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명의 대니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시스카 후민느 지음, 메이럴 아이케르만 그림, 정신재 옮김 / 우리학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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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어떤 의미로 지어졌든, 이 가사에는 모든 이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다른 깊은 의미도 있겠지만 말 그대로를 공감한다. 내 속엔에 내가 너무도 많아.

이 그림책은 그 말을 아주 실감나게 극대화하여 형상화했다. 천 명의 대니.
대니가 대개 보여주는 첫 번째 모습은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타인에게 사랑받으려 하는 모습이다. 대니가 우리반이라면 나는 이런 학생이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대니들은 이게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꿈틀거리며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해요.”

그 대니들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튀어나온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행복한 대니가, 할머니 앞에서는 꼬맹이 대니가 나온다. (그래서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는다’는 말이 나온게 아닐까.^^) 체육 시간에는 슈퍼맨 대니가 나오지만 읽기 시간에는 부끄러워하는 대니가 나온다. 퉁퉁부은 대니도, 자랑하는 대니도 있다.

그런데 대니 안에 꿈틀거리는 모든 대니들이 다 드러나도 괜찮은 ‘세상에 단 한 곳’이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곳은 바로 ‘집’이다. 집에는 대니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맘 편히 나를 드러내도 될 장소가 세상에 한 곳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집’이 저런 장소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생각에 미치면 조금 슬퍼진다. 집이야말로 나를 감춰야 하는 장소인 아이들도 있지. 그런 아이들의 표출은 다른 장소에서 이뤄질테고, 아이는 충분한 이해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타인들의 이런 모습을 밖에서 보면서 감당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닥치면 어쩔 수 없이 해야겠지만....

천 명까지는 아니지만 내 안에도 다른 나들이 많이 살고 있다. 지금은 ‘직업으로서의 나’가 나를 대표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 직업을 수행하다보니 MBTI도 바뀌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P에서 J로 전환된 일인데, 자연스럽게 내버려둔 나는 게으르고 편한 걸 추구하고 흘러가는대로 놔두는 스타일인데 그래서는 소심하고 욕먹기 싫어하는 내가 직업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계획하고, 미리 해놓고, 점검하는 ‘또 다른 나’가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개인사로 돌아서면 이 ‘나’는 깊이 숨어들고 본래의 나가 등장하여 한껏 뒹굴며 게으름을 피우고 일은 미룰 때까지 미룬다.

평상시의 나는 되도록 좋은 말로 갈등의 불씨를 남기지 않지만 뭔가 뇌관이 건드려지면 과도할 정도로 화를 내는 것도 나다. 그 나는 쌍욕도 하고 저주도 한다. (하지만 천 명의 나에게도 바운더리는 있어서 대놓고는 못함ㅎㅎ) 따뜻하고 편하다는 소리도 듣지만 뭔가 어렵고 딱딱하다는 말도 듣는다. 이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있는 ‘천 명의 대니’다.

누구나 그 안에 천 명의 대니를 가지고 있기에 인간은 모두 천 개의 선택과 천 개의 행동을 할 수 있겠는데,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이 정해져 있는 걸 보면 각자가 가진 성향과 바운더리는 아무래도 있는 모양이다. 그걸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나는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나의 결론은 이것이다. 누구나 천 개의 나가 있다. 그걸 조율하고 행동을 선택하는 힘은 가치관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어른들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철학을 공부하신 작가님이어서 그런지, 짧은 그림책이 나로 하여금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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