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로 가는 아이들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18
박현숙 지음, 김병하 그림 / 살림어린이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가님의 첫 책 <크게 외쳐!>가 나왔을 때 그해 5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고, 역사동화 <아미동 아이들>도 아이들에게 많이 추천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분 작품에 손을 안 대게 되었다. 다작도 다작도 이런 다작이 있을까 싶게 작품이 아주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난 사람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이정도 다작이면 작품의 질이 높을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서실 곳곳에 눈에 띄는 이분의 작품들을 그냥 패스했는데.... 이번에 사서샘이 '세종도서 문학나눔' 도서로 받은 책들을 한쪽에 진열하셨다. 그중에 이 책이 있었다. 그래도 한번 읽어볼까 싶어서 가져왔는데....

결론은 '세상 참 불공평하다' 인가?ㅎㅎ 생각만큼 작품이 허술하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박현숙 님 작품의 특징은 긴 분량의 고학년용 동화도 단숨에 읽게 되는 속도감과 몰입감에 있었는데 이 책도 200쪽 분량을 한자리에서 다 읽는데 1시간도 안걸린 것 같다. (내가 원래는 빠르지 않고 앉아서 읽다 누워서 읽다 자다가 깨서 읽다 하는 스타일인데)

'작가의 말'이 앞에 나왔다. 작가는 마트에서 시식코너 사이를 전전하는 아이들을 보고 그들의 사연을 알게 된 뒤 작품을 쓰게 됐다고 한다. 그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이 책에 나온다.

풍호. 아빠가 사고쳐서 낳은 아들. 할머니가 마트 청소를 하며 먹여살린다. 엄마는 누군지도 모르고 아빠 얼굴도 보기 어렵다.
도식. 별명이 조선간장인 이유는 시식 음식을 챙겨갈 정도로 짠돌이라서다. 하지만 엄마가 일하는 가게 주인의 장애가 있는 딸아이를 돌봐줄 정도로 착하고 또 정직하다. 이 아이가 겪는 억울하고 슬픈 사연이 스토리의 중심이다.
준호. 별명이 북어인 이 녀석은 학교에서도 조폭 대장 노릇을 하는데 마트 아이들 사이에서도 대표가 되고 싶어한다. 어렵게 살아도 옳고 그른 건 분별하려고 하는 두 주인공들하고는 많이 다르다.
점례. 요즘 아이들 중 이런 이름이 있다니. 어릴 적에 많이 아프고 나서 지적 장애를 갖게 됐는데 이 아이의 저지레 때문에 두 주인공은 여러번 곤경에 처한다. 근데 이 아이에 대한 묘사가 이정도면 괜찮은걸까? 라는 의문이 살짝.... 물론 실제로 더 심하게 사고를 치는 장애아동들도 많기 때문에 비현실적 캐릭터가 전혀 아니지만.... 작가가 설정한 이름도 외모도 비호감을 유도하지 않겠나 좀 우려스럽다. 이런 부분은 작가도 조심스럽겠지만 독자도 어찌 생각해야 할지 조심스럽다.
그 외 풍호 할머니, 도식 아버지, 점례 어머니, 마트 직원 등등의 어른들이 주변인물이다.

내가 이 마트 배회 아이들을 실제로 만난다고 생각해봤다. 시식코너 알바 아주머니라면 몹시 짜증이 날 것이다. 얄밉고 성가실 것이다. 마트 보안직원이라면 내 책임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눈의 가시 같을 것이다. 학교 선생님은 나오지 않지만(돌봄 선생님이 잠깐 나옴) 우리반 학생이라면 어떨까?도 생각해 봤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학구에선 저녁을 해결하기 어려워 시식으로 배를 채우고 더불어 시간까지 때우는 경우는 못 본 것 같다. 하지만 있다고 할 때 이들의 안정되지 못한 환경과 결핍은 학교에서 어떤 문제로 발현이 될지, 그럼 나는 그들을 어떻게 돕는 것이 맞는지 참 어렵고 마음이 무겁다.

결핍이 있어도 주변 인물들을 지키려 애를 쓰는 도식이나, 틍퉁거리면서도 인정이 있고 선을 지킬 줄 아는 풍호 정도면 학교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북어 같은 애들은 그러기 어렵다. 실제로는 북어 같은 아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의 무배려 몰염치는 가르쳐야 하는 것임에도 그러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어려운 현실에 처한 아이들을 그렸음에도 칙칙하거나 서늘하지 않고 희망이 느껴지는 것도 작품의 특징이다. 딱히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잡초처럼 일어서며 웃을 일을 찾는 풍호와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은 안심을 한다. 그들을 응원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배가 고파 시식 음식을 탐하는 것보다도 할 일, 있을 공간이 없어 마트에서 시간을 때우는게 더 안타까웠다. '작가의 말'에 나온 작가의 어린시절처럼, 누구나 배고프고 방과후엔 아이들끼리 알아서 어울려 노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 결핍감은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돌봄교실에서 간식을 먹는 저학년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픙호의 모습이 나온다.(돌봄교실은 3학년까지 해당) 마트를 배회할 시간에 이들에게 간식을 주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준다면 좋을텐데. 나는 가장 좋은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문학, 음악, 미술, 체육 중에서 아이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것을 수준있게 제대로 지도해주는 것이다. 인력과 돈과 장소가 있어야 되는 일이다.(돈을 투자해야 나머지 둘도 해결됨) 정부는 저출산을 해결한다며 아이들을 일괄 3시까지 학교에서 붙들고 있으라는 헛발정책이나 만들지 말고 이런 고민을 실제적으로 하기를 바란다. 아들이 군대가기 전 구청의 복지 프로그램에서 새끼선생(?)으로 기타 지도를 도운 적이 있었는데, 일단 방향은 맞다고 생각되고 내실화가 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혜를 모으면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으니 책의 깊이는 그닥 얕지 않다고 봐야겠다. 엄청난 다작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할까... 그래도 묵힌 장이 더 깊은 맛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퍼남매맘 2018-09-1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고 계시죠? 오늘 출근하는 뒷모습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