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자기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아니거든요. 결국 자기 꿈과 욕망이라는 것도 미리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의 꿈과 욕망이라는 것의 범위를 넓혀가야 자기가 뭘 원하는지 조금 더 알 확률이 높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처럼 자기의 꿈을 좁게 설정하고 그것에 맞춰 열심히 살기만 하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른 과에서 개설한 교양과목을 듣다가 그쪽에서 자신의 꿈을 알게 될 수도 있고, 하다못해 그게 등산이나 낚시든, 컴퓨터 게임이든 뭐든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다양한 경험들을 겪다 보면 '아 정말 재미있다','이것을 할 때 희열을 느낀다','이것을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그게 꿈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안 해봤으면 모르는거죠. 그리고 인문학은 그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구요. -이동진-24쪽
철학자들은 오직 세상을 다양하게 해석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문제이다. -Marx-53쪽
...그런데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것 같아요. 그걸 참아야 연출로 올라갈 수 있는 거고, 그때그때 할 일하면서 즐기면 되는 거죠. 자존감 따질 필요는 없어요. 확실히 자기 자존감이 있으면 이거 한다고 내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자기 자신을 못 믿고 자존감도 확실히 서 있지 않으면 거꾸로 그런 일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한없이 비루해지는 것 같고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185쪽
그런 것도 있겠죠. 인문대에서는 삶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 거잖아요. 무엇을 할 것인지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생각. 지금의 목표가 무엇이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거겠죠. 하지만 단점이 하나 있는데 잘못하면 한없이 늘어진다는 겁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술 마시고 공부 안하고 그런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어떨 땐 지긋지긋할 때도 있죠. 우리 남편이 그랬거든요. 갂므은 신경질이 날 때도 있죠. 내가 저 사람을 믿고 어떻게 살지 하는 생각도 현실적으로 들구요. 하지만 그런게 있긴 있는데 그래도 그게 좋은 거죠. 어느 정도 선만 지켜준다면. 인문대생들은 아무튼 그런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요즘은 덜하겠지만 그때는 대책 없이 늘어지는 경향이 좀 있었죠. 그래도 선배들 보니까 다 잘 살더라구요. '저 선배가 저렇게 변할 줄이야' 할 때가 많아요. 어린이들이 동심을 가져야 하는것 처럼 대학생들은 사회에 나오면 달라질지언정 대학에 있을 때는 그러한 순수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인문대가 좋습니다.-189쪽
일이라는 것이 생활에 있어 생계의 원천인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생계를 안정화시키는 것 역시 일이라는 지점에서 중요한 기준의 하나이고 특히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세상에서 안정을 1순위로 삼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생계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주어지고 해결되는 것이에요. 일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있어 자존심의 원천입니다. 또한 일은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을 형성시키는 근원이기도 하죠.그렇기 때문에 일은 각자의 자부심을 충족할 수 있는,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자기 정체성을 세울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게 일인 거죠. 한편 직장이라는 것도 월급을 받는 곳만은 아니죠. 일이라는 것은 학교에서 배운 것만 가지고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차근차근 배워 나가고 그렇게 배워 나가는 것을 통해 평생 프로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직장은 또 하나의 학교이자 인생의 학교인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을 선택할 때는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선택에 있어 1순위 기준이 돈을 많이 주는 곳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뜻이죠. -211쪽
뭔가를 배워 나갈 수 있는 곳이라면 그 배움을 가지고 평생을 먹고살 수 있지만, 돈만 있다면 사실 돈 떨어지면 끝이죠. 그리고 돈만 쫓는다면 인생이 허무해지기도 하겠지만 잘 쫓아지지도 않아요. 마찬가지로 안정을 쫓는다고 해도 안정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쫓으면 쫓을수록 멀어지죠. 하지만 일에서 자부심을 취하고, 직장에서 배움을 취하면 안정은 결과적으로 주어지거든요. 배움이 있는 직장을 잡으세요, 그리고 그 일을 통해서 자부심을 세울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212쪽
앞서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이는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른바 초감각, 즉 육감이 만들어지는 데 이 정도 시간이 드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달마가 면벽9년을 해서 깨달음을 얻고 우스갯소리지만 보통 도사들이 오대산에서 10년, 지리산에서 20년, 계룡산에서 30년, 합쳐서 한 갑자쯤 도를 닦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4~5년의 노고는 해볼 만한 도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가는 길이 막연하고 두렵지만 결국 누군가가 다가갈 길입니다. 그 길이 두려울수록 그 이익과 성취감은 크다는 것을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285쪽
