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지혜 - 옛이야기가 품은 열두 가지 자연법칙
린다 부스 지음, 김옥수 옮김, 기 빌루 그림 / 다산기획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이야기책과 환경도서의 결합이다. 이런 책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글씨도 작고 그림체도 아기자기하기보다는 좀 낯선 편이어서 책을 손에 들게 되기까지가 좀 어려울 듯하다. 나도 요즘 옛이야기에 좀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살펴보게 된 것이지 제목과 표지만 봤을 때는 그냥 패스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얼마나 아까웠을까! 이리저리 살피며 구성을 훑어보던 내 입에서 오호~ 하는 감탄이 나왔다.

 

부제를 살펴보니 <옛이야기가 품은 열두 가지 자연법칙> 이라고 되어있다. 여러 나라의 옛이야기를 고루 접하게 된 것도 의미있는데 그 이야기들 속에 자연의 법칙이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니 그건 또 얼마나 신기한지.

 

옛이야기는 시에라리온, 튀니지 등의 아프리카, 필리핀, 미얀마 등의 아시아, 또 북아메리카와 발리섬 등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나라의 것들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어디서 한 번씩은 다 들어본 것 같다는 것이다. 옛이야기의 보편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었다.

 

열두 가지의 자연법칙은 여기에서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법칙 1. (상호 의존성)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연결되어 있다.

법칙 2. (시스템 무결성) 서로가 없으면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

법칙 3. (생물 다양성)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가 건강하다.

법칙 4. (협동과 협력) 함께 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행복한 삶의 기본이다.

법칙 5. (적절한 규모) 자연의 눈으로 생각하라.

법칙 6. (공공재) 하늘도 땅도 이웃도 소중한 공유 자원이다.

법칙 7. (살아 있는 순환구조) 만물은 돌고 돌아 새롭게 태어난다.

법칙 8. (쓰레기 = 먹이) 내가 버린 쓰레기는 누군가의 음식이 된다.

법칙 9. (균형 되먹임) 생태계는 늘 바람직한 상태를 유지한다.

법칙 10. (강화 되먹임) 좋은 것은 더 좋아지고, 나쁜 것은 더 나빠진다.

법칙 11. (비직선성) 조그만 개울물이 거대한 강물을 이룬다.

법칙 12. (지구 시간) 살아 있는 생명체와 발맞추어 걷자.

 

이러한 자연법칙을 어떤 옛이야기로 풀어나갔을까? 서로가 없으면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는 제2법칙은 필리핀의 옛이야기가 이렇게 품고 있다. 야자수로 만든 집이 있었는데 집을 이루는 부분들이 서로 자기가 가장 중요하다며 다투기 시작했다. 기둥은 기둥대로, 지지대는 지지대대로, 벽은 벽대로.... 그러다가 서로가 없으면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치 규중칠우쟁론기, 다섯 손가락 이야기, 입이 똥꼬에게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가? 세계의 옛이야기들에서 소재만 조금씩 다를 뿐 이러한 통일성을 보게 되는 것은 참 흥미롭다.

 

공유자원에 대한 제6법칙은 나이지리아의 옛이야기가 말해준다. 아주아주 옛날, 사람들은 힘들게 밭을 갈 필요가 없었다. 배가 고프면 하늘을 조금씩 잘라서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잘라서 먹다 남은 걸 쓰레기로 버렸다. 화가 난 하늘은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높이 올라가 버렸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게 되었다. 공유의 비극을 이렇게 풀어낸 옛이야기가 있었다니, 참 신기했다.

 

마지막 제12법칙 지구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벼를 끌어올린 농부라는 중국의 옛이야기가 말해준다. 제목과 같이 한 농부가 벼가 자라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급한 마음에 벼를 끌어올려 키를 키웠다가 농사를 모두 망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정말 오늘날의 우리는 벼를 끌어올린 농부들이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며,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단순한 옛이야기 속에 깊은 진리가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이야기였다.

 

80여 쪽의 얇은 책이지만 고학년은 되어야 스스로 읽으며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책은 교사가 읽어주면 참 좋겠다. 한꺼번에 읽지 말고 한 번에 법칙 하나씩. 옛이야기의 힘은, 아이들에게 긴 설명이 필요없는 강하고 오래가는 울림을 줄 것이다. 저자인 린다 부스 스위니는 생태계 교육자이자 교육학 박사라고 하는데 옛이야기로 환경교육을 하고자 한 안목과 아이디어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앞에서 내가 그림이 낯설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그림을 그린 기 빌루는 뉴욕타임즈에서 선정한 '올해 최고의 그림책10'4권이나 오른 그림작가라고 한다.^^ 이래저래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