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로움이 다른 외로움에게 보통날의 그림책 5
나탈리 비스 지음, 쥘리에트 라그랑주 그림, 김윤진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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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이라는 말이 있다. 소설 속 무서운 주인공 말고, '투명인간 취급한다'고 할 때 그 투명인간.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고, 그 존재에 신경쓰지 않는 그런 사람.

'나의 아저씨' OST를 들으면 아직도 가슴이 아릿할 때가 있는데 이런 가사들 때문이다.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아무도 내 맘을 보려 하지 않고
아무도

웃는 사람들 틈에 이방인처럼
혼자만 모든 걸 잃은 표정
정신없이 한참을 뛰었던 걸까
이제는 너무 멀어진 꿈들

이 오랜 슬픔이 그치기는 할까
언제가 한 번쯤 따스한 햇살이 내릴까

버스 정류장에 언젠부터인가 '투명인간' 할아버지가 앉아있다. 앙리 할아버지는 마치 정류장의 한 부속품이 된 듯 언제나 거기에 있었고,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거기에 아기 코끼리가 바람을 피해 들어왔다. 아기 코끼리 또한 '투명'이었다. 그 둘만 서로를 알아보았다. 할아버지는 아기 코끼리가 걱정되어 모처럼 작심하고 마을로 들어갔다. 집집마다 다니며 물었다. 당연히 돌아오는 건 냉대와 험한 말들 뿐이었다. 둘은 다시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작가는 할아버지의 삶이 달라졌음을 표현하려고 애쓴다. 바로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외로움'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마음만 달라진 것이 아니고 결말에 가면 상황도 많이 바뀐다. 할아버지는 더이상 정류장에 없다. 마지막 장면은 할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정류장에 앉아있는 것을 비추고 끝난다. 독자들은 그림엔 없지만 다른 곳에 있는 할아버지를 상상하며 끝날 것이다.

외로움은 인간에게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또 적당한 외로움은 그냥 즐기(?)는 편이지만 이게 나의 교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한마디로 배가 불러서 호강에 겨워 하는 생각이라는 거다. 완벽한 외로움 앞에서 나는 공포에 떨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 할 것이다.

언어를 몰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원제는 그냥 <버스 정류장>인 것 같은데, 제목 번역을 이렇게 한 것은 주제를 제목에 담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걍 너무 밋밋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 외로움과 다른 외로움이 만나면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가 되는 마법. 사회를 이루는 모든 존재들의 공통적인 공식이 아닐지.

오늘도 외로움과 외로움이 눈이 맞아,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마법이 곳곳에서 일어나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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