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드 SF 슾 어린이 1
최영희 지음, 도화 그림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SF를 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코웃음 나오지 않게, 읽다 던져버리지 않게.
황당무계하지 않게 논리적이든가, 아님 황당무계한 줄 알면서도 빠져들게 재밌든가.

최영희 작가님은 이런 경지로 다가서시는 것 같다. <현아의 장풍>이나 <나만 모르는 엔딩>은 청소년용이면서도 SF적인 상상은 좀 황당무계했다. 대신에 그안에 들어있는 현실 청소년들에 대한 따뜻하고 안쓰러우면서로 신뢰감있는 시선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그들의 톡톡 튀는 현실대화 또한 매력있었다. 이 책은 어린이용이면서도 앞의 작품들보다 훨씬 무거운 상상과 진지한 질문을 담고 있었다.

써드(third). 세번째 존재라는 뜻이다. 첫번째는 인간이다. 두번째는 뭘까? 짐작하다시피 인공지능이다. 기계인간. 그들은 어느새 인간을 넘어섰고, 인간을 추방하고 세상의 주인 자리를 차지했다.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며 효율적이지 못하다."
이것이 그들이 내세운 이유였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도시를 빼앗기고 문명이 없는 원점의 상태로 황무지에 버려졌다. 그곳에서 돼지치기 일을 하고 있는 요릿이라는 소녀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곳의 숲에서 범상치 않은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도시에서는 조사관을 파견했고, 요릿에게 숲 안내를 맡긴다. 리처드라는 소년의 모습을 한 조사관은 당연히 기계인간이다. 기계인간 소년과 인간 소녀의 불편한 동행이 스토리의 줄기다.

거기서 그들은 프롤로그에서 등장했던 괴물을 만난다. 인물의 등장방식이 매우 극적이다. 호기심, 놀라움, 복선, 반전 등등이 몰입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영화의 전개방식을 연상케 한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 (혹시 그걸 감안하고 쓰셨을까?)

이것만 스포를 하자면, 그 괴물이 바로 써드였다. 제3의 존재. 그는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나? 그는 왜 자신의 이름을 모르나? 그는 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나?

이 과정에서 인간의 문학작품이 등장하는 것이 첫번째 놀라움이었다. 아 그 작품의 이름을 말하면 안될거 같아 입이 근질거림... 근데 난 그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다이제스트판을 읽었거나 아니면 안읽은 것 같다. 이럴수가! 이제라도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두번째 의외인 점은 (사실은 예상했었는지도) 도시의 로봇 소년과 추방된 인간 소녀가 탐사 중 위기 시에 협력하면서 우정이 싹튼다는 점? 그러고보니 이런 요소가 바로 어린이책에 걸맞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먼저 자신을 던져 상대방을 지켜준 건 기계인간 쪽이었다. 헷갈린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감정인가? 고귀한 가치인가? 그건 인간의 고유한 것인가?

그것보다도 인간이 가진 고유한 특성으로 '이야기'를 꼽은 작가의 통찰에 공감의 박수를. 화수분 같은 인간의 스토리 능력은 오늘도 이렇게 '책'을 써내고 읽어내고. 전혀 효율적이지도 논리적이도 않은 인간의 '감'과 '상상'은 또 끊임없이 새로운 짓을 꾸며내지. 그것이 인간의 경쟁력(?)이라고 하면 말이 될까 안될까?^^;;;

"나는 누구입니까?"라는 가슴저린 써드의 물음은 이 세상 모든 존재의 질문이 아닐런지. 써드 아닌 퍼스트들은 이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었나?

몰입력이 뛰어나므로 고학년 아이들에게 충분히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중학생들에게 권해도 좋겠고, 이 책에 나오는 다른 문학작품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독서방법을 권하고 싶다. 가슴이 뛰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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