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의 맛 - 브랜드의 음역을 조율하다
세라 하인드먼 지음, 배은경 옮김, 김경선 감수 / 홍디자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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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점과 슈퍼마켓은 활자, 디자인, 음악, 리고 아루마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고객의 쇼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고객이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이 잠재의식을 이용한 판매에 관한 연구에서도 클래식 록 음악을 상점에서 연주했더니 ‘베이비 붐 세대‘의 구매를 촉진시켰다. 그런데 나중에 그 사람들이 음악에 대해 질문을 받자, 그중 3분의 2는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 P38

또 다른 연구를 보면 매장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았을 때 와인 구매자들이 더 비싼 와인을 구매한다. 나파에서 활동하며 와인 라벨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그래픽디자이너 데이비드 슈만은 "우리는 항상 와인이 실제 가격보다 10달러 정도 더 비싸 보이게 만든다"고 말한다. - P38

BBC 로고로 쓰이는 서체 Gill Sans 는 BBC영어식 억양으로 말하는 것을 연상시킨다. 발음과 문법의 사용이 정확하면서도, 격식을 차리는 영국 표준 영어보다 다소간 낮은 톤이 친근하고 편안할 것 같다. - P46

나는 디자인이 잘된 활자는 알아보기 ㅂ고 독서에 방해가 되지는 않지만, 중립적인 상태를 유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 P55

우리는 활자가 상황에 적합한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할 수 있는 직감을 가지고 있다. 활자가 내용물과 어울리면 읽기 행위를 강화해 결과적으로 읽기가 수월해 보이게 된다. 만약 배역 선정이 잘된 영화를 보고 있다면 관객은 깊이 몰입되어 의자에 몸을 파묻고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반대로 캐스팅이 형편없다면 영화는 공감을 얻지 못할 테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라도 망칠 수 있다. 이것은 배우들이 두드러져서는 안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은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요소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디자인의 활자는 내용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 P72

그는 조지아를 사용했을 때의 평균 성에이학점이었던 반면 트레뷰세트로 썼을 경우 평균이 겨우 비마이너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 P77

어려워야 좋을 때도 있다.

만일 당신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일을 쉽게 할 수 있다거나 당신의 제품이 이해하기 쉽고 조립하기 쉽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면, 익숙하고 읽기 쉬운 서체를 사용해야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상품을 만드는 데 기술이 필요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다면, 읽는 과정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선체를 선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사람들은 단어를 읽는 데 필요한 추가적인 노력을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기술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메뉴판에 적힌 읽기 쉬운 서체를 요리사의 실력 부족으로 여기는 반면, 메뉴가 좀 더 어려운 서체로 적혀 있으면 요리사의 솜씨가 좋다고 기대하고 그 음식에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려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80

당신은 자신의 가치관과 미학을 반영하는 서체에 마음이 끌리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싫어한다. - P118

특정 음식과 음료에 대한 호불호를 관장ㅏ는 것은 입이 아니라 뇌, 라고 헤스턴 블루멘탈의 셰프가 설명한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 관한 많은 정보를 각기 다른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다. 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영향을 받는데, 이것은 미뢰가 ‘많은 정보원이 주는 영향에 민감하다‘는 의미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의 기대가 음식을 먹을 때 실제 경험했던 내용을 바꾸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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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7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교토의 디테일 -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 끗 디테일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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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교토에 가이카도 카페를 만들었다. 좋은 물건을 체험해 봤으면 하는 생각으로 카페에서 400년 된 도자기 컵이나 그릇, 차통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공예가 쉽게 전달되는 효과가 있다.
-야기 다카히로 - P197

젊은 사람들에게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20대는 돈이 없어서 좋은 물건을 살 수 없다. 하지만 갖고 싶다는 욕망을 가질 수는 있다. 이들이 30대가 되면 비싸더라도 오래 쓸 수 있는 물건들을 구매한다.
-고스게 다쓰유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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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 디자인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 스토리’ 만드는 법에 관하여
호소야 마사토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엠케이(BM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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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알리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 세운 목표는, 고객 한 명 한 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브랜드에 관한 기억을 갖는 것이다. - P16

