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귀신과 함께 마루비 어린이 문학 2
한영미 지음, 임미란 그림 / 마루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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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소재들로 채워진 동화다. 그중에 '귀신'이 두드러지기에 솔직히 썩 끌리진 않았다. 괴기류를 싫어해서.... 하지만 읽다보니 무섭다기보단 애잔하달까.... 귀신을 믿지는 않지만 상상력의 영역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 사연을 들여다보면 흔하지 않은 새로운 소재를 다루셨다는 생각도 든다.

경재네는 3남매, 부모님까지 다섯 식구인데 방 두개짜리 작은 연립에 산다. 게다가 엄마 뱃속엔 넷째가... 곧 여섯 식구가 될 예정이다. 경재의 소원은 자기 방을 가져보는 것이다. 난 무척 공감이 간다.

그런 경재가 하교길에 발견한 광고지는 전원주택 광고였다. 방이 다섯 개! 초등학생이 관심가질 내용은 아니지만 경재의 소원에 비추어보면 솔깃할 수밖에. 파격 할인이라는 '2억 5천만원'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광고지를 잘 챙겨 엄마한테 갖다드린다.

요즘 집값이 미친 가격이라... 2억 5천이면 웬만한 곳 전세값도 안될 가격이니 독자인 나도 솔깃했다. 방이 다섯 개면 2층집. 정원도 있다니 얼마나 좋을까... 아빠는 의심했지만 엄마는 전화를 해보고는 집을 보러가기로 한다. 집은 도시에서 좀 떨어졌다는 것 외엔 손색이 없었고 엄마는 홀린 듯 계약했고, 드디어 이사를 하게 됐다.

경재는 2층의 방 하나를 혼자 차지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이 집이 왜 헐값에 나왔는지 알게 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아있는 2층의 한 방에 누가 살고 있었다. 밤이면 대화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그 '누구'는 할머니와 고양이였다. 정확히 말하면 할머니 귀신과 고양이 귀신이었다. 그들은 이미 죽었으니까.

그들은 왜 이 집에 있는걸까? 왜 이 집에 이사오는 사람들마다 견디지 못하고 집을 팔고 나가게 만드는 걸까? 그 사연 안에 애틋한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고통 받기에는경재네 가족은 죄가 없지 않나? 다행히 밤에 게임하길 좋아하는 경재를 빼고는 식구들이 잠을 잘 자서 무서운 일은 생기지 않는다. 아빠는 돈버느라, 엄마는 임신한 몸으로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보살피느라 밤이 되면 세상모르고 곯아떨어지는 것이다. 두 귀신이 아무리 식구들을 놀래키려 해도 잠에서 깨지 않으니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 점, 낮에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숙면하는 미덕을 일깨워 주는 것인가?^^

식구들을 괴롭혀 내쫒으려는 할머니와 맞서다보니 경재는 할머니의 사연도 마음도 알게된다. 할머니는 아들 가족이, 손자가 그리웠던 거다. 죽어서도 기다릴 만큼. 하지만 그들에게 할머니는 잊혀졌다. 그들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거의 와보지도 않은 이 집을 팔고 떠났다. 다시 돌아올 일은 절대 없을거다. 할머니가 그렇게 피눈물 흘리며 기다려도....

함께 귀신이 된 할머니 '점순 씨'와 고양이 '반짝이' 사이의 애정도 눈물겨웠다. 결국 할머니는 아파하는 반짝이를 보다못해 자기 뜻을 포기한거니까.... 그래서 '경재만 아는' 귀신들은 '경재만 알게' 이 집에서 공존하기로 한다. 경재도 두 귀신을 소중히 지켜주려 한다. 뒷이야기가 있다면 아마도 경재네 가족은 그 집에서 막내동생까지 낳고 행복하게 살 것이고, 할머니는 그 모습을 미소띠며 지켜보실 지도 모르겠다.

죽은 사람이 떠나지 못한다거나,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도 이 책의 점순 씨와 고양이에게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만약을 가정하고 점순씨에게 한마디 한다면 "기다리지 마세요."라고 하고 싶다. 기다리는 건 슬프니까. 내가 개를 보면서 가끔 울컥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언제 올 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한 곳을 바라보는 그 뒷모습을 볼 때다. 개는 말 못하는 짐승이라 그렇다 치고, 할머니, 뭘 그리 기다리시나요. 부질없게. 오지 않는 사람 기다리는 거, 살아서도 못할 짓인데 죽어서는 더더욱 하지 마세요. 요즘 그런거 높이 사줄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시대에 맞춰서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네?

그렇긴 하지만, 우리들도 주변을 좀 돌아보며 살 필요는 있다. 누구를, 특히 부모님을 너무 기다리게 하진 말자. 피차 살면 얼마나 산다고. 매일 수록 귀찮고 편한 만큼 외로운 법이니, 너무 매이지도 너무 편하지도 않게, 적당히 귀찮고 적당히 외롭게,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글쎄 저도 잘 모르겠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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