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영은 매사에 계산적이어서 반드시 준 만큼 돌려받고 무엇에든 다치지 않을 만큼 충분한 거리를 두어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서울 깍쟁이였다. 대신, 자신이 신세를 진 만큼 반드시 갚아주려는 자존감과 자신의 영역에 속해 있는 것에 대해선 철저히 사랑하고 통제하려는 소유욕을 가진 여자였다. 그 영역 안에는 물론 나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녀가 보기에 내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아마도 형이 변호사라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그런 속물적인 면에 가끔 실망도 했지만 그녀의 매력과 애교는 그런 실망감을 능히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녀가 가진 최고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생에 대한 의심없는 열정과 자신이 인생에 쏟아붓는 노력만큼 반드시 보상을 받겠다는 확고한 의지였다. -2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