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배신 -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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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이데올로기 형성에 관한 역사사회학적 분석. 저널리즘 특유의 전개가 아쉽기는 하나 양적분석이 불가능한 영역에 대한 접근 자체의 한계라고도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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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술꾼 - 임범 에세이
임범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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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범의 첫번째 책인 술꾼의 품격을 괜찮게 본 기억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술꾼의 품격보다 이번 책이 더 좋았다. 사실 술 이야기는 술꾼의 품격이 더 각잡고 정식으로 풀어놓는데, 원래 술이 술이라서 마시는게 아니라 취하려고 마시는 거니까. 함께 취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이번 책이 더 술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대략 서른명의 술 친구 이야길 담고 있는데, 한 꼭지 서너장 남짓한 글로  한 사람의 인생이며 술에 관한 에피소드를 곶감꿰듯 줄줄이 엮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때론 이런 개인적인 이야길 적어도 되나? 하는 부분도 많이 나온다. 공지영이 첫 이혼하고 잠이 오지 않아 밤마다 술을 마시다 보니 매일 마시게 되었다거나, 김조광수 감독이 남자랑 함께 여관에 있다가 임검에 걸려 경찰들에게 '더러운 놈들' 소리 들은 일이라던가, 그외 지지리 안되는 사업만 하는 이런저런 먹물 친구들 이야기라던가.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전혀 궁상맞거나 지질해보이지 않고 하나하나가 다 단편소설처럼 근사하게 들린다. 그게 술과 세월의 힘인가보다. 이십대는 술마시고 찔러봤자 이놈이나 저놈이나 연애사밖에 나올게 없는데 오십까지 술을 마시면 이혼 ,부도, 실직, 우울증에 이상의 좌절까지 다들 제 나름의 인생소설을 쓰게 되니 말이다. 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되 무심하게 툭툭 쓰는 임범의 글솜씨는 단연 최고이다.


술을 매개로 만난 사람들을 쓴 글이긴 한데, 만난 사람이 다 임범 또래이다 보니 종내는 술 이야기가 아니라 386이야기가 된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그것도 그 나름대로 좋았다. 학교 다닐땐 운동하고, 1-2년 쯤은 감옥에서 살고, 아무 생각없이 졸업하고, 뭐 그래도 그런대로 하고 싶은거 하며 살았고 그런 전형적인 386이야기. 한 학기 휴학만 해도 어떤 스펙으로 그 공백을 메꾸어야 하나 벌벌떨고 감옥은 커녕 평생 공중도덕 위반 스티커 하나 떼여본적 없는 희멀건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정말 필요한건 술꾼이야기보다 386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386의 삶이 더 나았다는 게 아니라, 그런 다른 삶도 존재하고 가능했단걸 보여줌으로써 요즘 젊은이들의 창의력을 조금은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인생이 결국엔 술잔 기울이는 일로 귀결된다는 염세론으로 빠지면 어떡하나 조금 걱정은 된다.)


책을 읽다보면 임범이 술이야기 쓰려고 신문사 때려친게 아니라, 영화프로듀서 하려고 때려친거란말이 나온다. 사실 자신도 자신의 인생으로 한편의 소설을 쓰고 있었던거다. 이 책을 보니 그의 영화가 기다려진다. 사람 사랑할 줄 알고 더러운 꼴 험한 꼴 다 본 후에도 냉소하지 않는 사람의 작품이 진짜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자 그만두고 5년을 기다리고 있다는데 곧 영화로 그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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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1-17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알라딘 서재인들은 새벽같이 잠 못드는군요.
이제 자려는 차에 LAYLA님의 리뷰를 보니 그냥 잘 수가 있겠습니까!

음, 신간추천페이퍼를 쓸 때 이런책은 보지 못하였는데.
그나저나 술이라니, 보았다고 해도 저는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 거여요 ㅎㅎ
언넝 주무셔요!
굳밤 :)

LAYLA 2012-01-17 02:48   좋아요 0 | URL
수정하는 사이에 추천이 달려 누군가 하였더니! ㅎㅎ 아직 안자고 머해요 내일 EBS보면서 졸려고! ㅎㅎ 책은 좋았어요. 고등학생인 소이진님한테도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ㅎㅎ 잘자요 굿밤^^

프레이야 2012-01-1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라님 안녕하세요? ^^
저도 '술꾼의 품격'을 참 재미나게 읽고 임범을 검색해 봤었는데..
그의 영화가 나오면 꽤 근사할 것 같아요.
이 책이 더 재미나다 하시니 얼른 담아가요^^

LAYLA 2012-01-18 02:4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새벽에 갑자기 또 술 마시고 싶네요 'ㅠ' 흐흐흐

라로 2012-01-1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저 이책 당장 담아가요!!
임범도 화이팅!
레이라님도 화이팅!!^^

LAYLA 2012-01-18 02:47   좋아요 0 | URL
나비님 맘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

마태우스 2012-01-18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네21 광고보고 살까말까 한참 망설였던 책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라일라님이 "글솜씨가 최고"라고 하니 사겠습니다!