브랜드 스토리는 일부 사람만이 아니라 그 랜드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상할 수 있게끔 돕는 유연함을 갖추어야 한다. 단순히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을 사용하는 기술도 아니고, 미의식이 넘쳐나는 센스도 아니며, 누구나 그 브랜드에 걸맞는 표현을 조립할 수 있는 자유롭되 극히 심플한 전략인 것이다. 마케팅적인 사고로 확립한 이론적인 관점과 크리에이티브적인 사고로 이루어진 정서적인 관점을 연결한 것이 브랜드 스토리다. - P17

브랜드 포디움: 해당 브랜드를 이론적,ㅇ서적,시각적 측면 등에서 정의한 후 다른 곳과 뚜렷하게 차별화된 독자적인 요소를 확립하는 것이 목적. 브랜드와 생활자의 관계성을 부각시켜 장래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비전과 전략을 그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한다. - P19

브랜드 스토리의 역할은 즉각적인 충동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생활자를 많이 획득해서 확실한 브랜드 가치를 느끼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효성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일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지효성이 있어 서서히 스며들 듯 고객의 뇌리에 새겨지도록 하는 특징도 함께 갖추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최종적으로 그 브랜드를 계속해서 구입하게 하는 것이 브랜드를 존속시키는 브랜딩이다. 그렇기에 브랜드 스토리는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미디어가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먼저 고객의 선택을 받은 후 일상 속에서 상품 디자인이나 서비스 그 자체가 브랜드 스토리를 이끌어야 한다. - P29

심플하게 꾸려진 스토리가 나아가 고객 안에서 완성되는 것이야말로 좋은 스토리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 P31

매장 구성을 보아도, 단순히 눈에 잘 ㅢ는 것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수용자는 점 만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선으로 이어가듯이 전체를 해석해서 스토리를 받아들인다. 브랜드 스토리는 직감적으로 자극을 만드는 데 전념하는 일이 아니다. 천천히 오감이 침투해가듯이 생활자의 경험을 풀어내거나 쌓아올리는 것이어야 한다. - P33

순간적으로 고객의 손에 들려, 구매로 이어지기 위한 임팩트 강한 디자인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객은 눈에 띈다는 요소로 매장이나 광고를 둘러보지 않는다. 그저 무심코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집는 것뿐이다. ...고객은 디자인을 전체적인 세계관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공급자인 우리는 하나하나 세밀하게 파악하여 디자인을 구축해간다. 고객의 시점에서 생각한다면, 브랜드는 전체적인 이미지로서 천천히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새겨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순발력 있는 메시지를 던지면 고객은 무심결에 반응해서 구입하거나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한순간의 사건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계속해서 구입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만이 매장 디자인이나 패키지 디자인의 역할은 아니다. 디자인 너머에 있는 ‘미래 삶의 방식‘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고객이다. - P37

일본과 같은 브랜드 성숙 시장에서는 만는 쪽이 소비의 속도와 질을 균형 있게 배분할 줄 알아야 한다. 생활자와 하나가 되어 그들이 원하는 소비의 방법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62

고유한 개성을 가진 장소로 만들기 위해 매장 콘셉트도 명확하게 설정했다. 예컨대 이세탄 신주쿠점은 패션 뮤지엄, 미쓰코시 긴자점은 도쿄에서 가장 감각 있는 백화점, 미쓰코시 니혼바시점은 컬처 리조트 백화점을 표방한다. - P62