물론 한 해 계획은 고사하고 반 년, 한 달 계획을 계속 꾸준히 하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로 여겨질지 모릅니다. 그래서 한두 달에 집중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을 찾고 그 기간에 이루지 못하면 자신의 적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한두 달에 이룰 수 있는 것이면 다른 사람도 한두 달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비록 집중력의 차이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그래 봤자 그 정도는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면 채울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몇 년 동안 꾸준히 무엇을 한다는 게 마치 젊음을 낭비하는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투자하는 시간이 긴 것일수록 빨리 시작하는 게 유리하고 그것은 여러분들의 평생을 지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자산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285쪽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야말로 통찰의 힘을 키웁니다. 그것이 바로 창의력이 만들어지는 지점이라고 믿습니다.-288쪽
대학 전공은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해. 나도 지금까지 내 고등학교 은사님이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지. 인생을 60년으로 보면, 앞 30년은 열심히 공부하고 그 다음 30년은 사회를 위해 봉사를 해야 하는데, 내가 사회를 위해 봉사하게 될 30년 기간 중에 어떤 것이 필요하게 될지를 누가 알겠나. 그러니까 대학교 다니면서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306쪽
자꾸 상황의 논리에 자기를 맞추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은 사라져버리고 상황만 남게 되는 거죠. 상황이 바뀌면 또 자기 자신은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런 거니까. 하지만 결국 상황이란 것은 바뀌기 마련이거든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 것,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잘 아는 것. 이게 중요한거죠.-314쪽
경험이 문제라면, 저도 평범하게 중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왔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경험이랄 게 없잖아요? 그래서 책을 많이 다양하게 읽는 것은 부족한 직접경험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서 쓸 수 있는 글이 있고, 상상력이나 감수성으로 쓸 수 있는 글이 있는 것 같아요. 스무 살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그맘 때 쓸 수 있는 글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감에따라 경험이 축적되어서 쓸 수 있는 글도 있구요. 그러니까 그때그때마다 자지가 쓸 수 있는 글을 써보는 게 중요합니다. 경험이란 건 세월이 흐르면, 세월의 무게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때 가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글을 쓰면 되잖아요? 지금은 또 지금 쓸 수 있는 글이란 게 있을 테니까. -321쪽
장편하고 단편은 다른 양식이라고 생각해요. 장편이 건축적인 양식, 설계도를 가지고 쌓아 올리는 양식이라면, 단편은 시적인 양식이죠. 그래서 장편에서 중요한 것은 플롯, 장편의 부피를 지탱할 수 있는 주제, 이런 것들이 중요하고 단편의 경우, 한순간을 통해서, 일부분을 통해서 삶의 핵심을 보여줄 수 있는 날카로움, 통찰, 이런 게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 단편이든 장편이든 대개는 기본적인 줄거리를 잡고 시작합니다. 캐릭터도 생각해둬야죠. 특히 단편 같은 경우는 응집된 힘 같은 게 필요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져요. 자꾸 불필요한 것들이 들어오게 되고. 그래서 자기가 하려는 이야기가 뭔지를, 그걸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면 그 한 문장을 늘 생각하고 있어야 돼요. 모든 문장을 쓸 때 그 한 문장을 더올리면서 쓰면 구심력이 생겨 꽉 짜인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죠. 그래서 저같은 경우는 키워드나 아니면 그 글을 창작하게 만든 최초의 씨앗 같은 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책상맡에 붙여놓고 쓰죠. -324쪽
늘 지나간 세월은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잖아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지금 어떻게 살더라도 돌아보면 결국 후회나 아쉬움이 남을 텐데, 그렇더라도 그 후회나 아쉬움을 줄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아가도 말씀드렸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찾는 것,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 때 기쁜가, 이것을 찾는 것이죠. 사실 이건 평생의 화두거든요. 그런데 한 살이라도 젊고 감수성이 예민하고 뭔가 많은 것들을 준비할 수 있을 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자꾸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라가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따라 하게 되는 거죠. 그래야지 안심이 되니까. 혼자만 떨어져 있는 것 같으면 불안하잖아요. 하지만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면 설령 자기가 가려는 방향이 다른 사람들과, 다수의 방향과 다르더라도 불안하지는 않겠죠. 자신감은 결국 자기를 아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325쪽
주변을 보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일찌감치 제 갈 길을 결정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먹을 것 아끼고 입을 것 아껴서 뮤지컬 보러 다니던 사람, 주식에 미쳐 수천만 원 까먹은 사람, 드럼에 빠져 멀쩡히 다니던 학교 때려치운 사람. 잘되고 못되고를 떠나 적어도 출발점에 서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었던 사람들이었죠.-330쪽
인문학은 전복적인 상상력과 논리의 엄정함을 모두 요구하는 학문입니다. 학부 때 저를 가르치셨던 은사님은 수업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테제는 급진적이어도 좋다. 단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제 느낌대로 풀어본다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고하되, 그 두 발은 현실에 굳게 근거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인 듯 싶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야말로 급변하는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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