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동의가 뭐야? 따뜻한 지혜, 인문 Pick! 1
저스틴 행콕 지음, 푸크시아 맥커리 그림, 김정은 옮김 / 픽(잇츠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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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도서로 나왔지만 내용수준상 중학교에서 읽으면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은, 나처럼 시대를 따라가기 버거운 어른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인지도 모른다.

 

동의라는 단어 하나로 책 한 권이 쓰여졌다. 이 낱말이 포함하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 되겠다. 동의를 구한다는 것. 그것은 상대의 뜻을 존중한다는 것이고, 내 의지대로 남을 조종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제된다면 인권의 모든 이슈들이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읽으면서 이해했다. 왜 이 단어 하나로 책을 썼는지.

 

80년대의 끝자락 학번인 내 세대가 마지막 구세대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우리 시대 때는 당연하던 것에 시간이 흐르며 많은 물음표가 달렸다. 그 물음표에 지금의 나는 대부분 수긍한다. 그때는 그런 생각을 잘 못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찌보면 역사의 진화는 이렇게 이루어져온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당연한 것도 다음 세대에는 말도 안되는 것이 될 수 있겠지.

 

내 세대에 부족했던 것이 동의였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동의라는 것은 매우 섬세해서, 기본적으로 개별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생각을 잘 못 했다. 흑백논리가 많았고 흑과 백 사이에 수많은 빛깔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내 확신과 다른 남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고정관념에 빠져 있었고 성역할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여성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얽어매는 셀프 노예 사상에 젖어있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게으르고 이기적이어서 그렇지 못했고 그분들을 그냥 착하시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게을렀던 게 천만다행이었던?

 

한가지 예를 들면 여성들의 내숭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부분이 있었다. 원하는 걸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 남성이 알아서 리드해주길 바라는.... 드라마를 보면 여성은 속마음을 감추고(한마디로 내숭만 떨고) 남성은 그런 여성을 밀어붙여 내꺼로 만든다. (난 옛날부터 이 내꺼라는 말이 왜이렇게 우웩인지 모르겠어. 심지어 요즘노래 가사에도 있더만.) 중학교 때 우리반에 상당히 눈에 띄는 친구 한 명이 있었는데 그애가 나는 와일드한 남자가 좋아~” 라고 해서 속으로 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도 동의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나의 동의 따위는 구하지 않고 날 밀어붙여 쟁취하는 사람이 좋다고? 얼마나 날 좋아하면 그러겠어~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 속아 인생 후회한 여자들이 한둘이야? 진정한 사랑은 뺏는 것이 아니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 이 책을 읽고나니 멋있는 말이 저절로 나오네.ㅎㅎㅎ

 

이 책은 글도 좋지만 디자인 감각이 물씬물씬 풍기는 그림이 큰 몫을 하는 책이다. 한 장 한 장이 다 포스터 같다. 전면이 칼라로 된 페이지가 많고 주로 선명한 색들이 사용되어서 명시성이 매우 높다. 이 책이 그림 없이 글로만 되어있다면 끝까지 읽기 어려울 수 있다. 아주 재미있는 글이라곤 볼 수 없으니. 그림이 독자들을 끝까지 이끌어가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고 있어서, 글과 그림이 거의 50:50의 비중인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의 한계, 마지막 구세대라는 점에서.... 성관계와 젠더 부분은 굳이 초등학생 때 읽어야 할까 싶기는 하다. 나의 기준으론 청소년용으로 적당해 보인다. 하지만 동의를 정의 내리고 설명하는 부분은 초등에도 매우 적절하다. 나부터 잘 읽고 나의 설명으로 잘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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