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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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몇 종류가 있는데 사람은 그중에서 자기 몸에 맞는 행복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해. 잘못된 행복을 으면 그건 손바닥 안에서 금세 불행으로 바뀌어버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불행이 몇 종류인가 있을 거야. 분명. 그리고 사람은 거기서 자기 몸에 맞는 불행을 선택하는 거지. 정말로 몸에 맞는 불행을 선택하면, 그건 너무 잘 맞아서 쉬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행복과 분간하지 못하게 되는 거야. - P25

소네는 냉정한 사내구나, 라고 나는 생각했다. 소네는 자기 삶에서 의미가 없는 것은 가차없이 잘라버린다. 인간에게는 속아주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 있을지 모르는데. - P50

노세 씨가 내 생활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한 순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아픔이,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엄청난 아픔이 내 가슴을 조여오더라. 그때야 나는 내가 노세 씨의 사상과 행동만을 존경하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았지. 토론하는 그의 뜨거운 몸짓을, 여유로운 밝은 웃음을, 문득 고개를 들 때 보이는 턱선의 젊디젊은 윤기를, 그리고 뺨과 목덜미에 보송보송한 아직 어린 그의 솜털을, 그러니까, 여름 아침의 산들바람, 가을 저녁 은행나무의 긴 그림자, 이른봄 새벽의 떨리는 공기처럼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야. - P163

2층 창가에 선 당신의 얼굴에 아래에서 비스듬히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이 비치고 있었어. 빛 그림자 탓일까. 반쯤 열린 유리창에 먼산을 보는 당신의 옆얼굴이 뜻밖에 또렷하게 비치는 거야. 아주 차가우면서도 쓸쓸한 시선으로 끝없는 저 너머를 보는 듯한 옆얼굴이었어. 그걸 보았을 때, 나는 문득 내 속의 피로를 느꼈어. 아, 피곤하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니 그 피로감이 갑자기 무거워져 온몸에 가라앉는 것 같았어. 속옷을 챙겨 입는 것조차 귀찮은 기분이 들더라고. 간신히 옷을 다 입고 돌아보니, 당신은 아직 담배를 피우면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어.

그런 피로는 그후 줄곧 나를 떠나지 않았어. 당신 품속에 나를 맡기고 녹아드는 안도감 속으로 빠져들 때도 역시 내 몸속 어딘가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거야. 아무리 깊은 잠도 그것을 달래주지 못했어. 되레 그것은잠 속까지 들어왔고 잠에서 깬 뒤에도 내 몸에는 피로감이 무겁게 남았어. - P174

나는 내게서 떠나지 않는 피로감의 의미를 깨달았어. 우리 사이, 우리의 생활은 무에 지나지 않는다. 날마다 그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생은 각자 다른 사실과 현상이 우연히 연속해서 일어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 무의미함 속에 나는 지쳐버렸다, 내 생은 마른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기만 하고 있으니 죽음에 임박해서 움켜쥐려는 손에 뭔가 남아 있을 리 없다. - P175

사람에게 과거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것이야. 그걸 부정한다는 건 그 안에서 태어나 자란 현재의 자신을 모두 부정하는 거라 생각해. 하지만 사람에게는 그럼에도 과거를 부정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있어. 그러지 않으면 미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 - P177

나는 내가 당신에게, 그리고 예전에는 노세 씨에게 너무 많은 것을 원했다고는 생하지 않아. 우리 인간의 ㅇ활은 늘 아무런 의미도 는 망막한 세상의 심연 위에 노출된 채 빛이 바래가지. 또 자칫하면 그 끝없는 깊이 속에 빠져드릭도 하고. 아니, 그런 망막함 속에 표류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생활일지도 몰라. 그럼에도 내 생활은 의미 없는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었어. 언제나 상대와 뭔가를 공유하고 싶다, 두 사람의 생활 속에 뭔가 공통된 의미를 갖고 싶다고 바란 것도 망막한 세상에 확실한 못을 박고 싶은, 그것을 한 개 한 개 박음으로써 단조로운 시간의 흐름이 아닌 역사라고 부를 만한 것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어. - P185

그때 나는 알았어. 비틀비틀 걷기 시작한 내 몸은 이미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내 마음과 깊은 곳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 P185

나이를 먹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지만, 역시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우리 세대는 분명 늙기 쉬운 세대다. 늙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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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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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인 조그만 꽃을 보고 가슴이 뛰어서, 나이 든다는 건 청아한 일이라고 스스로 감동하곤 다. - P29

나도 이제 글렀어. 돈은 있는데 갖고 싶은 물건이 하나도 없지 뭐야. 나이 드니까 욕심이 없어져. 욕심은 젊음인가봐. - P49

인간의 유전자가 제대로 힘을 발휘해주는 시기는 쉰 살에서 쉰다섯 살 정도까지에요. 쉰다섯 이후로는 개인차가 굉장히 크게 벌어집니다. 생활 습관에 따라 상태가 좋은 사람은 건강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점점 나빠져요. 쉰 살까지는 유전자가 생존, 생식 모드로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등하게 건강히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쉰다섯 살 이후 종족 보존이 끝나면 사회적으로는 세상을 위해서, 또 남들을 위해서 필요한 존재일지언정 생물학적으로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됩니다. 결국 어떤 동물이든 태어나서 생식하고 죽는 게 다잖아요? 그 사이에 다른 일도 하는 건 인간뿐이죠. - P99

여기는 죽어가는 사람뿐인데, 안 괴로워요?

저어, 여기서는 환자분이 돌아가셨을 때 울어도 돼요.

누가?

