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비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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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에서는 숙모도 야스노스케도 그 후 거의 소스케네 집에 찾아오지 않았다. 소스케는 처음부터 찾아갈 틈이 없었다. 또 그만큼 흥미도 없었다. 친척이라곤 하지만, 두 집은 각각 다른 해의 빛을 받듯 서로 오고 가지 않았다.

소스케와 오요네는 그믈이 좋은 부부임에 틀림없었다. 같이 산지 육 년이나 되는 오늘까지 단 하루도 서먹서먹하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 말다툼으로 얼굴을 붉힌 기억은 더더욱 없었다. 두 사람은 포목집에 가서 옷감을 사서 만들어 입었다. 쌀집에 가서 쌀을 사와 밥을 지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일반 사회와의 관계가 극히 적은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일상에 필요한 생활 필수품을 공급한다는 의미 이상으로 사회의 존재를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절대 필요한 것은 서로의 존재뿐이었고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했다. 그들은 산속에 있는 마음으로 도시에서 살았다.

나는 문을 열어달라고 왔다. 그렇지만 문지기는 문 안쪽에 있어서 아무리 두드려도 끝내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단지 "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힘으로 열고 들어오너라"라는 목소리만 들려왔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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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 1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현진 옮김 / 한길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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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로마가 불멸의 고급 콜걸처럼 여겨진다. 스스로는 무엇 하나 노력해서 생산할 줄 모른다. 그렇다고 돈주고 뒷바라지해주는 남자가 부족해본 적 없는 아름다운 창부. 지금 와서는 나이가 좀 들었지만 아직도 장래를 생각해서 저축을 한다든지 생활설계를 한다는 것과는 무관한 여자. 오다가다 객사한다 한들 그게 무슨 한이 되느냐고 여기는 타고난 낙천가. 로마는 그런 자유로운 여자만이 가지는 매력으로 언제나 남자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런 도시다.

그는 2년 전에 이집트 아스완하이댐 공사를 맡기 위해 일본에서 이집트로 파견되었고, 그동안 단 한 번 가족들과 만나기 위해 귀국했다고 말했다. 사막 속 공사이니 전부터 희지도 않았지만 피부는 점점 더 검어졌고, 아랍 사람을 부리는 일도 힘에 부쳤단다. 그래도 파도처럼 추렁이는 모래산 너무로 피라미드를 봤을 때, 역시 저건 삼각형이 아니면 안 될 것이요, 그 형체가 가장 아름답고 자연스럽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는 감탄했단다.

그가 로마에서 묵고 있는 호텔 이름을 들었을 때, 그에 대한 나의 호감은 결정적이 되었다. 로마에서 최고급에 속하는 호텔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거기를 숙소로 잡은 이유는 하고자 하는 것을 하려면 되도록 쾌저한 환경이 좋겠다 싶었기 때문이라 말했다. 인간은 돈을 모을 때보다 쓸 때가 보다 아름답다고 늘 나는 생각하고 있다.

로마 시내를 걷고 있으면 S.P.Q.R 라고 쓴 포스터가 자주 눈에 띈다. 로마 시 포고문이다. 피렌체나 밀라노 그 어느 도시라 한들 고작 포고나 시민 제군으로 시작하지만, 로마만은 다르다. S.P.Q.R 즉 라틴어로 "로마 원로원 및 시민!"이라는 말이다. 이것만은 2천 년 전이나 마찬가지다.

공기가 건조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밝고 현실적인 성격 때문일까. 이 이탈리아에서는 해골마저 들고 흔들면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날 듯싶다.

여기 뉴욕, 아니 미국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가 이 배우와 비슷해. 모두들 불안해하는 한편, 자신들의 정신상태야말로 현대인의 증거라는 기묘한 자부심마저 갖고 있지.

화장품은 한 가지씩 살 때는 별스런 금액이 아니지만 한꺼번에 사려니 어쩜 이렇게도 바보 같은 금액이 되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그 나폴리 도둑에게 부아가 치밀었다.

이 남자가 일흔 노인이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아름답다고 해도 좋을 그의 얼굴에서는 대부분의 노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초조함이 없었다. 스스로가 탐하는 것을 알고 또 그런 인생을 보낸 한 남자가 거기에 있을 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원건축은 예술적으로 굉장하다든지 종교적인 분위기가 충만하다든지 그런 성실한 이유가 아니라 여기서라면 결혼해도 좋겠다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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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4-08-1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이 어떤 도시에 특별히 매료되면서 그 자신의 인생이 바뀌는 경우가 정말 많은 듯싶어요. 정말 어떤 사람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도시 가운데 '로마' 같은 도시가 얼마나 더 있을까요. 저도 로마에 도착하던 '첫날밤의 흥분'(깜깜한 밤하늘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봤던)만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린답니다. ㅎㅎ

* * *

내가 로마 땅을 밟게 된 그날이야말로 나의 제2의 탄생일이자
나의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된 날이라고 생각한다.
- 괴테,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中에서

* * *

"어제 처음 로마에 도착한 사람도 하루만 지나면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로마에 살고 있었던 듯한 얼굴로 시내를 돌아다닌다. 그들을 맞는 로마 사람들도 그들을 이방인으로 보지 않는다."