LAYLA 2012-01-18 02: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댓글 꼭 임범님이 봐줬으면 좋겠네요 ㅋㅋㅋㅋㅋㅋ 마태님 칼럼들은 언제 묶여서 나오나요?^^

마태우스 2012-01-18 21:48   좋아요 0 | URL
칼럼은 원래 시의성이 생명이라, 지난 걸 다 모으면 누가 읽긴 할까 싶습니다. 암튼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락방 2012-01-1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야겠어요! 불끈.

LAYLA 2012-01-19 22:46   좋아요 0 | URL
술 이야기인데 당근!!! ^,^
 
내가 만난 술꾼 - 임범 에세이
임범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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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 종교에서 물로 세례를 준다고 하지만, 애에서 어른으로 될 때는 술로 세례를 받는 게 아닌가 싶어요. ...술과의 최초의 접촉이랄까? 그때의 느낌은 대부분 중독성이 있는 것과 처음 접촉할 때 다 그렇듯이 굉장히 어지럽고 황홀하고, 제정신이 아니고, 뭐랄까, 연애를 한다고 할까, 그런 기분...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누우면 빙빙 도는 세계, 천장만 도는 게 아니라 우주 전체가 도는 것 같으 는낌이, 이것이 어른들의 삶이구나, 나도 이제 어른이 됐구나..."
-성석제-24쪽

몇 해 전 한겨례신문에 연재된 임재경 회고록에 조건영 이야기가 나온다. 1980년 5월 민주인사들이 붙잡혀가고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때, 조건영이 광주 사진을 외신에 전해주기 위해 뛰어다녔다는....(조건영은 그 직후에 공안기관에 잡혀가서 심한 고문을 당했다). 그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 왜 안 그랬겠나. 당대의 싸움을 피한 이와 마주한 이는 나이 들어 웃는 표정에 온유함의 크기가 다르다. -32쪽

"20대에 연극을 할 때는 연극이 (사람을 치료하는) 약이라고 생각했고, 그 뒤에 상업영화를 할 때는 영화가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술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사색의 여유를 주는) 차와 같은 것을 하고 싶다."

그는 20대 때 연극판에서 술값도 못 벌면서 술은 끊임없이 마셨다고 한다. "한국은 술 인심이 참 좋아!" 제 돈 내고 술 마시기 시작한 게 30대 중반 영화 <약속>에 출연한 이후였단다.

- 정진영-39쪽

1990년대 초중반, 술집 심야영업을 금지할 때였다. 카페 소설 주인 염기정이 자정 넘어 영업하다가 걸렸다. 경찰이 영업 허가증을 들고 갔다. 파출소로 오라고 했다. 그 직후에 차승재가 왔다. 염기정 왈, "허가증 뺏겨서 장사 못 해." 차승재가 앞장섰다. 염기정에게 라면 한 박스를 사라고 했다. 그걸 들고 둘이 함께 파출소로 향했다. 경찰관에게 차승재가 말했다. "제 집사람인데요, 제가 무능해서 술 팔게 하고 있는데..." 차승재는 염기정의 남편이 아니다. 단골손님일 뿐이었다. 차승재와 경찰관 사이에 몇 마디 말이 더 오갔고 경찰관이 딱하다는 듯 허가증을 돌려줬다. 이후 심야영업 단속 나갈 때 염기정의 카페에 미리 연락해 주기까지 했단다. -43쪽

하지만 무슨 일에 앞장서는 건 그의 체질과 거리가 멀다. 배후에서 활약하는 음모가 스타일도 아니다.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하고 군대 갈 때까지 공자에 위장취업도 했음에도 그는 느긋함과 한량스러움이 몸에 배어 있었다. 5공 때인 1984년 가을, 대학 4학년일 때다. 이런저런 걱정이 많을 시기인데, 그는 졸업 전까지 할 일 세 개를 정했다. 당구, 바둑, 기타. 학생회 사무실에서 바둑 두고 기타 치고... 운동권 후배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은데 그는 태연히 벽에 낙서를 했다. '마지막 가는 이 가을을 저질러버리자!' 그 무렵 서울대 프락치 사건으로 경찰이 학생회관을 수색햇다. 그 장면이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면서 그가 쓴 '....저질러버리자!'라는 글씨를 길게 비추었다. 내 눈에도 과격하게 보였다. 그 저질러버리자는게 당구, 바둑, 기타였음을 알 길이 없는 시청자들에겐 더했을 것이다.
-박덕건-190쪽

