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 -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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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이 바른 여자는 역사를 만들지 못한다" -로렐 댓처 울리히 -208쪽

좌익 중심의 주에 사는 자유주의자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억누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친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 가장 적당한 해결책은 자신의 성격과 맞는 장소로 이사하는 것이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그의 책 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에서 사람들이 집값에 대한 걱정이나 가장 많은 급료를 주는 직장따위의 경제적 고려없이 단지 그곳이 잘맞을거 같다는 생각에 무작정 이끌리는 사례를 소개한다. ..삐죽머리를 한 청년에 오스틴에 끌리는 것처럼 스탠퍼드는 모범생을 위한 곳이고 게이나 레즈비언이 속속 샌프란시스코로 모여드는 것은 부분적으로 새로운 환경의 영향을 받길 원하기 때문이다.-236쪽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조금씩 분포하고 있지만, 주로 동북지역의 서부 해안가에 모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방성이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독서량이 더 많고, 도서관이나 미술관에 가는 횟수도 더 많으며,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에 가는 사람은 더 적은 편이고 특허출원율도 높으며 섹스와 마약에 있어 진보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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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altyout 2010-07-06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명록에 남기신 글 잘 읽었습니다.

먼저 거친 말투로 심경에 불편을 끼쳐드린 점 사과 드립니다.

자초지종을 짧게 말씀드리면... 그저께 타 기관에서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스웨덴 친구'라는 검색어로 구글링하니 이상한 글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검색해보니 사실이더군요. 놀람반 분노반인 심정으로 사이트 가입 후 정제되지 않은 댓글부터 남겼습니다. 그 점 제 불찰입니다. 애정을 갖고 근무한 곳이고, 한정된 인력으로 워낙 많은 일을 진행하다보니 업무강도가 대단히 높지만 경제부문 정부산하기관 중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비용대비 효과가 큰 기관이기에(예산 3~4천억으로 그 정도 일 해내는 기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는 점 참고해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이야기는 더 하지 않겠습니다.

친구분께 피해갈 일 없으니 염려 놓으십시오.
다른 회사에서 중국어 능통한 사람 하나 찾고 있다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갔습니다.

앞으로 제가 다시 글 남길 일은 없을 듯 합니다.

건승하시길 빌며 이만 줄입니다.

아포지 2010-07-09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 토닥....
 
경제생활백서 -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선택한 당신을 위한 똑똑한 경제학
이경은 지음 / 비아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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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나와 있는 주식투자 관련 서적들을 몇 권 읽어봤는데, 복잡한 수식을 동원한 기술적인 분석법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 대부분이었다. 알아두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기술적 분석이 100%맞는 것도 아니어서 이렇다 할 감동을 안겨주진 않았다. 오히려 이런저런 자리에서 만나 알게 된 주식 고수들이 개인적으로 알려준 비공식적인 투자법들이 훨씬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가란 기업의 실적이나 가치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으니까 말이다.-108쪽

'주식투자로는 왜 돈을 벌지 못할까'란 의문에 대해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이런 답변을 제시했다. "사람들이 부동산에서는 돈을 벌고 주식에서는 돈을 잃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집을 선택하는' 데는 몇 달을 투자하지만 주식 선정은 수분 안에 끝내버리기 때문이다.-111쪽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마음속으로 찍어둔 아파트 단지가 있다면 택시를 잡아타고 한번 가보라고 조언한다. 택시 운전기사에게 "어디어디 아파트로 가주세요"라고 말했는데 한 번에 알아듣고 목적지까지 간다면 그 아파트는 그 지역의 랜드마크인 블루칩 아파트기 때문에 투자를 하더라도 그리 큰 손해는 보징 낳는다. 하지만 경력이 오래된 택시기사조차 어디인지 몰라서 헤맨다면, 투자결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131쪽

설사 남의 불행에 기초해서 재산을 모았다고 해도 대개 자식교육에 실패해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의 부도덕한 축재 과정을 지켜본 자식들은 일찌감치 품성이 삐뚤어지거나,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244쪽

짝퉁 고수들은 평범한 투자자들을 위하는 척하면서 추천 종목을 알려주고 투자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작전 세력의 트릭에 휘말려 패가망신하기 딱 좋으니말이다. 모두에게 다 공개되어 있는 활자화된 정보로는 초과 수익률을 얻어낼 수 없다.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자료들은 그냥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도의 참고 자료로만 활용해야 한다. -256쪽

정직한 고수들은 겸손하다. 돈 버느라 바빠서 인터넷에 글 올릴 시간조차 없다. 할 일 많고 바쁜데 글은 언제 쓰겠는가. -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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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3월
구판절판