제가요. 일반 병원에서는 반드시 프로답게 굴어야 해요. 환자분이 돌아가셔도 절대로 울지 않도록 교육받죠.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우고요. 하지만 여러 환자분이 계시잖아요. 그중에는 마음이 무척 잘 통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 분이 돌아가실 때면 정말로 슬퍼요. 그래도 울어서는 안 되죠. 전 여기서도 처음에는 참았어요. 전에 있던 병원에서처럼요. 그러자 수간호사님이 울어도 된다,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도 된다고 마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울었더니 정말로 기ㅜㄴ이 좋았죠. 울면 편해지잖아요. 그게 가장 기뻐요.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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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교양 -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지식 11강
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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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일본이 왜 이 모양인지 잘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대담집. 각 분야의 탑이라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뜬구름 잡는 소리나 언뜻 보면 번지르르하지만 실체가 없는 말을 하고 있다. 격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고 요지부동하며 뒤쳐지는 일본의 현재를 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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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교양 -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지식 11강
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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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수석 콘텐츠 책임자 테드 서랜도스가 일본에 왔을 때, 어떤 감독에게 맡길지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지 같은 큰 결정을 할 때는 테이터를 최대로 활용하는 반면, 세세한 곳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꼭 써야 할 곳에만 데이터를 쓰는 게 그들의 뛰어난 점입니다. 우수한 크리에이터일수록 자잘하게 개입하는 걸 싫어하므로, 그걸 하지 않는 것은 대단하다고 봅니다. - P17

21세기는 창조 계급의 세기라고 자주 이야기됩닏. 이를 제창한 사회학자 리처드 플로리다에 따르면, 현재 82개국에 3억 명 이상의 창조 계급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넓은 의밍서 창조적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을 비교해보면, 일본은 세계에서 64위 입니다. 선진국 중에서 최하위권,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나 홍콩보다 아래에 있습니다.

플로리다는 창조 계급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세가지 T가 앞으로 중요해질거라고 하는데요, 기술, 재능 관용성 입니다 technology talent tolerance 일본은 이 중에서도 특히 관용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P59

저는 섬세, 신중, 치밀, 간결이라는 일본의 정서를 형성하는 감성의 배후에는 무상이라는 관념이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무상이란 ‘지금은 건강하지만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내일은 부자가 될지도 모른다‘처럼, 늘 움직이는 세상에 대한 체념 및 관망, 그리고 각오를 다지는 태도를 말합니다. - P66

어울림이란 디자이너가 만들어내는 물건과 주위와의 관계입니다. 그것이 잘 되어 있는 상태를 저는 어울림이라고 부릅니다. 어울림을 모르면 사물의 윤곽을 그릴 수 없죠. 바꿔 말해서 주위 사물과의 관계성이 있어야만 사물에 윤곽을 긋는 게 가능해집니다. 향후 주위에 존재할 환경을 예측하고 사물에 어울리는 선을 긋는거죠. 제가 디자인한 물건의 형태가 우연히 주변 환경과 조화되어 어울리게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 환경에 어울리는 사물이 있다면 일부러 물건의 형태를 결정하지 않고 어디서든 어울리는 것을 가져오면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울리는 사물을 제시할 수 있다면, 굳이 작업을 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죠. 거기보다 이쪽에 더 잘 어울린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오늘날 디자인 현장에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 P74

좋은 디자인을 하려면 디테일에 집요해져야 합니다. 대체적으로 어떤 사물이 좋아 보이는 이유는 그것의 디테일이 좋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좋은 디자인을 하려면 디테일을 고민해야 합니다. 사물을 구성하는 세세한 요소로서 디테일이 모여 하나의 집합체를 이루기 때문이죠. 그러니 디자인의 대상이란 디테일으로, 전체를 디자인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는게 좋습니다. - P81

의외로 사람들은 깔끔하고 아름다운 물건에 더 잘 감동받습니다. 강렬한 디자인은 임팩트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감동을 주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심심한데 왜 아름답게 보이지. 할 때 더 잘 감동받죠. - P83

현대인에게 1-2시간의 자유 시간이 생긴다면, 아주 일반적으로 SNS나 영화 같은 선택지를 떠올릴 겁니다. 예전 같으면 특별한 취급을 받을 소설 읽기 행위는 많은 선택지 중 하나에 불과해졌죠. 바꿔 말해서, 이렇게 수많은 선택지 중 ‘그럼에도 소설을 읽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다면 사람들은 소설을 읽지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1시간 동안 sns를 하지 않고 소설을 읽어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하게 만들 뭔가가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돈을 쓰는 것보다 시간을 쓰는 것에 더 엄격해졌어요. 그런 시대 속에서 소설을 쓰는 방법도 꽤나 변했다고 봅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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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머니전략 - 친환경 테마주부터 ETF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그린 투자 가이드
황유식.유권일.김성우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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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우유를 대체하는 음료를 만드는 것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유를 생산하는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 중 하나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우유 한 잔 200ML를 생산하는데 0.6KG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나, 식물성 단백질 음료인 쌀유, 두유, 귀리유는 약 0.2KG 아몬드유는 약0.1KG으로 비교적 적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한다. 사용하는 물의 양도 우유가 120L로 가장 많다. 아몬드유는 74L로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두유는 단 1L만 필요하다. - P105

현재까지 승용차 부문에서는 전기차가 수소차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차량의 크기가 커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전기차에서는 배터리양을, 수소차에서는 수소통 개수를 늘려야 하는데 수소통이 배터리보다는 가벼워 대형 트럭에서는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주행거리와 충전시간 측면에서 모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주로 물류를 담당하는 대형 트럭 등은 특정 구간을 이동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충전소 인프라만 잘 갖춘다면 대형 운송 수단 부문에서 수소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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