내 다른 친구들에 비해 김성수는 확실히 특벽한 데가 있다. 나와 친한 친구 중에 유일하게 이과 출신이다. 난 이게 많은 걸 설명하는 것 같다. 문과 출신들은 대체로, 그중에서도 언론이나 문화 계통에 종사하는 이들은 더욱더 자기 견해, 세계관, 자아 같은 것들에 아집이 있다. 예민한 만큼 자폐적이거나 공격적이기 쉽고, 논쟁적인 만큼 관념적이기도 하다. 아울러 남들과의 차이나 거리를 잘 인정하지 못해서 동지 아니면 적으로 만들고 마는 경향이 있다.
김성수는 그렇지가 않다. 차이나 다름을 잘 인정할 줄 안다. 음식,스피커 등 구체적인 사물에 대해선 까다로울 때가 있지만 생각이나 취향 등 관념적인 것들에 대해선 너그럽다. 언어나 사고도 구체적이고 담백해서, 김성수라면 '고독하다'는 말 대신 '심심하다'라고 말하고, 영혼이 아프네 어쩌네 하는 식의 엄살과도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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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책방 - 잠 못 드는 밤을 위한 독서 처방전
조안나 지음 / 나무수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질투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네 번 괴로워하는 셈이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의 노예가 된 자신에 대해 괴로워한다. 나는 자신이 배타적인, 공격적인, 미치광이 같은, 상투적인 사람이라는 데 대해 괴로워하는 것이다.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49쪽

신이시여,
제게 은총을 내려주시어 몇 줄의 아름다운 시를 쓰게 해주소서.
그리하여 내가 못난 자,
멸시해 마지 않는 자들보다도 더 못난 인간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게 해주소서.
- 파리의 우울, 보들레르-83쪽

...
내가 가진 거라곤 출렁이는 자유
소금처럼 짭짤한 외로움
이거면 시인의 식사로는 풍족하다.
사랑하는 데는 안성맞춤이다.
...
할머니와 어머니-나의 보수주의, 문영미-117쪽

남에게 보여서 부끄러운 사랑은 마약 밀매상적인 요소가 있다. 그것은 없느니만 못하다. 대낮을 견딜 수 있는 사랑이라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최고의 행복은 개성의 발휘가 아니라 상실 속에 있는 것이다.

-전혜린-123쪽

가령 당신이 앞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삼류화가로 그친다면, 그래도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정말 당신은 지독한 바보로군. 나는 그리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고 하지 않았소. 이 마음은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거요. 물에 빠진 사람이 빠졌을 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가 되겠소? 어떻게 해서든지 물 속에서 빠져 나와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그대로 죽는 것이 아니겠소?

-달과 6펜스, 서머싯 몸-128쪽

추억이란 그것이 슬픈 것이든지 기쁜 것이든지 그것을 생각하는 사람을 의기양양하게 한다. 슬픈 추억일 때는 고즈넉이 의기양양해지고, 기쁜 추억일 때는 소란스럽게 의기양양해진다. -김승옥-136쪽

태양은 단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168쪽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
-지하인간, 장정일-227쪽

세상의 다른 모든 일들은 나이든 사람들이 잘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일만은 모험을 겁내지 않는 젊은이들의 전공 분야다. 젊은이들은 아직 자기가 어던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잇는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238쪽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모든 시련과 고난을 '선택 받은 자의 몫'으로 여길 줄 알는 기개가 있어야 한다.
-작가, 박상우-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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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성의 사내 필립 K. 딕 걸작선 4
필립 K. 딕 지음, 남명성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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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귀한 책인데 어쩌다 구하게 됐습니다. 나다니엘 웨스트 작품이죠. 제목은 '미스 론리하츠'입니다. ... 고통에 관해 독특한 관점을 보여줍니다. 아주 근본적인 고통부터 아무 이유 없는 고통까지 꿰뚫어보고 있죠. 종교라면 모두 다루는 문제입니다. 기독교 같은 종교에서는 고통을 죄악과 연결해 설명하곤 합니다. 웨스트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관념보다 훨씬 흥미로운 견해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그가 유태인이기 때문에 아무 이유 없는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만일 독일과 일본이 전쟁에서 졌다면, 유태인들이 세상을 장악했을 겁니다. 모스크바에서 월스트리트까지 말입니다."-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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