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의 놀이터 상상문고 14
제성은 지음, 정은선 그림 / 노란상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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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지원군으로 출동한 조부모, 맞벌이 부모, 아이들, 이렇게 3대가 나오는 이야기다. 누가 가장 공감할까? 내가 보기엔 조부모일 것 같다. 다음은 부모.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얼마나 공감할지 잘 모르겠다. 우리집 애들처럼 할빠(할아버지 아빠)나 할마(할머니 엄마)가 계신 아이들은 공감도 하고 감사도 할 것 같고, 해당사항 없는 아이들은 그냥 다른집 구경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우리를 키우신다는게 이렇게 힘든거구나'를 느낀다거나, '우리도 할빠나 할마가 계시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좀 더 나가면 고령화 사회의 노인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이들이 닿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보인다. 그건 나에겐 너무 절절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물론 나도 예전엔 몰랐었지. 그건 바로 늙어가는 슬픔과 고통이다. 이 책에선 추함을 빼고 표현했기에 그마저도 아름답게 보이지만, 추함이 빠질 수 있을까? 그래서 난 두렵기만 하다.ㅠ

오후 네 시의 놀이터는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다. 육아인들이 만나는. 그곳에서 지민이 할마와 시아 할빠가 만난다. 처음엔 으르렁거렸지만 지민이와 시아의 공동작전으로 이내 친구이자 동지가 된다. 아이들의 작전이 유효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골에 계시다가 자식들의 다급한 상황 때문에 올라와 육아에 참전한 용사들이라는 점.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어리버리 노인들이라는 점. 늙어서 이제 몸도 예전같지 않다는 점....

지민이 할머니는 지민이와 동생 두 형제를, 시아 할아버지는 시아와 동생 두 자매를 키우신다. 초등생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둘을 돌본다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여기선 할아버지가 육아 선배시다. 할머니는 부지런하고 사랑도 넘치는 분이지만 육아는 녹록치 않고, 아이가 다친다거나 집이 엉망된다거나 등 키운 공이 사라지는 일들도 생겨 할머니의 힘을 빼놓는다. 그래도 할머니는 지민 할아버지와 하나하나 도전해가며 도시 육아 생활 적응에 힘쓴다.

그런데 이번엔 할아버지가 심상치 않다. 잘 넘어지시고 깜빡깜빡 하시는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병명이 있었는데 끝까지 읽어보니 결국 그거였다. 파킨슨병. 그게 얼마나 힘든데...ㅠㅠ 할아버진 결국 휠체어를 타시고, 요양병원으로 가시게 된다. 함께하던 네시의 놀이터엔 할머니만 남았고, 할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읽는다. 놀이터의 아이들은 잘 있는지 궁금해하며 당부하는 편지. "다음번에도 편지 쓰겠습니다.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놀이터엔 초보 할마가 새로 나타나셨다. 이제 할머니가 손 내밀 차례.

여성의 경력 단절도 막아야 하고 출산율도 지켜야 한다면 대체 육아는 누가 해야 하는 걸까? 노인들도 평생 고생했으니 노후의 삶을 자유롭게 즐길 권리가 있는데 말이다. 돌봄기관의 활성화도 필요하지만 꼭 그게 답일까?

난 옛날 엄마들의 삶도 꼭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단 전업주부들의 역할도 귀하게 여겨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근무시간이 좀 여유있고 탄력적일 수 있으면 좋겠다. 급할 때 부부가 서로 시간을 조금씩 낼 수 있도록. 더 나아가면 저녁이 있는 삶. 밤까지 돌봐주는 돌봄기관보다도 부모를 집에 보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부모들은 서브 양육자로 가까이 계셔주시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돌봄노동에 희생되지는 않되 아이들이 그 따스함을 느끼고 자라날 수 있도록. 아이들 옆에 어른은 많을수록 좋다. 믿을 수 있는 내편인 어른의 존재. 그것이 아이들에게 주는 안정감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세상 돌아가는 게 어찌 말처럼 쉬우랴. 그래도 꿈은 꾸어보면서, 오늘도 육아라는 고되고 고귀한 일을 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그 일을 행복하게 하시길 빈다. 그래야 아이도 행복하고, 모두가 행복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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