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개를 지키려는 이유 미래주니어노블 4
문경민 지음 / 밝은미래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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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책을 다 읽어본 건 아니지만 이 책이 상위에 놓일 것 같다. 청소년소설은 따로 빼고 동화로만 본다면(현재까지 3권 읽음) 이 책이 가장 좋았다. 공감도 되고 흐뭇하고 따뜻하고 재미도 있었다. 공감은 우리집도 개를 키우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그만큼 인물들의 감정이 쉽게 마음에 들어왔다.

첫 장의 제목이 ‘지구수비대의 탄생’이어서 외계인이 나오는 SF인가, 뭔가 장르가 특별한가 했는데 그냥 평범한 현실동화였다. 지구수비대 운운이 나오는 배경은 새 아파트 단지의 건설과 주변 작은 학교의 폐교였다. 폐교된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사는 아파트 이름이 ‘지구아파트’. 비싸고 좋은 새 아파트 이름은 프로방스 아파트.^^

지구아파트 동네로 스쿨버스가 운행되기로 했지만 세 소년은 타지 않고 30분의 산길을 걷기로 했다. 이유는 심리적인 게 있겠지만 어찌됐건 그것도 괜찮아 보인다. 운동도 되고.... 결정적으로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사건, ‘개’를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산길에서.

묶여있던 누렁개는 집에서 키우기엔 대형견이었지만 영리하고 소년들을 잘 따랐다. 장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세 소년은 이런저런 것들을 구해다가 등하교길에 정성으로 개를 돌본다.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으니, 전학간 학교의 세 소녀가 자신들 개라며 나타난 것이다. 원래 이름이 캔디라나?

이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졌다. 누구의 주장대로 될 것인가? 지구수비대(굴러온돌 세 소년)와 쓰리걸즈(박힌돌 세 소녀)는 시합을 하기로 했으니, 이쯤되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시합은 세 가지를 하기로 했다.

첫 번째 시합은 수학시험으로 정해졌다. 공부를 못하는 정혁이가 있어서 지구수비대 팀이 절대 불리한 상황. 과연 결과는?
두 번째 시합은 달리기. 남녀의 달리기라니 딱봐도 너무 기우는 시합이 아닌가? 하지만 쓰리걸즈 팀에 육상선수가 있었다?! 그리하여 결과는?
세 번째 시합은 에어로켓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상황은 시합이 문제가 아닌 상황으로 자꾸만 흘러갔다. 장군이(캔디)가 심상치 않았다. 결국 급박한 상황이 오고 말았다. 두 팀은 연합해야 했다. 시합을 할 때가 아니었다.

‘횡격막 헤르니아’라는 병명을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됐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작가의 아픈 기억에 남아있는 병이었다. 경험에 근거해서 쓰신 거라 더욱 실감났을까? 아이들의 간절함과 수의사 선생님의 호의로 장군이는 수술을 받게 된다.
“이럴 때는 기도를 해야 해. 다들 그러잖아.”
어린 손들을 모아 훌쩍거리면서 드리는 기도. 얼마 뒤,
“세 번째 시합 준비해야겠어.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만나자고.”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지? 독자들도 환호하게 된다.

200쪽이 넘는 책이니 위에 쓴 건 아주 큰 줄기일 뿐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세 소년과 세 소녀의 상황들이 자세하게 혹은 간단하게 드러난다. 특히 인상적인 건 학교 박힌돌인 줄 알았던 쓰리걸즈 세 명 또한 비주류였던 것. 아파트 외곽의 꽃대울 마을 출신들이었다. 어쩐지 셋만 뭉쳐 다니더라니.... 아파트 평수로 계급을 나누는 주류 아이들 사이에 낄 수 없었던 아이들. 이렇게 또 작품에선 아픈 현실 하나를 꼬집었다.

아이들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세상에 너무 많고 그게 당연하기도 하다. 수의사님의 연결로 일련의 과정은 방송을 타게 되는데, 한 명 한 명의 인터뷰가 가슴을 울린다. 엄청난 감정이어서가 아니고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저는 캔디를 사랑하니까요. 할머니를 사랑했던 거랑 다른 바 없어요,” (주희)
“감정이 오고 갔잖아요. 캔디랑 저랑요. 우리는 이미 친구가 된 거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를 내버려 둘 순 없으니까요.” (민준)
“그럼 캔디를 그냥 버려요? 그렇게 잔인한 마음은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민경)
“좋아하는 사람을, 아, 사람은 아니구나. 아무튼 캔디를 지키는 데 특별한 이유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혁)
“캔디가 건강해지길 바랐을 뿐이에요. 뭘 바라거나 이유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그냥 자연스러운 거였어요. 수술비가 하나도 아깝지 않아서 솔직히 제가 저한테 놀랐어요.” (수림)
마지막으로 고찬이는 캔디를 돌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힘이 났다고, 위로받는 기분이었고 캔디에게서 받은 게 더 많다고 했다.

여러 일화들 중에서는 정혁이가 이런 일들을 겪으며 “고기를 못 먹겠다”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들의 대화에서 단순하지만 동물권에 대한 내용도, 육식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결론이 나진 않는다. 섣불리 결론을 낼 수도 없지만 그래도 이런 대목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시는 서사가 참 알차다고 생각되었다. 버릴 것이 없는 서사라고 할까.

아이들의 시합은 끝나지 않았다. 이미 의미가 없어져버린 시합이지만.
“재밌잖아. 그냥 해.”
그래, 시합 때문에 이 책을 읽는데 참 재밌었다.^^ 비주류인 두 팀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이렇게 부대끼다 적응하고 즐거워지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든 생각이 있다. 한 생명을 지키려는 아이들의 지극한 마음이 참 아름답고 고맙고 감동을 준다. 요즘은 이런 작품도 사례도 많다. 그런데 그에 비례하여 인간에 대한 마음도 같이 높아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을 보살피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개나 고양이를 보살피는 게 쉽고 짧고 가성비(?)가 높다. 그리하여 인간을 내버리고 빈 구석을 개나 고양이로 채우는 마음이 우리에게 없을까?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 마음에 이 경고를 하고 싶다. 물론 이 책의 지구수비대와 쓰리걸즈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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