시로이 고이비토가 홋카이도라는 이미지 에도 내걸고 있는 브랜드 콘셉트나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추억 만드는 일을 돕는 기업‘이라는 콘셉트를 말할 수 있겠네요. 기념품이 될 만한 상품은 물론이거니와, 예를 들어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나 지역 스포츠를 응원하기 위한 축구장 등은 지역 주민분들에게 추억의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으니까요. - P94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오이식스와 콜보레이션해서 생수 페트병을 제작했을 때 패키지 디자인 등은 톱 디자이너에게 의뢰했죠. 대개는 굶주린 어린이의 사진이 인쇄된 패키지로 만들고는 합니다. 그렇지만 다음에 또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까요? 이야, 이거 괜ㅊ낳네, 어라, 사면 기부도 되네, 같은 순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공헌 활동도 ‘좋다‘는 것과 ‘해야 하는데‘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어서, 행동의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 P151

그들은 바쁜 데다가 자세한 기능에는 심이 없다. 미에 관한 가치관이 변화하는 와중에 ‘이 상품은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구체적인 예시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광고에서는 ‘바쁜 사람을 아름다운 사람으로‘라는 메시지와 함께 잠을 자면서도 케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용 장면도 전달하려고 했다. 기능이나 효과 등 상품 중심의 접근이 아닌, 사용 장면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깊게 파헤치는 인사이트 중시 전략을 통해 확보하고 싶은 고객의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파나소닉 뷰티만의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 P158

예전 같으면 전통 공예가가 만든 쇠 주전자라는 사실만으로도 팔렸을 겁니다. 지금은 그 주전자를 사용하는 생활, 그 자체에 행복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러니 어떻게 사용하면 좋은지, 어떻게 해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겠지요.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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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는 브랜딩 - 농부시장 마르쉐,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삼청점), 파머스파티, 우유부단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 살기'로 성공한 4개의 브랜드 이야기
한지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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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타리를 세울 줄 아는 브랜드를 존경한다. ‘정체성의 경계선‘을 그을 줄 아는 자는 강하고 현명하다. 자신이 상대해야 하고, 상대하고 싶은 고객을 똑바로 바라보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이 선을 긋는 행위다. 어찌 보면 자신들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에게만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배타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제품의 본질을 공유하고, 고객과 더 적극적으로 관계 맺기 위해 똑 부러진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의 내적 장애를 드러냄과 동시에 자신의정체성을 더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 P45

모든 존재는 있어야 할 이유와 없어도 되는 이유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브랜드도 그렇다. 거창하고 대단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브랜드라 하더라도 짊어져야 할 그림자가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꼭 있어야 하면서 없어도 되는 브랜드, 제발 없었으면 좋겠지만 있기 때문에 돌아가는 다양한 이슈들이 공존하는 세계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를 잘 인식하고 현명하게 다루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관계를 맺어가는 브랜드가 결국 성장한다. - P47

브랜딩은 런칭 초반에 가장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기존 시장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총력을 다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을 테니, 초반에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지 않으면 안된다는 법칙은 브랜딩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문율이면서 동시에 강박이기도 하다. 어떻게든 ‘오픈빨‘을 확실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힘을 쏟아붓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마음에 두어야 하는 부분은 ‘브랜드가 얼마나 차근히 성장하고 잘 나이 들어가는가‘하는 점이다. 앞으로도 쭉 계속해서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야 하는 브랜딩의 성장 작업은 브랜드 자체의 힘 없이는 불가능하다. - P86

나는 기업이나 브랜드의 팬덤 조성에 해 조심스럽게 접근했으면 한다. 응원에 기대 살아가려는 기업과 브랜드는 시간이 가면서 점차 힘이 약해진다. 다롬함에 빠져 물렁해져버린다. 그러니 조금 매몰차게 말하자면, 팬들을 100퍼센트 믿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자격이 만들어준 관심과 네트워크를 믿고 브랜딩의 긴장을 놓쳐서는 안된다. 사랑으로 가득찬 팬보다는 똑똑하고 합리적인 고객들과 정당하게 관계를 맺어야 한다. - P116

브랜드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며, 꾸준함의 의미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이 일의 적임자다. 다른 어떤 과정보다도 중요한 브랜딩의 첫 번째 업무다.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브랜딩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꽤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뚝심 있게 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이 헷갈리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면, 더 확실하게 반복할 자신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 P136

내가 좋아하는 업스트림의 스티커가 있데, 거기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Capitalism? We can do better."
"You don‘t hate Mondays, you hate capitalism."

