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사랑을 한다 7
서문다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첫. 완결작이라니, 그것도 2년만에 나온 책이라니 서문다미 작가의 팬들은 그저 출간만으로도 고마워(?)하는 것 같다만 개인적으론 약간 분노를 자아냈던 책이다.

서문다미 작가가 이 책에 대해 약간 날림으로 그려낸단 생각은 했지만 완결도 날림으로 그려낼줄은 몰랐다. 그래도 한국작가 중 몇 안되게 이름만으로 먹혀주는 작가 아니신지.

서문다미 작가가 쓴 글이라고 떠돌아다니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왜 대부분 작품의 완결을 내지 않냐는 물음에, 만화시장 불황과 함께 작품을 연재하던 잡지가 폐간되어버려 이제 더 그리려면 '돈'을 받지 않고 그려야 한다. 그건 힘들다. 이런 내용이었다.

나도 당연히 그런 부분 이해한다. 그런데 후기를 보니 이 책은 2년 전에 이미 완성한 원고였다.

날림으로 일단 완성해놓고서 다시 그리겠다고 어떻게든 질질 끌다가 출간이 된 모냥이다. (작가 후기로 짐작)

다시 말하자면, 이 완결작 만큼은 돈 없어서 2년이나 출간 미룬것 아니란 거고 작가 스스로도 날림이라고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다는거다.

스스로 독자들에게 돌 맞는 그림을 그려놓았으니 난 돌을 던지겠다.

먼저 작품의 질에서부터. 그래, 완결 전까지 나는 어느정도까지 서문다미 작가의 '날림'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학원물인데 갑자기 주인공들이 우주여행하는 걸로 한 에피소드를 다 잡아먹어도(심지어 끝에가선 꿈이라고 끝나버리는 설정) 뭐 그게 이 작가의 스타일이겠거니. 그래도 참신하게 연출하는구나. 개그컷 재미있다. 이러던 독자였다.

근데 결론 부분가서, 틀림없이 마감에 촉박해 페이지 채우려 튀어나온 듯한 이상한 캐릭터에 의해 작품 전체의 균형이 무너졌고 작품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수준까지 이야기를 끌고가더니 끝나버렸다. 스포일러라 말하지 못하겠지만 이건 뭐 학원물로 시작해서 스릴러로 치닫다가 다큐멘터리 정도로 마무리하는건가?

앞으로 이 만화는 허무 날림 완간의 표본으로 길이길이 기억될 것임에 100원 건다. 아니, 길이길이 기억되기 전에 엔딩이 작품 전체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려서, 기억에 남을 작품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작가의 수준이 그렇다면 뭐 어쩔수 없는거다. 다음의 선택은 내 손에 달린거고. 근데 수준이 이정도도 아닌 작가가, 이런 걸 내놓으니 빡 도는거다. 독자가 우습게 보이냐는 생각까지 든다. 서문다미 이름 믿고 책내용도 모른채 4000원 내고 구매하는 독자를 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분노는 한국만화가들의 한국독자들에 대한 분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저 서문다미 작가의 글이라는 글에는 '한국만화가 돈벌기 힘든건 불법 스캔본과 일본만화만 좋아하는 독자들 때문'이라는 분위기가 담겨있었다. 나는 스캔본 돌리는거 불법이라고 인지하고 있고, 좋아하는 작가들 만화 책으로 돈주고 사려고 노력하고 있다. 믿는 작가는 내용도 안보고 출간되면 바로 사는 편이다. 근데 서문다미씨는 이런 충실한 독자들을 배신한거 아닌가? 작가 개인 수준에서 날림 만화 출간해서 좀 쪽팔리는 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한국만화에 대한 독자들의 실망으로 이어진다는 걸 인지해줬으면 한다. 이 만화를 보고서 한국만화 출판 시스템에 대해 아주 완전히 어이없음 뭥미? 상태가 되었으니 말이다. 담당기자와 작가 사이에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길래 이런 작품이 나왔는지 정말 궁금하다. 한국 독자들이 일본 만화만 좋아한다고? 그렇다면 한국 만화 퀄리티도 일본 만화 퀄리티에 걸맞게 좀 높여주시라. 큰 시장만큼 경쟁 치열하고, 독자 구미에 맞도록 만들어진 일본만화가 단지 '일본'만화이기 때문에 팔린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예술(문화)의 다양성을 말하며 한국만화를 보호해야 한다 주장하였고, 어느 정도 수긍하였지만 이런 작품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퀄리티 무시하고 다양성만 외치다가 그나마 남아있던 소수 구매자마저 떠날 수 있다. 소비자의 구매 행위는 '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지불한만큼의 효용을 얻기를 바란다. 한국만화 살리겠다고 일부러 이 책 장바구니에 담는거 아니란 말이다. 제발 좀.