"베네치아와 피렌체에도 고대가 그림자를 떨구고는 있지만, 고대에 신경을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마는 다릅니다."
- 시오노 나나미, 《황금빛 로마》 中에서

LAYLA 2014-08-15 03:54   좋아요 0 | URL
전 사실 로마에서 큰 감흥을 못 느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보니 이탈리아란 나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더라구요. 다시 가서 그 도시를 사랑하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겠구요 :)

transient-guest 2014-08-14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로마까지 가기도 전에 들린 오래된 성당 옆을 지나가는 아피아 가도 길바닥에 업드려서 입을 맞추려고 했었지요..ㅎㅎ 그런데 너무 더러워서 말았네요. 시오노 나나미는 지금에 와서 조금 삐딱하게 읽으면 어릴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지만 상당히 글을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인생도 드라마틱하기 그지 없구요.ㅎㅎ

LAYLA 2014-08-15 03:55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런 로맨티스트의 면모가 있으시군요. 이 책을 그녀나이 서른 즈음에 쓴 것 같은데 확실히 이 언니 대단하다, 멋지다 는 소리가 나오더군요. 본인의 도도함이 글에서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것도 멋이 있구요. ^^
 
순수의 시대 열린책들 세계문학 77
이디스 워튼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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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뉴욕 사교계의 성원으로 자라난 뉴랜드 아처는 자신의 삶에 불만을 품지 않고 당시의 시대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여성상-자신과 어울리는 가문 출신에 순수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당시의 풍조에 순응하여 언제고 남편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부합하는 메이 웰렌드와 약혼한다. 하지만 유럽의 부유한 귀족과 결혼하여 백작부인의 지위를 얻고 호화롭게 산다고 알려졌던 메이의 사촌언니 엘렌이 방탕한 남편을 떠나 뉴욕으로 돌아오자 뉴랜드 아처는 답답하고 고루한 뉴욕식 예법을 따르지 않는 그녀의 자유로움에 끌리게 된다. 

 

소설은 엘렌과 메이, 뉴랜드 아처 세 사람이 삼각관계 속에서 각자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그 사이의 은밀한 긴장을 그린다. 과연 뉴랜드 아처가 허위로 가득찬 자신의 삶을 청산하고 자유를 상징하는 엘렌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평생 진솔한 대화 따위는 기대할 수 없는 메이와 주저앉을 것인지 독자들은 마지막까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밤이면 드레스 자락을 끌며 마차를 타고 오페라 극장으로 나가 박스석을 채우던 뉴욕 상류층의 이야기는 마치 꿈만 같아 예뻐보이기만 하는데 이디스 워튼은 그 뒤의 위선과 가식을 이지적인 문체로 차분히 그려낸다. 서사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다소 진부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디스 워튼은 뛰어난 필력으로 그런 진부함을 모두 씻어내고 오히려 그런 진부함을 발판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를 작품을 써낸다. 그녀가 그 시대에 여성으로서 만년 57세에 이 작품을 썼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작가라는 평을 넘어 존경의 마음까지 솟아난다. 

 

작품의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엘렌은 뉴욕과 유럽을 오가며 자란 것, 당시의 구습에 의문을 가지고 반기를 든 점 등에서 이디스 워튼의 개인적 경험이 상당히 투영된 캐릭터라고 생각된다. 재능있고 아름다운 그녀에게 추근대며 들이댄 남자들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지루하고 멍청한 남자들에게 진절머리를 내며, 그래, 게 중에 용서가능한 수준의 남자 하나 있었다면 이런 모습 아니였을까 하고 이디스 워튼이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뉴랜드 아처를 그려낸 것 같다. 왕자님 같은 캐릭터가 아니다. '용서 가능한' 수준일 뿐이기에 엘렌의 자유로움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을 본 독자인 나의 반응이란 '좋은 건 알아가지고...'  


인류사에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중 하나가 바로 아무리 똑똑한 여자라도 멍청한 남자의 사랑 앞에 굴복한다는 점 아니겠는가. 보통 워튼의 새드엔딩에 대해 현실적이라는 평을 많이 하는데 나는 이 두사람의 러브라인이야 말로 현실성의 정점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워튼 여사는 그런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문학적 품위를 잃지 않고 정말로 아름다운 소설을 완성한다. 몇 년에 한번씩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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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07-25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당장 찾아서 읽어야지,,,라고 만드시는 레일라니!!!^^

LAYLA 2014-07-29 12:52   좋아요 0 | URL
아롬님은 원서로 읽으시겠죠? 저도 언젠가는 원서로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
 
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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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에 관한 그만의 철학을 담은 수필집을 먼저 읽고서 그래, 자세와 결기는 너무나 대단한데 그 결과물인 소설은 과연 어떤가 싶어서 읽은 책이다. 읽어본 간략한 소감이라면 그의 소설보다 수필집이 더 잘 팔리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개인적 취향의 문제가 물론 가장 클 것이다. 누구는 이 짧은 문장들이 아름답고 시적이라 하고 또 누구는 치밀하고 날카롭다고 하지만, 소설에서 서사구조를 가장 중요시하는-다시 말하자면 우선 재미있고 봐야 하는-나 같은 독자에겐 문장이고 뭐고 중편의 길이도 길게 느껴질 정도로 지루하였다. 그나마 첫번째 중편 '달에 울다'는 괜찮은 편이었다만 두번째 중편 '조롱을 높이 매달고'는 진짜 언제 끝나나 싶어 시간 죽이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겼다. 