언뜻 보면 그냥 ‘좌파구나‘ 생각하고 지나갈 법하지만 나는 이 스티커를 보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 기저에는 "지금보다 더 즐거울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 분명 있다". "당신은 무작정 뭔가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까 괜찮다"라는 휴머니즘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나쁜 놈은 물러가라는 분노 기반의 시위가 아닌, 더 좋은 무언가를 장전하고 있는 노련한 전략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 P170

부탄의 공주 케장 초덴 왕축은 이런 야기를 한다.

"좋은 삶이란, 행복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삶의 목적으로 진지하게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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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꾸미기 빛깔있는책들 - 즐거운 생활 81
뿌리깊은나무 / 대원사 / 199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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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에서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이 책을 보았을 때, 흥미가 일긴 했지만 '디스플레이'용일 뿐 아직까지도 이 책이 유통되고 있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딱 보아도 무척 오래된 책이고(마치 내가 어릴때 부모님 책장에 꽂혀있었을듯한 느낌) 내용도 80년대 주택 인테리어를 다루고 있다. 인스타와 핀터레스트와 오늘의 집을 통해 인테리어 레퍼런스를 차고 넘치게 접할 수 있는 2020년에 30년 전의 인테리어를 볼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정말 대단하게도 이 책은 1990년도에 초판을 찍고 아직까지도 출간되고 있었고 내가 인터넷 서점에 주문해서 받아본 책은 마치 갓 인쇄소에서 나온듯 반짝반짝 윤이 나기까지 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충격을 안겨준다. 1990년도의 문체가 너무도 옛스럽고, 그리고 너무도 옛스럽다 보니 되려 참신하게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애들이 80년대 광고나 뮤직비디오를 소스로 삼아 뉴트로 풍으로 재미나게 재해석하던데 이책은 그런 풍조의 '글' 버전 소스로 쓰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야단스럽게 잔뜩 들여놔야 마음 편해 하는 요즈음 사람들은 이 욕심 없는 거실에서 배울 것이 참 많다.

베란다 쪽의 꾸밈이 아주 특색이 있다. ...반투명의 하얀 아크릴에 그림을 그려 매달 작정이다. 베란다의 이러한 꾸밈은 자칫하면 단조롭게 느껴질 거실에 싱그러운 생동감을 듬뿍 보충해 준다. 

부추꽃과 고사리류와 들풀을 거느린 그 소나무 옆에 커다란 맷돌이 놓여 있고, 서쪽의 붉은 벽돌의 담 앞에는 석등이 다소곳이 서 있다. 단순함, 담백함과 세련된 절제가 번뜩이는 매우 차분하고 운치있는 마당이다. ...그 공간들은 제각기 그 가운데 뜰 둘레를 도는 폭 일미터쯤의 조붓한 복도로써 연결된다.

또 대단한 점은 무척 촌스럽게만 느껴지는 80년대 시대에도 미감은 존재했으며, 심지어 지금의 미감과 본질적으로는 다를게 없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 시대에 그걸 학습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문화자본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80년대라고 하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 평등하게 못살았던 시대쯤으로 막연히 생각했는데 지방에서 나와 내 이웃들이 연탄불 피우고 살 때 서울의 부잣집 사람들은 밀라노나 뉴욕으로 유학을 다녀오고 건축가나 디자이너 같은 직업을 가지고 지금 사람들이 직구를 해도 비싸다고 주저하는 고급 디자이너의 오리지널 가구들을 턱턱 사들였던 것이다. 벽에는 김환기나 김수근의 그림을 걸어두고서...또 탁자 위에는 삼국시대의 토기를 오브제로 놓아두고서. 