미국을 안에서 자세히 살펴보고 있으면, 그저 이기고 또 이기고 승리에 휩싸이는 것도 상당히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통감하게 된다. 베트남에서는 좌절했다지만, 그래도 확실히 이 나라는 냉전에서도 이겼고 걸프전에서도 이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 사람들이 행복해졌느냐 하면, 결코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곳 사람들은 10년 전에 비해서 훨씬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 때문에 어느정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시점에서는 국가나 개인이나 때로는 좌절이나 패배라는 게 필요할지도 모르다는 생각이 든다.-27쪽

"미국에서 지내기 힘들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정말 곤란해진다. 일본에서든 미국에서든 생활의 기본적인 질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령이나 입장에 따라서 사정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특히 젊었을 때 외국에서 생활하면, 여러 가지 외적 영향을 받기 쉬울 뿐더러, 마음도 쉽게 흔들리는 법이다.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젊다는 것은 그런 것이기 때문에. -39쪽

..맥주를 마시는 데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앞에서는 교수들이 뉴욕타임즈만 구독하고 지방지를 구독하는 하루키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내가 본 바로는 프린스턴 대학 관계자들은 대개 수입 맥주를 즐겨 마시는 것 같다. 하이네켄이나 기네스, 벡스 등을 마셔야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간주되고 있다. 미국 맥주라고 해도 보스턴의 '샤무엘 아담스'라든가 샌프란시스코의 '엔커 스팀'정도는 일반적인 브랜드가 아니라 괜찮다. 보스턴이나 샌프란시스코라는 세련된 지명도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값싸고 탁 트이는 듯한 느낌이 나는 롤링 록을 자주 마신다. 들은 얘기에 의하면 얼마 전만 해도 동부에서는 쿠어스가 비교적 손에 넣기 어려워 그걸 마시는 게 좋아 보였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구하기가 쉬워져 상당히 평가가 떨어진 것 같다. 일본 맥주도 그다지 많지가 않아서 괜찮지만, 실제로 마시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어쨌든, 그 정도 수준의 맥주를 마시면 문제는 없다.

-47쪽

그러나 버드와이져, 미캘롭, 밀러, 슈리츠 따위를 마시면 역시 의아해 하는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많은 모양이다. 나도 달착지근한 미국 맥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유럽 쪽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예외적으로 버드와이져는 즐겨 마신다. 좀더 드라이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기분도 들지만 객관적으로 꽤 괜찮은 맥주고 초밥에도 잘 어울린다. 계속 마셔도 질리지 않고 뭐니뭐니해도 가격이 싸다. 500엔 정도면 여섯 병들이 팩을 살 수 있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 어떤 교수를 만났을 때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다가 "저는 미국 맥주 중에서는 버드와이저를 비교적 자주 마시는 편입니다."라고 했더니, 그는 머리를 흔들며 상당히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저도 밀워키 출신이라 미국 맥주를 칭찬해 주시니 기쁘기는 한데, 그러나 좀..."하고 말끝을 흐렸다.

말하자면 버드나 밀러처럼 텔레비전에서 열심히 광고하는 맥주는 주로 노동자 계급용이고, 대학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학구적인 사람은 좀더 고급적이고 지적인 맥주를 마셔야 한다는것이다. -47쪽

이곳에서는 이처럼 신문에서 맥주에 이르기까지 어떤 브랜드는 적절하고 어떤 브랜드는 부적절한지가 명백하게 구분 지어져 있다.
...이곳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적어도 동부의 유명한 대학에서는) 버드와이져를 좋아하고, 레이건의 팬이고, 스티븐 킹의 책은 모조리 다 읽었고, 손님이 오면 케니 로저스의 판을 트는 선생이 있다면 아마 주위 사람들이 상대도 해주지 않을 것이다.
...(스탠퍼드 교수들은) 영화는 유럽 영화나 실험 영화를 좋아하고,음악은 클래식이나 지적인 재즈를 선호한다. 차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걸 타는 게 분위기에 맞는 느낌이 든다. 교내의 주차장에서는 번쩍거리는 새 차를 거의 볼 수 없다. 양복도 거의 새것처럼 보이지 않는 걸 선호한다. 새 옷은 한 달 정도 집 안에서 입다가 어느 정도 새것처럼 보이지 않을 때 학교에 입고 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 나는 이 대학에 오기 전까지는 그런 사정을 잘 몰랐기 때문에 집에서든 밖에서든 버드 드라이 마시길 즐겼다. 요즘엔 버드와이저는 조용히 집에서 마시고 밖에 나가면 기네스나 하이네켄을 마시려고 주의하고 있다. 손님이 올 때를 대비해 냉장고 안에는 항상 미국 -48쪽

