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 공감이 진짜 실력이다 - 세상을 바꾸는 교실 공감교육
도대영 지음 / 푸른칠판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감이라는 단어의 홍수시대다.
얼마 전 딸이랑 동네 지나가다가 '공감○○○' 라는 식당이 생긴 걸 봤다. 딸이 이런다.
"저기 분명 맛없다. 식당이고 뭐고 저런 이름 지은데가 제대로인 꼴을 못봤어. 이름만 저렇게 지으면 맛이 있어지나?"
"안 가면 그만이지 열은 왜 내니?" 하면서 웃고 말았지만 솔직히 나도 이제 그 말에 피로감을 느낀다. 이러한 공감 피로 현상은 원인이 두가지인 것 같다. 첫째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용되고 있다는 점, 둘째는 강요받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직종에게는 더욱 그렇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공감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며 필요성을 역설한다. 단지 도덕적이거나 당위적인 면에서의 접근이 아니고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인 점이 인상적이었다. 훨씬 설득력이 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내 취향에 맞기도 했다.

공감이라는 단어의 오용은 ‘동의’와 혼동하는 데서 가장 많이 일어난다고 본다. 이 책에서도 그 점을 지적해주었다. 공감은 동의가 아니며 동조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공감해 주기를 바랄 때 동의, 나아가서는 동조를 바란다는 점이 문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오해가 있다. 이렇게 혼동된 공감의 개념이 만연할 때 공감 염증 현상이 퍼지게 되며 지금이 그런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니 이 책은 아주 시의적절하게 나온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저자는 ‘공감은 하나의 유기체’라고 하며 공감은 하나의 반응이나 행동이 아니라 정서적, 인지적, 행동적 활동을 포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즉, 정서 공유, 관점 공유, 적절한 반응이 어우러진 개념이라는 것이다. 공감만능주의가 공감 알러지를 가져온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멀리하기에는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이 맞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위적으로 중요하다기보다도 생존적으로(?) 필요하다. 살아가려면 있는 게 좋다.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다. 결국 전반적으로 좋은 세상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니, 교육에서 이 부분을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감, 공감 공허한 메아리만 울리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공부와 적용을 하신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1장이 공감에 대한 이론적인 정리라면 2장은 저자의 교실 현장이다. 공감교육이 뿌리내리도록 학급운영에 세심하게 적용한 사례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일단 감정 수업으로 시작하는데 이 부분은 꽤 익숙한 수업이다. 나도 해본 적 있는 수업들. 하지만 저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저자의 지향점이 훨씬 더 멀리 있다는 것이다. 감정 자체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고, 거기까지만 간다해도 아예 안하는 것보다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저자가 1장 초반에서 언급했듯이 공감능력은 연마할 수 있는 것이므로 적절한 연습 프로그램에 따라 꾸준히 해나가면 훨씬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차후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는 저자의 감정수업은 방향성이 분명하다. 나는 감정사전이나 감정툰 등의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몇가지 활동을 하고 끝냈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활동을 추가해 훨씬 더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공감 체크인’이라든가 ‘감정 양피지’ 같은 활동들. 의미도 있으면서 놀이의 형식을 띠는 활동들을 소개해주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알게 되는 [정서 공유] 단계가 지나가면 타인의 입장에 서 보는 단계로 나아간다. [관점 공유] 단계라 하겠다. ‘나, 너, 그 글쓰기’ 등의 활동이 소개되어 있는데 무릎을 치게 되었다. 이 단계의 수업은 갈등 상황이 있을 때 직접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평소에 독서수업을 할 때도 염두에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평소에도 문학수업의 큰 의미가 공감에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처럼 공감 수업은 교과 포함 학급살이의 전반에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다음 단계는 [공감적 반응] 단계인데, 마음은 표현을 해야 상대방이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고, 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표현 방법을 잘 모르거나 어색해서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연습이 꼭 필요한 단계라고 하겠다. 욕심껏 사놓기만 하고 넣어둔 관련 카드들을 다시 꺼내볼까 생각하게 되었다. 한가지 뜨끔한 부분이 있었는데, 저자는 스킨십도 반응의 일부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신데, 나는 평소 이 부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고 생활지도에 신체접촉 금지를 표방할 정도라서 마음에 좀 부담이 왔다. 개인적 성향도 좌우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나의 한계라서 이 부분은 좀 접어두어야 하겠지만 치명적인 부분은 아닐거라 믿고 싶다.^^;;;

마지막 단계는 [사회적 공감]이다. 편견과 차별, 다양성에 대한 교과 내용도 이 안에 다 담겨있었다. 공감은 공기처럼 인간의 삶에 넓게 스며 있는 것을 다시 확인하면서 이 분야의 연구와 실천이 이처럼 책으로 나온 것이 꼭 필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읽는 데 오래 걸렸고 한 번 읽고 말 책도 아니었다. 1장은 정독하면서 이해했다면 일독으로도 괜찮겠지만 2장은 적용하려면 옆에 두고 봐야할 책인 것 같다. 이런 책을 쓰기까지 상당한 공부와 내공이 있었겠다 느껴져 감탄하게 됐다. 교직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제라도 보게 되어 다행이다. 나처럼 ‘공감’에 멀미를 느껴보신 선생님들께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멀미를 치료하고 더 나아갈 수 있기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