그리하여, 정리하여 말하자면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그 시대의 프레임 안에서 인류의 보편적인 미감은 어찌 실현되는가?를 구경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노란 장판은 그대로 놓아두고 조명을 갤러리처럼 간접으로만 꾸민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국 고가구를 전통 보자기와 함께 매치함으로써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실현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는 시대여행을 하는 재미.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은 일반인들도 있다지만 그 시대에 집을 이 정도로 꾸밀 문화자본과 진짜 자본이 있었다는 점에서 상류층들이었고 그렇다 보니 30년이 지난 지금 보면 그 업계의 탑이 되어 원로로 추앙받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젊을 때, 갓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척박하고 못난 한국에서 어찌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살았나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지나가며 나오는 사소한 부분들도 주목해보면 무척 재미가 있다. 가령 예를 들면, 건축주가 대학을 갓 졸업한 누구에게 설계를 맡겨 지은 집이라 했는데 지금 그는 한국 건축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물이 되어 있다던지 하는... 


이들의 인테리어를 보며 아름답고 유니크하다는 생각을 하며 약간의 기시감을 느끼기도 하였는데 그 실체는 인스타그램이었다. 뉴욕에나 런던에서 호화롭게 생활하는 부잣집 자식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우리 할아버지 집 할머니 집, 이라며 은근슬쩍 찍어 올리는 그 집들이 바로 이 책에 담겨있는 그 집들이었다. 그 느낌, 올드하면서 나름의 일관된 미감으로 꾸며진 옛 평창동 방배동 주택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감상은 아주 복합적이고 입체적이었다. 옛말씨가 좋고 그 시대의 미감이 재미있었다가, 그 시대에 이런 걸 할 여력이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사회구조와 계급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다가, 이들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또 아이를 낳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게 되면 인생이란 무엇일까 같은 막연한 생각까지 쏟아져 나온다. 


재미있는 건, 이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


김종학 씨는 일제가 아름다움을 아는 이 나라의 상류층을 제거해 버린 데에 오늘날의 미적 혼란의 이유가 있다고 했다. "아름다움의 주권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요즈음은 어떠냐 하면, 아무리 애를 쓰고 만들어도 사장이나 관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용 없습니다."



이 책에서 자신의 집을 소개한 사람들이 어떤 배경으로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1990년에 이미 누군가의 2세로서 이런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일제 시대에도 상류층이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런 집단의 일부 손주손녀들은 인스타그램으로 정치적 지향도 서슴없이 드러내는데 친일 보수와 가까울 듯한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는게 아이러니, 아이러니,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들었다. (이건 김종학씨에 대한 이야기나 특정 인터뷰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계급과 집단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 책을 책장에 보관할 듯 하다. 그 시대에 장 뒤뷔페를 굳이 골라 벽에 걸어둔 사람들이 너무 신기해서, 마치 박제하여 책 속에 숨겨두고 언제고 다시 꺼내보는 그러한 기분으로. 물론 이는 그들을 대상화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나름의 깨달음도 이책을 통해 얻었다. 미드센츄리 시대 빈티지 가구를 굳이 유럽에서 한국까지 수입하려고 노력하고 일본의 명품 가구를 구매하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내 삶이, 취향이 나를 만든다고 믿었지만 사실 그 취향의 껍데기 한꺼풀을 벗겨내면 본질적 욕망은 1990년의 저 사람들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는 깨달음은 상당히 큰 것이었다. 인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달까?


그렇게, 무인양품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은 나에게 무척무척무척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세련된 안목이라는 것이 생활을 배반하면 그처럼 공허한 것도 없다. - P21

박찬무 씨가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 벽창호 같은 환경에도 그랬거니와 가끔 이웃끼리 오간다는 대화가 오로지 아파트 값에 쏠리는 풍경에 넌덜머리가 났기 때문이다. - P48

그는 "가구를 으레 나무빛이나 밤색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고정 관념이 많으나,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른 것이고, 또 자기집인 만큼 자신을 갖고 "용감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빛깔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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