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특공대 산하 지식의 숲 30
조인하 지음, 김기린 그림 / 산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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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처럼 책도 편식은 안하는 게 좋다는 쪽이어서 아이들에게 문학에 버금가게 비문학도 권하고 있다. 음식 취향이 있듯이 책에 대한 취향도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문학 쪽을 조금 더 선호하는데 아이들 중에 나와 같은 아이들도 있고, 비문학에 더 끌리는 아이들도 있다.

 

비문학 중에 이런 책은 참 재미있다. 가만 보면 비문학을 재미있게 쓰는 것은 문학 창작만큼이나 어려울 것 같다. 재미있으면서 지식 전달도 해야 하고, 재미를 위한 장치는 있어야하지만 그 장치 자체가 너무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지식내용이 빈약해져 버리면 안되고....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각각의 비중이 적절하여 내용이 알차다. 코로나 때문에 골탕먹은 인간들이 미생물을 소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그 소식을 들은 미생물들이 그에 대항하는 특공대를 조직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는 설정으로 내용을 끌어간다.

 

회의에 참여한 참여한 미생물들은 크게 4개의 그룹이다. 세균(Bacteria), 바이러스(Virus), 원생생물(Protist), 균류(Fungi). 이들이 회의에서 발언하며 자신들에 대해서 소개도 하고 서로 묻고 답하기도 하는 중에 독자는 미생물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1[각종 질병으로 괴롭혀 주지]에서는 세균들이 등장한다. 대장균, 충치균, 황색 포도상 구균, 콜레라균 등.... 제목처럼 세균은 인간에게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하지만 유익한 일을 해주는 세균도 있다. 대장균도 병원성 대장균 말고는 유익하며 유산균은 아주 고마운 존재지. 세균들마다 발언을 보면 성격들이 나타나는데 조심스럽고 사려깊은 유산균, 투덜대지만 순진한 대장균 등 캐릭터도 잘 만들어낸 것 같다.

 

2[전 지구를 팬데믹에 빠뜨려 주지]에서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로 그, 코로나 바이러스가 제일 먼저 나온다. 캐릭터로 치면 아주 강하진 않다. 자신은 원래 박쥐 같은 야생동물의 몸 속에서 살던 평범한 바이러스였다고. 그런데 인간들이 야생동물을 잡아먹으면서 인간에게 옮아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더니 전염성이 대단한 신종 바이러스가 되어 있었다고. 코로나 외에도 인플루엔자, 에이즈 바이러스 등이 나온다. 바이러스들은 대개 섬뜩하다. 하지만 장 끝에 나오는 정보 페이지에 보면 병을 치료하는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같은 것도 있다고 하니.

 

3[별로 해를 끼친 것도 없는데 억울해!]는 원생생물이 나오는 장이다. 원생생물 하면 아메바, 짚신벌레, 해캄만 생각나는데 클로렐라, 미역, 파래, 김도 포함된다. 아니 미역이랑 김은 늘 접하지만 여기에 속한다고는 생각 못하고 있었네? 광합성을 하고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마운 존재인데, 드물게 있는 파울러 자유 아메바같이 치명적인 원생생물 때문에 이미지가 좋지 않아 억울하긴 억울하겠다.

 

4[지구가 온통 쓰레기로 뒤덮일걸?]은 균류의 장이다. 곰팡이와 버섯이 대표적이다. 부피를 가진 버섯은 미생물이라는 이름에 좀 어울리지 않지만 균사가 있고 포자로 번식한다는 면에서 균류가 맞다. 균사가 없는 호모도 이 그룹에 속하는데 얘도 역시 착한 캐릭터. 곰팡이들 중에는 페니실린을 만들어 수많은 생명을 구한 푸른곰팡이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제목처럼 지구가 쓰레기장이 되지 않도록 분해하는 역할들을 한다.

 

세상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모든 존재들 또한 그렇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똑같은 개념이라곤 할 수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들이 이 세계의 많은 부분을 이루고 떠받치고 수많은 역할들을 하고 있다. 이 토대 위에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 존재들 중 일부일 뿐인데, 이 책의 설정처럼 나머지 존재들을 지배하려고 하지. 이 책에서는 미생물들이 특공대를 조직하기 전에 일단 그들의 모습을 인간에게 친절히 알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알림을 접할 수 있는 것이고.

 

과학 교과에서 작은 생물을 다루는 단원들이 있는데 이 책을 비롯한 여러 책들을 자유롭게 살펴보며 배경지식을 넓히든 조사학습을 하든 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특히 재미있다는 장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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