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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놀이 82 - 일상의 그림책이 놀이로 연결되는
성은숙 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0년 1월
평점 :
요즘 그림책과 관련된 책이 어찌나 많이 쏟아져 나오는지, 비슷한 제목의 책들도 많아 헷갈릴 정도다. 학교도서실 교사용 도서로 착실히 구입해두곤 했는데 요즘은 너무 많아 포기했다. 서가도 좁은데 한쪽 분야 책만 너무 많아도 안될거 같아서... 그정도로 그림책에 대한 관심은 어느순간 폭발적으로 확대된 것 같다. 그만큼 그림책이 아이들의 발달과 성장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고, 예술로서의 가치도 있으며, 수업활용이 다양하게 용이하고, 나아가 어른들에게도 큰 의미와 위로를 주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처음에 이 분야에 대해서 읽은 책은 2007년에 나온 <그림책과 예술교육>이라는 책이었다. 유아교육 교수님이 쓰신 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으며 '읽어주는 것' 이상의 활용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사례들은 유치원 사례들이었지만 참고가 많이 됐다. 그 중의 한 사례를 변형해서 공개수업으로 구성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깊이있는 공부가 부족해서 더 나아가진 못하고 쏟아지는 그림책수업 책들도 읽어보지 못하고 있던 중에 이 책을 골라들게 됐다. 딸과 친구들이 유아교육 쪽을 공부하고 있어서 소개해 주고 싶은 맘도 있고, 처음에 읽었던 <그림책과 예술교육>의 영향일 수도 있다.(이제 그 책 내용은 다 잊어버림ㅎ)
유아교육에서의 수업은 대부분 놀이활동으로 진행될테니, 책의 제목도 '그림책 놀이'고 영역별로 다양한 놀이활동들이 소개된다. 상상놀이, 인성놀이, 자연놀이, 문제해결놀이. 모두다 입맛 당기고 궁금하다. 차례에 그림책 제목들이 함께 나오는데 아는 책은 아는 책대로, 모르는 책은 모르는 책대로 관심이 간다.
1. 상상놀이
어른보다 아이들이 잘하는 것, 첫번째가 상상 아닐까. 아이들은 즉각 상상에 빠져들 수가 있다. [곰 사냥을 떠나자] 책을 읽고 즉석에서 소품들을 준비해 마임놀이를 한다. 이 활동에서 내가 다시 떠올린 건 소품의 효과다. 제대로 된 소품이 아니라 '그렇다고 치는' 소품 말이다. 연극놀이 연수에서 보자기 하나 가지고 별거별거 다했던 기억이 나는데, 여기서도 큰 비닐봉지, 한지 같은 것으로 즉석에서 장소 전환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나머지는 아이들이 한다. 상상의 힘으로.^^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에선 빙 둘러 긴 줄을 함께 잡고 큰 만두피를 빚는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선 스카프 한 장씩을 들고 괴물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마스킹테이프 하나면 바닥에 큰 텔레비전을 그려 그 안에서 마술놀이를 할 수도 있고, 몇 가지 색깔 천과 블록으로 동물들의 마을을 구성할 수도 있다. 이걸 보면서 장난감 하나 없었던 나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거의 모든 놀이는 상상놀이였지.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놀이도 이런 놀이가 아닐까. 비싼 걸 사주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2. 인성놀이
이 장에서 처음 나온 [친구는 좋아!] 책의 활동은 주로 첫만남의 활동들인데 초등에서도 많이 하는 놀이들이라 반가웠다. 자기소개놀이, 반가워놀이(자리바꾸기 놀이), 이름맞추기 놀이 등.... 다가올 3월을 위해 이 그림책을 읽어봐야겠다. 그 외에도 도움, 가족, 생명존중, 남의 입장 이해 등의 키워드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관련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우리 동네 한 바퀴] 책으로 하는 동네 수업도 관심있게 봤다. 같은 주제 수업이 초등에도 나오기 때문이다. 살고 싶은 동네 만들기 활동도. 나는 주로 상자 등의 재활용품을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이 책의 유아들은 유닛블록 등을 이용해 만들거나 마커로 바닥에 그리기도 한다.(그게 깨끗이 지워지나?) 이게 훨씬 더 재미나 보인다.ㅎㅎ 차이가 있다면 일시성이란 점. 곧 해체해야 하니 아쉬움이 크겠다. 하지만 사는게 다 그런건데. 쌓고 허물고.^^
3. 자연놀이
학교보다는 확실히 유치원에서 자연놀이를 많이 하시는 것 같다. 학교도 가능한 한 많이 하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 좋을 거라 생각하지만 나는 이쪽에 좀 취약한 편이다. 꽃으로 하는 활동, 그림자 활동, 비오는 날 활동, 나뭇가지로 하는 활동, 마지막으로 줄로 하는 활동이 소개되어 있다. 내 동생이 공동육아 아빠들과 밧줄놀이를 기획해서 하곤 했는데 여기에도 비슷한 활동이 나온다. (요즘은 아이들이 긁히기만 해도 골치아픈 세상이라 이런 건 엄두가 잘 안 남ㅠ) 그 외에도 줄로 표현하는 놀이, 털실로 손뜨개 활동까지 나온다.
4. 문제해결놀이
이 주제로 두 장이 배정되어 있다.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이다. 유아들이 부딪히는 문제도 초등 아이들과, 어쩌면 어른들과도 큰 차이가 없는지도 모른다. 이 장에 익숙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도서관에 간 사자] 부터 시작해서 긍정적 타임아웃을 다룬 [제라드의 우주 쉼터]도 나오고 [소피가 화나면 정말정말 화나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 등등. 이를 통해 규칙, 감정조절, 행동조절, 바른 언어 생활 등을 배운다.
이렇게 하여 총 82종의 알찬 놀이가 소개된다. 적당히 큰 판형에 너무 빡빡하지 않고 부담없는 지면 구성이 편안하다. 사진자료와 설명도 시원시원하고 간결한 느낌이면서도 과정과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일단 일독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찾아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되겠다. 읽으면서 유치원 선생님들의 수업강도와 준비작업에 새삼 감탄을.... 이런 과정을 거쳐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오는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었고, 학교에서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걸 떠나서 몰랐던 그림책 몇 권, 새로운 아이디어 몇 개를 챙긴 것만으로도 책을 읽은 보람은 넘친다.
유초중을 막론하고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적용하고 사례를 모으고 정리하는 교사들의 열정은 눈부시다. 교육현장이 갈수록 힘들지만 이런 선생님들의 책이 세상에 나와 조금씩이라도 더 비옥해질 거야, 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