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북 : 누가, 왜, 어떻게 힘을 가졌을까? - 2020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2020 4월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0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2020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신학기 추천도서 천개의 지식 10
클레어 손더스 외 지음, 조엘 아벨리노 외 그림, 노지양 옮김, 록산 게이 외 추천 / 천개의바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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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우리 말로는 힘. 한자어로 '~력'으로 끝나는 다양한 말들을 살펴보면 힘의 본질을 어느정도 파악할 것 같다. 권력, 능력, 경제력, 정치력, 영향력, 통제력, 경쟁력, 지배력.... 이 책은 '누가, 왜, 어떻게 힘을 가졌을까?' 라는 부제처럼 사회적, 역사적으로 '힘'을 조명해보는 책이다. 록산 게이의 추천사에 있는 문장을 옮겨본다."저는 평범한 사람들이 힘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할수록 힘을 가진 사람들이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함께 배워봐요. 힘을 갖는다는 건 어떤 것이고 그 힘으로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이야기해 봅시다."

나도 힘에 대해 관심이 있다. 넓은 범위까진 아니고 교실이라는 좁은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힘의 속성과 역동에 주목한다. 그러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교실 평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힘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을 권력이라 하겠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가진 자원이 다르고, 인기와 영향력도 다르다. 그러면서 힘은 고루 분산되기 보다는 편중된다. 많이 가진 아이에게 권력이 주어지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여러가지 양상이 전개된다.
1. 어떤 아이는 본인에게 그런 권력이 있다는 것을 의식조차 못한다. 혹은 알아도 굳이 내세우지 않는다. 그 권력은 행사되지 않고 그냥 사라진다.
2. 어떤 아이는 그 힘을 좋은 곳에 쓴다. 자신도 정의롭게 행동하고 자신을 따르는 아이들도 그럴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돕는다. '선한 영향력'이라 부를 수 있겠다.
3. 어떤 아이는 주어진 알량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해 안달한다. 남들을 강제하여 자신의 파워를 확인하고 싶어하고 그 안에서 자존감을 채운다.
4. 어떤 아이는 대단히 편중된 권력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휘두른다. 수직적인 권력관계(서열)가 형성되어 관계엔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다. 관계적인 폭력이 싹트고 수동적으로 따르는 아이들과 괴롭힘에 신음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1,2가 대다수인 학급이라면 걱정할 게 없다. 수업만 잘 준비하면 아이들은 잘 배우며 성장한다. 문제는 3,4인데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게 힘든 점이다. 인간이 권력을 쫓는 본능을 갖고 있어서인지.... 힘을 고르게 갖는 것, 가진 힘을 선하게 행사하는 것, 잘못된 힘이 행사되고 있을 때 이를 바로잡는 것 등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민주시민교육이자 인권교육일 것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은 그래서 배우 반가운 일이다. 위의 교실상황과 관련해 '운동장 권력'이라는 꼭지가 있었다.(16~17쪽) 이 꼭지를 읽으면서 이인호 작가의 <팔씨름>이라는 단편집이 떠올랐다. 그 작품을 온작품읽기로 읽고 교실 속 권력행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이 책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이 책은 세상을 바꿔왔던 여러가지 힘들을 소개한다. 절대권력이 아닌 진정한 지도력을 발휘했던 지도자들, 세계대전의 비참함을 겪고 설립한 국제조직(UN), 누구나 한표의 권리를 갖게 된 선거, 새로운 세상을 앞당겼던 다양한 형태의 혁명... 등

다음 장에선 여러가지 불평등과 부당함, 차별에 관련된 꼭지들이 나온다. 이는 힘의 잘못된 적용의 원인이 되는 것들로, 소수자들에게 힘을 보태 주어야 할 사례들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세계관, 인종주의, 남녀문제, 무지갯빛 권리, 장애... 등에 대한 꼭지들로 되어있다. 이 장의 마지막 꼭지는 '보이지 않는 힘' 인데 이것은 불문율, 다시 말하면 사회규범을 뜻한다. 사회규범은 인간의 도리를 지키게도 하지만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잡지 못하고 차별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 꼭지에서 여러가지 상황들이 떠올랐다.

마지막 장에선 '나의 힘'을 다룬다. 자신의 힘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할까. 자존감을 키우는 것, 배우고 생각하는 것, 자신의 생각을 퍼뜨리는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납득이 가는 것들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인 '힘'을 이렇게 다각도에서 어린이 눈높이로 다룬 책이 또 있을까. 펼친화면 두 쪽에 한 꼭지의 내용을 배치하고 꼭지마다 깨끗하고 선명한 바탕색의 변화가 돋보인다. 눈길을 끌 뿐 아니라 흥미를 잃지 않고 넘기기에 좋은 구성이다. 그림도 글을 보조할 정도로 적당하게 들어있다. 무엇보다 '힘'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이 사회의 전반을 비춰본다는 점이 놀랍고 신선하다.

힘은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나누어 고루 가지며, 가진 힘을 선하게 사용하고, 어떤 힘을 어떻게 견제하여 부당한 힘의 행사를 막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통찰을 이 책은 제공한다. 자신이 속한 작은 공동체에서부터 국가, 세계라는 공동체까지. 학년 수준에 맞추어 범위를 확대하며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힘의 크기를 가늠하고 그것을 귀하게 사용하고 참된 힘을 기르는 일이 학생들의 과업임을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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