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비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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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은집에서는 숙모도 야스노스케도 그 후 거의 소스케네 집에 찾아오지 않았다. 소스케는 처음부터 찾아갈 틈이 없었다. 또 그만큼 흥미도 없었다. 친척이라곤 하지만, 두 집은 각각 다른 해의 빛을 받듯 서로 오고 가지 않았다.

소스케와 오요네는 그믈이 좋은 부부임에 틀림없었다. 같이 산지 육 년이나 되는 오늘까지 단 하루도 서먹서먹하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 말다툼으로 얼굴을 붉힌 기억은 더더욱 없었다. 두 사람은 포목집에 가서 옷감을 사서 만들어 입었다. 쌀집에 가서 쌀을 사와 밥을 지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일반 사회와의 관계가 극히 적은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일상에 필요한 생활 필수품을 공급한다는 의미 이상으로 사회의 존재를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절대 필요한 것은 서로의 존재뿐이었고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했다. 그들은 산속에 있는 마음으로 도시에서 살았다.

나는 문을 열어달라고 왔다. 그렇지만 문지기는 문 안쪽에 있어서 아무리 두드려도 끝내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단지 "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힘으로 열고 들어오너라"라는 목소리만 들려왔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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