맥주가 아닌 다른 맥주를 넣어 둔다. 인텔리가 되기도 꽤나 힘든 것 같다. 이것은 비꼬는 말이 아니다-48쪽

외국에서 지내는 것의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좀 의문스럽지만-중의 하나는 자기가 단순히 한 사람의 무능력한 외국인, 이방인에 불과하다고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첫번째로 언어 문제가 있다. 내 경우에는 외국어로 나를 제대로 표현하는 게 실제적으로 불가능하고,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의 20-30퍼센트 밖에 상대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제대로 된 전달은커녕 전혀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다. 외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처음부터 차별받는 경우도 있다. 안 좋은 일도 상당히 많이 겪었다. 속은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경험을 무의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차별을 받거나 이방인으로서 말도 안 되는 배척을 받기도 하는 나는 모든 걸 빼앗긴 제로 상태인, 알몸의 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마조히스트는 아니지만, 약자나 무능력한 사람이나 그런 식으로 허식이나 과장이 없는 완전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혹은 될 수밖에 없는)상황에 부닥쳐 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소중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268쪽

그 당시에는 물론 화도나고, 마음도 상하고, 자신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로는 귀중한 경험이라고 속 편하게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지만, 나중에 냉정하게 돌이켜 새각해 보면,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내가 일본에 있을 때 항상 느꼈던 갖가지 종류의 복잡한 고민보다는, 이렇게 개인이라는 자격에 바짝바짝 다가오는 직접적인 '어려움'쪽이 내게는 더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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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1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31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1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1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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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다가 발견한 피츠제럴드. 

...진짜 대단한 소설이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문학으로서의 깊은 자양분이 넘친다. 읽을 때마다 무엇인가 새롭게 발견할 수 있고, 새롭게 강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29세의 약관의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예리하고 공정하며 마음 따뜻하게 세상의 실상을 읽어낼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불가사의할 뿐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위대한 개츠비를 읽을 땐 개츠비의 순정에 가슴이 아파 재즈시대의 부와 화려함의 허구를 꿰뚫는 예리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가끔씩 그의 날카로운 시각이 빛날때, 나는 그것이 개츠비의 사랑을 더욱 반짝이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라고만 생각했었다. 

이틀 뒤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쩐지 배반당한 것 같은, 그래서 숨이 가빴던 쪽은 개츠비였다. 그녀의 집 현관은 돈을 주고 산 별빛 같은 사치품들로 눈부셨다. 그녀가 그에게로 몸을 돌리고 그가 그녀의 진기하고 아름다운 입술에 키스를 하는 동안 고리버들로 만든 긴 의자가 멋지게 삐걱거렸다. 감기에 걸린 그녀는 전보다도 더 허스키한 목소리를 냈고 더욱 매력이 넘쳤다. 개츠비는 부가 가두어 보호하는 젊음과 신비, 그 많은 옷이 주는 신선함 속에서 그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그녀가 은처럼 안전하고 자랑스럽게 빛을 발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 중

 하지만 다시보니 현실을 보는 예리함과 그 예리함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냉소, 거기에 더해진 따뜻한 가슴이 바로 그 자체로서 피츠제럴드임을 알겠다. 깊어지는 사랑, 깊어지는 절망, 깊어지는 한숨에 아릿한 가슴. 사랑이야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어린독자였던 나는 그 감상을 뭐라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몰랐었다. 그걸 하루키의 한 문장이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예리하고 공정하며 마음 따뜻하게 세상을 읽어내는 글'. 돈의 힘으로 젊음과 아름다움을 발하는 여인을 사랑하지만 그것도 사랑이지 않은가. 경박한 데이지에 대한 조소와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개츠비를 바라보는 온화한 시선이 얽혀든다.  

단편은 어린독자를 힘들게 했던 장편에 비해 훨씬 쉽게 다가온다. 냉소면 냉소, 긍정이면 긍정, 짧은 글에 걸맞게 그냥 스트레이트로 이야기한다. 이 단편들이 모여 냉소와 따스함 쓸쓸함으로 가득차 있는 한 권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선 이러나 저러나 피츠제럴드의 책인 것이다. 이 책은 나의 마지막 자유분방한 그녀들, 판타지, 분류되지 않은 걸작 이렇게 3가지 카테고리로 단편을 분류하고 있는데 판타지에 속하는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이 책의 베스트로 꼽고 싶다.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의 그녀는 자신의 노예가 폭격으로 죽어가는 걸 보며 미국사람은 개인의 자산에 대해 존중을 할 줄 모른다며 짜증을 내고 벤자민버튼의 아버지는 자신의 늙은 아들을 포대기에 싸들고 분주한 노예시장을 지나치며 차라리 자신의 아들이 흑인이길 간절히 바란다. 낭만적 재즈시대의 표피를 걷어내고서 속물적인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모든 단편이 고루 훌륭한 건 아니었다. 너무 난해한 작품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다이아몬드와 벤자민버튼만으로도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그의 작품이 전세계 독자의 가슴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20년대의 미국을 존재케 하고 있다니 그저 감탄할 뿐.

