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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다 -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진짜 내 인생'을 사는 15인의 인생 전환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10년 9월
평점 :
미국의 사회적 기업가 마크 프리드먼은 자신의 책 <앙코르>에서 의미있는 일을 선택하여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전문성에 입각하여 삶의 양식만 바꾸는 CAREER RECYCLER,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는 CAREER CHANGER, 그리고 오래된 꿈을 인생 후반부에 실현하는 CAREER MAKER.
어릴 적 바라던 꿈을 좇아 평생 한 분야의 전문인으로 깊어지기만 하는 인생이라면 좋으련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해야하는 일의 조화를 고려해야 하며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 밥벌이 기능도 체크해야 하고 얼마나 안정적이고 얼마만큼의 명예를 줄 지, 일이 정체성을 구성하는 사회에서 해당직업이 얼마만큼의 자아실현을 가능케 해 줄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다. 이렇게 재고 따지지 않아도 단순히 뭘 하고 싶은지부터 감이 안오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언론인 김선주는 이런 상황에 대해 '서른 이전의 삶은 선택한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 주어진 것이기에 서른이 되면 진정 자신의 장점과 적성을 살려 평생 하고픈 직업을 선택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이 책은 여러가지 이유와 동기로 자신의 커리어의 전환을 시도한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엮은 책이다. 미국공인회계사에서 요가학원원장으로, 대기업상무에서 자전거여행가로, 음반가게 사장에서 심리상담사로 그들의 전환은 아찔하리만치 극적이다. 물론 이 책의 사례들은 모두 해피엔딩만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과정까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이 전환의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너무 처절해서 그냥 읽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픈 순간이 많았다. 그럼에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도전할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사연이 펼쳐진다.
여러가지 커리어전환 사례는 인생계획에 도움이 되며 마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기에 어떠한 목적없이 그저 누군가의 삶을 읽는다는 재미도 있었다. 한가지 걸리는 것은 서술방식이었다. 저자는 인터뷰를 한 뒤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 따옴표로 인터뷰이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집어넣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이 책의 성격과 의도를 생각했을 때 저자가 개입해 다시 재서술하는 방식은 무언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특히 저자가 커리어전환을 하고 있던 시기에 쓰여진 글이라 더 그렇단 생각이 든다. 커리어전환은 어릴적 꿈을 실현하려 10년씩 준비를 해서 이루어진 경우도 있고 그냥 무작정 마음이 견딜 수 없어 저지르고 보잔 경우도 있는데 이 모든 경우에 대해 다 맞는 말인것처럼 이래저래 흔들리는 서술을 보는 것이 불편했다. 다른 부연설명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커리어전환을 꿈꾸는 30대 이상의 사람뿐 아니라 이제 커리어를 쌓아나갈 20대에게도 유용할 책이라 생각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진 시대, 우리는 만성불안에 젖어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패자로 살 수는 없지 않는가. try to see the bright side of every negative thoght란 표현이 떠오른다. 바꿀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평생 하나의 직업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도전하고 싶은 직업의 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워나가며 나이들어 가는 삶을 그려볼 수 있게 도와주며 어떤 자세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이들은 이미 한발 앞선 자로서 많은 영감과 용기를 불러일으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