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비밀 클럽 사과밭 문학 톡 3
유순희 지음, 박지윤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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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동화는 이미 많이 읽었다. 더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좋아하는 유순희 작가님의 책이라 읽어봤다. 복잡한 관계에 얽히느니 그냥 혼자인 게 나은 나는 같은 여자이면서도 여학생들의 심리를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작품 속에서는 관계의 권력을 쥐고 부당하게 행사하는 여왕벌 같은 아이가 자주 나오는데, 그 아이도 알고 보면 주변이 무척 힘들고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였다는 결말에 이르곤 한다. 뭐 당연히 그렇겠지. 사이코패스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면.

하지만 나도 늙었는지 지쳤는지 (사실 늙을수록 마음이 넓어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반대인 듯) 저런 이야기에 그닥 감동받지도 어머나 그랬구나 몰랐어 미안해 흑흑 이런 마음이 들지도 않는다. 그냥 너도 힘들었구나, 그치만 그렇다고 남을 괴롭히는 게 괜찮을까? 이런 마음?

이 책에도 여학생 관계의 중심에 있는 ‘예나’가 나온다. 전학 온 예나는 눈에 띄는 아이였고, 주변에 금방 아이들이 몰려들어 무리를 이룬다. 그리고 멀찌감치서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은서’가 있다. 이 책의 화자다. 은서는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고민이다.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다. 이렇게 독립적이지 못한 경우 물불을 못 가리게 되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가 있다.

다행히 은서는 그정도 분별이 없는 아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깊이 빠져 허우적대기 보다는 상황을 파악해가는 쪽이다. 예나의 거짓말과 뻔뻔함, 절친인 척 하는 친구들의 두얼굴을 모두 본다. 아이들도 가면을 쓴다. 이 책의 아이들처럼 이중삼중으로 쓰는 경우까지는 못보았지만, 그건 진짜 내가 ‘못’본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담임선생님도 그랬으니까. 예나의 실체를 보게 되고 이유(변명?)를 듣게 된 은서가 한 말에는 단단한 뼈가 있다.
“그 아이는 바로 너잖아.... 다른 아이가 시킨 게 아니라 네가 그런 거잖아.... 누구도 널 조종하지 않아. 잘못을 인정해.”

하지만 은서는 예나의 잘못을 품고 있을 수밖에 없다. 나머지 아이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친한 척 뒤통수치고, 뒤에서 모략하고... 그런 아이들에게 예나의 비밀을 까발리고 싶지는 않다. 그건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은서가 깨달아가는 것에 작가의 주제가 들어있는 것 같다. 그림을 좋아하는 은서는 미술학원에서 “너를 나타내는 색이 뭐니?” 라는 질문을 받고 ‘나만의 색’에 대해서 혼자 생각에 잠긴다.
“난 우비 클럽 아이들과 있어서 안심이 되기는 했지만, 잘 모르는 화장품 브랜드 이야기를 들어 주느라 지루했다. 키 때문에 놀림을 당하거나 주눅 들 때가 많았다. 그래도 다시 혼자가 되는 게 너무 싫어서 참기만 했다. 대화가 잘 안 통해도 내가 그 아이들에게 무조건 맞춰 주면 친구가 된다고 믿었다. 스스로를 속이면서 말이다.” (131쪽)

은서의 깨달음이 지금도 관계 속에서 전전긍긍하는 아이들에게 용기와 결단을 주었으면 한다. 너무 조급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특히 소위 ‘클럽’의 아이들(이 책에선 우비클럽) 틈에 끼는 일은 당당히 사양해도 좋지 않을까? 독립적인 아이들은 관계를 구걸하지도 목매지도 않지만 자연스럽게 좋은 친구가 생긴다. 좀 오래 걸릴 수는 있지만.

결말에서 예나는 멀리 떠나게 됐지만, 멀어진 거리만큼 관계는 진실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음모와 술수가 가득한 전개에 비해 결말은 아주 깔끔한 해피엔딩이다. 아이들 관계는 어려워.... 어떤 애들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한 번 더 공부한 셈이다. 물론 그 공부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다. 아마 영원히 끝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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