는 꼼짝달싹할 수 없는 육체의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어찌 저런 과업을 이룰 수 있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천재적 두뇌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그의 정신력?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던 것 같다. 첫장에도 나온다. 그는 자유로웠다고.
“나는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컴퓨터를 통해야만 할 수 있어.
하지만 내 영혼은 자유로워.”
몇 년 밖에 못 산다던 예상과는 달리 그는 병을 얻고도 50년 이상 살았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하지만 학계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책은 그림책으로, 내용이 상세하진 않다. 사실 난 스티븐 호킹과 그의 연구 내용이 궁금해서 이 책을 신청했는데, 그런 내용을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 이 책의 작가는 스티븐 호킹 본인과 그의 딸 루시 호킹. 어린이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호킹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에 대한 것이다. 호킹의 정신은 드넓은 우주로 뻗어나갔고,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결국 돌아온 곳은 지구다. 그런 면에서 세계적 과학자인 호킹이나 과학 무지렁이인 나나 크게 다를 것 없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똑같다.
-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서로를 도울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책 맨 뒤에 Q&A가 6쪽 들어가 있는데, 관측 가능한 우주만 해도 930억 광년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빛의 속도로 가도 930억 년이 걸린다는 뜻인데, ‘관측 가능한’ 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으므로 그 너머는 또 어디까지일지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설명이 뒤따른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멀리 가보지 못할 수도 있고, 먼 우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영영 알지 못할 수도 있어요. 우리가 아는 한, 우주는 무한해요. 아무리 가도가도 끝이 없고,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크죠.”
우주는 말 그대로 미지이며, 어떤 존재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그렇게 무한한 시공간 가운데 우리는 극히 유한한 시공간을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그 범위를 사랑하도록 되어있는 존재인 걸까. 호킹의 시선도 우리의 범위 안으로 들어와, 내 옆에 있는 것들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연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우주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주었어.
하지만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주는 텅 빈 공간에 불과해.”
이 책을 읽고 스티븐 호킹의 일생을 검색해 보았다. 병석에만 있었을 것 같던 그의 인생도 생각보다 파란만장하더라. 학자이기 이전에 그도 인간이고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을 똑같이 가졌으니 당연하겠지. 그럼에도 그가 끝까지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았으며 위와 같은 메시지를 남기고 가려 했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세포 하나에도 우주가 담겨있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나란 존재는 무한한 세포로 이루어져 있지. 무한한 개체들이 모여 지구를 이루고 있지. 우리 은하에는 천억개의 별이 있지. 전 우주에 은하가 몇 개인지는 밝혀내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무한히 많지.... 세상은 도대체 몇 겹의 우주인 것인가.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그저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