또 한가지 맘에 들지 않았던 점은 그의 주인공들이 니나 내나 다 어슷비슷한 캐릭터라는 점인데 이건 그가 한 수필에서 자신은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며 삶을 마주하는 사람만을 주인공으로 택할 뿐, 게으름쟁이들은 소설의 주인공으로 그릴 만한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그만의 소설론으로 설파한 적이 있어 캐릭터들의 유사성 자체는 그리 당혹스러운 부분은 아니었다. 문제는 사실 그 주인공 캐릭터들이 본질적으로는 마루야마 겐지의 자아가 확장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한 자가복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그가 자신의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서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자아가 너무 강한 탓에 그리는 캐릭터가 어느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에세이에서 그가 너무도 비장하게 소설론을 펼친 탓에 그의 캐릭터들이 모두 유년기의 여자를 잊지 못하고 남은 생 내내 그 여자의 흔적을 삶 한구석에 묻히고 살아가는 모습은 오히려 좀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하였다. 그렇게까지 지키려고 하였던, 소설로 그리고자 하였던 모습은 저런 남성들의 판타지에서 나아가지 못한 것인가? 하는.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인기있는 이유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큰 목소리로 떠들고 싶은 것이 마루야마 겐지란 사람 개인의 자아 그 뿐이라면 독자입장에선 알쏭달쏭 추상적인 소설보다는 직구 에세이가 더 쉽지 않겠는가. 물론 소설은 그의 문장이 취향이 맞는 사람에겐 아주 예쁘다는 이점이 있다. 에세이는 대중에게 고루 먹힌다는 이점이 있다.


어마어마한 문학상을 받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니 물론 대단한 사람이고 대단한 글이겠지만 지금으로선 이 이상의 평을 하지 못하겠다. 독자란 참 쉽다. 속세와 등지고 소설만을 위해 자식도 낳지 않고 평생 수도하듯 산다는 작가의 글을 이리 쉽게 평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가가 평생 케이크만 먹고 오페라와 발레만 보며 향락하며 살더라도 우선 글이 재미있고 독자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것이 소설가의 자세를 다지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겠냐는 것이 바로 이 이기적인 독자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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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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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는 똑똑한 개다.
우리가 껴안고 있는 동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주위를 살피고 있다. 그러나 야에코가 너무 큰 소리를 내거나 하면, 살며시 다가와 내 발바닥을 핥기도 한다. 내가 웃으면 야에코도 웃는다. 우리 웃음소리는 위로는 달까지, 아래로는 깊이 흐르는 수맥까지 닿는다.

야에코 위로 폭염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 위에는 타서 눌은 하늘이 있고, 조금 더 위에는 타다 문드러진 태양이 눌어붙어 있다.

맞선 보는 자리에서 나는 직설적으로 물어보았다. 도시 아가씨가 농사꾼 집에 시집오기 쉽지 않은데, 무슨 깊은 사유라도 있나요? 그러자 그녀는 사과를 재배하면서 사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꿈이라고 대답했다.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 여자는 아무 것도 모른다.

사과 농사가 어떤 것인지 모른다. 이런 마을의 인간관계라든가 들일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른다. 만일 그 여자가 이 모든 걸 알고도 결정했다면, 그녀가 살아온 28년은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나을 만한 사연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나는 야에코에게 단지 최초의 남자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와 생각하면 그렇다. 그녀의 네 번째 사내까지는 안다. 그러나 그 뒤에 어디의 누구하고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우연히 알게 된다 해도 밤에 잠 못 이룰 정도로 화가 나지는 않는다. 나는 변했다. 내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마음이 놓인다.

사람들은 잘 때마다 쇠약해진다.
그들은 매일 실컷 먹고 마시는데도, 오히려 살아갈 힘을 잃어간다.

친구를 멀리 하고 직장 동료나 아는 사람들과 모두 거리를 두고, 자신을 고립된 상태로 둘 것. 예술을 한다는 것은 혼의 문제와 접하는 것이므로 행복과 안정에 가까워지면 그만큼 거기서 멀어진다. 진실로 문학을 목표로 한다면, 고독을 향해 고독을 누르고 고독을 초월하라. 자신 이외의 곳에서 힘을 구하려 하지 마라. 불안, 분노, 고독감, 슬픔을 돌진해나가면 손대지 않은 문학의 금광이 펼쳐지고, 밟지 않은 봉우리들이 솟아 있다. 자폐가 아닌, 앞을 향한 '개인'. 앞을 향한 '활'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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