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를 으깨며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은 겉보기엔 다른 사소설들하고 딱히 다를것 없어 보이지만 읽어보면 아 이것은 언니의 글이로구나 느껴지는 그런 파워가 있다. 에쿠니 가오리 등 요즘 잘나가는 일본여성작가들의 글이 결국엔 젊은 여자가 쓴 젊은 여자의 이야기이기에, 어슷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여 서로의 허접한 인생에 대해 돌아가며 투정을 부리는 느낌이라면, 다나베 세이코의 글은 표면적으론 젊은 여자의 이야기이지만 이미 그 시절을 이미 지나쳐본 사람만이 그려낼 수 있는 어떤 확신같은 것이 담겨있다. 인생의 어려움 모두 지나갈 것이고 젊은 건 참 좋은 것이여. 이런 분위기랄까?


이 소설도 스토리만 보자면 황당하리만치 비현실적이고 3류 드라마 스럽지만 (재벌2세와 이혼한 여주인공이 소녀감성으로 작가생활하며 싱글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는데 재벌 2세를 비롯한 주변남자들은 그녀를 공주님처럼 아낀다) 심리묘사나 캐릭터에 대한 묘사에 작가의 연륜이 묻어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론 여주인공의 전남편 '고'의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여주인공이 소설의 여주인공이 되기 위해 현실감 없는 캐릭터로 설정되었다면 전남편은 재벌 2세라는 것 빼고는 실제로 이 세상에 존재할만한 캐릭터다. 천박하고 솔직하고 멍청하고 순진하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쎈척하지만 툴툴거리면서 해달라는 건 다해주는 남자. 


사랑스럽고 순진한 여자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남자는 달래어 준다는 상투적인 라인에 작가가 경험한 약간의 삶의 진실을 더해서 볼만한 이야기가 완성된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괜찮은 여자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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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2-03-17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목이 멋지군요. 그런데 나 하나 동의 못함. "천박하고 솔직하고 멍청하고 순진하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쎈척하지만 툴툴거리면서 해달라는 건 다해주는 남자"가 어떻게 실제로 존재할 수가 있어요? -_- 엄청 어려운데!

LAYLA 2012-03-18 00:16   좋아요 0 | URL
아...네꼬님 말씀듣고 보니 급반성..싹싹싹 ㅠ,ㅠ 용서해 주쩨요 뿌잉뿌잉

신지 2012-03-18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저는 남자여서인지) 현실감 있는 남자 캐릭터인 것 같은데( ")그나저나 요즘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이여서 밑줄과 리뷰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