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공부가 뭐야? 높새바람 28
윤영선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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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이 좀 죽었다. 제목을 보면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하곤 했는데 이번엔 완전히 헛짚었다.

"도대체 공부가 뭐야?" 라는 제목을 보면 공부하라는 압박에 시달리는 요즘 아이들 얘기 같지 않은가 말이다. 근데 정반대였다. 작가의 의도가 여기에 있는거였나?

 

이야기의 배경은 내 어린시절보다 10년쯤 앞이다. 그러니까 여기에 나오는 언니들은 지금 50대가 되었겠다. 그보다 10년쯤 더 앞이라고 해도 적절할듯하다. 그러니까 6,70년대 산골 언니들의 꿈을 향한 도전을 담고 있다.

 

그 언니들이 택한 방법은 '공부'였다. 공부를 하겠다는데, 엄청난 핍박이 뒤따른다. 요즘 아이들이 읽으면 눈이 휘둥그래질 듯! "우와, 아빠가 딸한테 공부를 하지 말래!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서 계속 공부를 하겠다니까 막 따귀를 때려!!"

 

여기서 화자인 영희는 셋째딸이다. 큰언니 영순이와 작은언니 영숙이는 다 공부를 잘한다. 아버지는 딸들이 공부해서 뭣에 쓰겠냐면서 집안일 잘 돕다 시집이나 가라고 한다. 하지만 큰언니는 악착같이 공부해서 읍내에 나가 장학금 받으며 중학교에 다니고 있고, 작은언니 또한 큰언니의 길을 가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공부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한다고 칭찬 받는 것도 아니며, 집안일은 집안일대로 도와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 소녀들의 공부를 향한 갈망은 줄어들지 않는다. 심지어 작은언니는 방학이 싫고 학교가서 공부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한다.

(여기서도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되는 것일까? 요즘 애들한테도 공부를 못하게 하면 그 중 할 녀석들은 이렇게 공부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게 될까? 한 번 그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할 사람만 해라. 이게 훨씬 더 건강한 사회인 것 같다.)

 

그러더니 큰언니는 큰 도시에 있는 산업고등학교까지 합격해 집안을 발칵 뒤집고, 작은언니도 동시에 중학교에 합격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풍파를 겪는다. 과거를 숨기고 살아야하는 이들의 가족사를 보게 되고, 동시에 민족의 아픔의 단면 또한 볼 수 있다.

 

언니들을 타지에 다 보내고 나니 동생 돌보기와 집안일은 모두 영희 차지다. 더구나 두 언니들의 학비를 마련해야 하기에 부모님은 영희에게 눈길을 줄 시간도 없다. 그 속에서 부대끼며 서러워하면서도 영희는 담임선생님께 동시쓰기를 배우며 자신의 소질을 알게 되고, 작가라는 꿈을 키우게 된다. 영희 또한 꿈을 찾아가는 언니들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장하고도 대견하며 푸근하고도 엄마같은 큰언니는 이제 열 일곱살이다. 헉! 열 일곱살짜리와 난 얼마나 싸웠으며 앞으로 또 다른 열 일곱살짜리와 얼마나 싸우게 될 것인가! 그런데 여기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기둥이고, 동생들을 푸근히 품어주는 존재라니! 이 책을 엄마들에게 보여주면 여러가지 무리수가 생길 듯하다.^^

 

중간쯤 읽으면서 눈치챘지만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이 책에서는 다른 책과는 다른 형태로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모두 공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언니들은 꿈을 쫒는 방법들 중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공부'를 붙들었다. 억지로가 아니라 말려도 나아가는 공부에 대한 열정, 그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공부라는 게 아름다워 보일만큼 아름다웠다.

 

만약 언니들이 산골에서 농사짓고 사는 것을 꿈으로 삼았으면 그것을 열심히 했을 것이다. 그 모습 또한 아름다웠을 것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어찌보면 '공부'인 것 같지만 그보다는 '꿈'이라 해야 마땅할 것이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도전은 아름답다. 그게 공부든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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