+ 뒷이야기로, 제목을 정할 때 출판사에서 Jazz Age Stories와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결국 영화개봉에 맞춰 후자를 택하고 말았다는 이야기. 재즈 시대 이야기를 타이틀로 달고 나왔으면 얼마나 멋졌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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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now 2010-05-24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세한 책읽기... 맞아요, Jazz Age를 썼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벤자민 버튼을 내세움으로써 조금은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테죠.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멋지네요~

LAYLA 2010-05-24 22:54   좋아요 0 | URL
재즈 시대 이야기로 나갔더라면 문학전집들 속에서 펭귄이 좀 튀어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펭귄이 내용과 퀄리티에 비해 전집시장에서 너무 홀대받는거 같아 안타까워요 :(

다락방 2010-05-3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에서 나온 피츠제럴드단편선도 엄청 좋거든요. 저는 거기서 [컷 글라스 보울]을 가장 좋아했어요. 정말 대단한 단편이죠. 윽-

LAYLA 2010-05-31 23:32   좋아요 0 | URL
그것도 찾아봐야겠어요. 국내에서 출판된 피츠제럴드 단편 정리해서 페이퍼 하나 쓸까봐요..^^

아포지 2010-06-0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츠제럴드 단편 정리한 페이퍼 기다리고 있을께요.. 라일라님은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시는 것 같으니, 기회되면 피츠제럴드는 영어로도 읽어 보세요... 미문입니다.
 
<떠오르는 국영 석유 기업, 글로벌 경제의 마지막 화두 지속성장, 역사에서 리더를 만나다>
역사에서 리더를 만나다 - 한비자, 처칠부터 이나모리 가즈오까지, 역사적인 리더 11인의 리더십 카운슬링
유필화 지음 / 흐름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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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리더를 4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인간 불신의 리더(한비자.마키아벨리.비스마르크), 인간 신뢰의 리더(제갈공명.율리우스 카이사르,공자), 의지의 리더(처칠.이순신), 자비의 리더(이나모리 가즈오.석가모니.지눌). 리더는 이러해야 한다, 저러해야 한다 잘라서 말하는 책들이 많지만 어떻게 리더십이 한가지 종류로만 정의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종단으로는 기나긴 역사를, 횡단으로는 정치,종교,경제 등 다양한 영역을 설정한 다음 그 시대와 상황의 context에서 뛰어난 리더들을 가려낸다. 그리고 이를 다시 리더십의 종류에 따라 분류하여 상술한다. 이 구성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내용도 만족스럽다. 각 리더에 관련된 일화, 역사적 사건, 그들의 글 등을 먼저 제시하고 이를 현대경영학 이론과 연결시켜 어렵지 않게 설명하는데, 리더십을 주제로 삼고 있으니 경영서로 분류되지만 각 리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역사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해 경영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혹은 경영학에 그다지 관심없는 사람이 읽어도 교양서적으로서 충분히 의미있을만한 책이다.  

각각의 리더들이 모두 나름의 매력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내가 발견한 리더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인간신뢰의 리더로서 자비와 관용을 리더십의 근본으로 삼았던 그는 결국 그 자비의 결과로 자신이 용서했던 정적에 의해 암살되는 비극적 리더이다. 하지만 이 문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가 석방한 사람들이 다시 나한테 칼을 들이댄다 해도, 그런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는 않소. 내가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오. 따라서 남들도 자기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오.

 
   

기원전에 이런 생각을 한 조상을 두고 있다니 참 부러운 나라이다. 후손들의 태만과 게으름, 뻔뻔함마저 가려버리는 옳은 조상이로세. 카이사르에 매료된 나는 슬쩍 역사책에 손을 뻗어본다. 이렇게 다시 새로운 독서로 뻗어나가기에도 좋은 책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성균관대 경영학 교수가 쓴 책 답게 곳곳에 드러나는 보수적 문장들.   

트루먼은 공산군의 침략으로부터 남한을 보호하려는 의지는 강했으나 -126p  

언젠가 어느 일간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지도자로 박정희 대통령과 세종대왕 그리고 이순신 장군을 꼽았다. 세 분 모두 나라의 안전과 겨례의 번창에 크게 이바지하였지만, -211p 

삼성은 원칙을 아주 중시한다. 회사를 위해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는 승진이나 특별 보너스 등 그에 걸맞는 상이 주어진다. ....삼성은 신상필벌 원칙 때문에 간혹 바깥에서 냉혹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하지만 이 원칙은 삼성이 자랑하는'깨끗한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해왔다. -223p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는 독자의 몫인데 개인적으론 불편했던 문장들이다. 삼성은 긍정적 사례의 예로서 참 자주 등장한다. 경영서의 틀 안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도 있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오타. 

이것을 기스마르크는 의회를 해산하고, -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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