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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itted (Paperback) - A Skeptic Makes Peace with Marriage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 Viking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스포일러 있습니다.
eat,pray,love보다 한참 못하다. 읽는 초반엔 기대가 된다는 페이퍼를 남겼었는데 딱 초반의 한 챕터에서 그치고 말았다. 이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호들갑스럽게 써내리는 덴 재주가 있지만 문화인류학이나 사회학적인 분석을 하는 덴 영 부실하다. 당연하다. 그녀는 에세이스트니까!!! 책을 읽는 내내 뭐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면 젭할..이런 건 제대로 공부를 한 학자들에게 맡겨줬음 하는 소망이 떠나질 않았다. 아무리 그녀가 대학 졸업한 well-educated 된 사람일지라도 학자들이 평생걸쳐서 쌓는 업적들을 몇 줄이나 한 단락으로 여기저기서 가져오고 그걸로 뭔가 '있어보이는'이야기를 하는 거 솔직히 구렸다. 더군다나 그 인용문들도 출처가 믿음직하지 못한 것이 많았다.(레퍼런스는 에세이니까 안달아도 되는거임?) 결혼이란 주제가 과학적으로 연구가 어려운 분야라는 점은 감안해주고 싶지만... 그녀는 애초에 그런 점은 염두에도 없었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는거다.
최악은, 그렇게 이런거 저런거 다 따와서 결혼에 대한 썰을 한 권동안 줄줄히 늘어놓으면서도 그녀 자신은 결혼이란 제도에 대해 설득되는 기색이 전혀 없었는데, 그녀 스스로도 아무리 생각을 해도 결혼이란 사회적 제도에 개인의 삶을 종속시키는 건 영 내키지 않는다고 마지막까지 이야기하는데, 그런데 마지막 몇 페이지 남겨두고서 하는 말
"그래 결혼은 분명 사회적 산물이고 개인을 구속하기도 해....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사람들은 결혼을 금지하던 때에도 분명 둘 만의 관계를 원하고 어떻게든 둘 만의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지. 사회의 룰이 결혼을 금지할 때도 분명히 결혼을 하고자 했다고!! 이건 결혼이 사회적 산물이란 말이 아니지 않을까? 반쪽을 찾아 헤매는 건...우리의 자연스러운 본능 아닐까?"
이런 이야기하면서 결혼함
...........한권 내내 결혼의 역사와, 문화권에 따른 결혼의 의미와, 결혼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 등등 거창하게 논하고서 마지막에 저런 이야기를 한다니 내가 만약 저 책에 인용된 연구의 학자였다면 거하게 쭉빵을 날리고 싶었을 거 같다. 사회학자들 한 번 엿먹어보라는 거임? ㅋㅋㅋ 책은 문화인류학과 사회학으로 한 권을 채워놓고(학문적 이야기로 채워졌다기 보단 결혼을 바라보는 시각을 말하는 것) 결론은 뭐 인간본능으로 끝나다니 고도의 사회학까인건지 단지 그녀가 정말 무식하기 때문인건지. (물론 후자라고 생각함)
그냥. "아 정말 결혼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성으로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혼안하면 이민국에서 남자친구 쫓아낸다고 하니 한번 더 하지 뭐. 대신 혼전계약서 제대로 쓰자!" 이랬으면 얼마나 쿨하고 멋졌을까. 책 더 팔아보려고, 계속 로맨틱한 캐릭터로 남으려고 자기 스스로 말도 안되는 소리인거 알면서도 무리수 쓴 거일수도 있겠다만 굳이 번역서 있음에도 원서로 읽는 정성을 들였는데 마지막 페이지 읽는 순간 짜증이 팍 치밀어 올랐다. 이러지 말자. 에세이에도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점 감사드립니다만 이런 반전은 사양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