* 완결 땜에 별1개. 완결 전까지 별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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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2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2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절판


정치사회학자 에이프릴 카터는 "대의제의 틀 바깥에서 이뤄지는 대중들의 직접행동은 민주주의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고 주장한다. 즉 시위, 농성, 파업 등의 직접행동은 혹자의 말처럼 "취약한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협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강화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직접행동을 수반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타락한다"고까지 단언한다. -232쪽

에이프릴 카터의 직접행동 옹호론의 근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9.11테러 이후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것ㅊ처럼 민주주의사회에서도 군사적.안보적 압력은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경향이 있다. 즉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자유제한의 빌미가 생겨날 수 있다는 논리다. 둘째, 선거와 입법과정에 끼어드는 압력단체의 로비는 부유층, 특히 대기업에게 유리한 정책만을 생산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즉 정치적 접근성의 상대적 박탈에 따른 부분적 비합법 내지 불법적 요구행동은 정당하다는 논리다. 셋째, 대의민주주의가 아무리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 하더라도 부정과 부조리는 생겨날 수밖에 없다. 즉, 경제성과 효율성을 근간으로 하는 대의제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도덕적 빈틈은 장외고발 및 투쟁을 통해서만 메워질 수 있다는 논리다. 넷째, 개별 국민 국가의 영향력 범위를 넘어서는 국제적 금융. 무역기구와 다국적 기업들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각국 대중들이 연대하는 전지구적 직접행동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국경과 지역법을 무시하는 초국적 자본에는 역시 국경과 지역법을 초월하는 전지구적 -232쪽

저항으로 맞설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에이프릴 카터가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은 '자력화 효과'이다. "직접행동에 가담하는 이들은 공개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냄으로써 자보심과 존엄감을 얻을 수 있고,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으며, 타인과 연대감을 고양할 수 있다" 한마디로, 진정 '민주적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직접행동만큼 효과적인 훈련법도 없다는 것이다. -233쪽

분배중심의 정책에서 성장중심의 정책으로 급선회한 대처 수상 집권 시절에 기초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10대들을 '대처세대'라고 부르는데, 대처리즘에 따른 저임금과 실업률 증가, 이혼률의 증가와 가족해체의 가속화 등 비인간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라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 흡연과 알코올 의존, 비합리적 경향 등 개인주의적이고 퇴폐적인 특성을 체화하고 있는 세대를 의미한다-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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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타산지석 1
이식.전원경 지음 / 리수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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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감이 팍 오듯이 이 책은 영국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쓴 책이다.

그러니까 영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 등등은 전혀 기대해서는 않된다.

요즘 흔히 나오는 사진 한장 띡, 느낌 몇 줄 쓴 책보다 훨훨 나은 책이지만 영국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썼다는 점에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별 4개의 이유...

몇 달 살다온 사람들보단 100배쯤 낫지만 역시 10년 이상 산 사람들에겐 훨씬 못 미치는 느낌이랄까? (저자들은 3년 살다왔다)

좀 배우신 분들이 써서 그런지 단순히 감상 나열에 그치지 않고 여러가지 역사적 배경도 풍부하게 첨가해주어서 좋았다.

케임브리지에서 수학했던만큼 케임브리지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어서 진지하게 케임브리지 유학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보아도 괜찮을 듯 하다.

딴지를 걸자면

너무 그들을 사랑한 나머지 '좋게좋게'보기만 한 것은 아닐지.

유명한 영국인들의 인종차별이라던지 계급.신분갈등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아서 아쉬웠다. 영국을 이야기하면서 빠지기엔 너무 중요한 이슈 아닌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으로 영국의 복지에 대해 '너무' 좋게 표현한 것도 걸렸다. 복지가 먼저 탄생한 국가이기는 하지만 대처의 집권과 함께 복지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만연한 것이 사실이고 특히 구빈법의 전통이 있어서 그런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에 있어서는 호혜의 성격이 강한것처럼 보인다.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 복지가 발달한 것은 사실이나 복지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시각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복지의 천국처럼 묘사한 것은 좀 동의하기 힘들었다. 진짜 복지 선진국들의 입장에서 영국은 한참 뒤떨어진 나라인데 말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속한 계급이 비판적 시각을 가지기 힘든 조건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상류계급 애들은 촌스러워서 인종차별따윈 안한다는 뭐 그런 이야기^^ 석.박사 과정 밟으며 케임브리지를 중심으로 뻗은 인간관계라는게 다 교양있고 배운 분들이니 별로 딴지 걸 것이 없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영국 걔네들은 뭐가 그렇게 잘났다니?'식의 궁금증은 전혀 해소할 수 없어서 답답함이 남았다. 저자들이 애초에 영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을 하지 않다보니, '왜?'라는 의문이 생길 여지가 없었나 보다. 걔네들이 그런건,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이야. 정도의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느낌이다. 분명 뭔가 더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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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2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03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품절


여자라는 존재는 방으로 가득한 저택 같은 거예요. 거기에는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가 있고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실도 있고 가족들이 함께하는 거실도 있지요. 그러나 그것들 너머에는 전혀 다른 방들이 있답니다. 누구도 문고리조차 잡아보지 않은, 아예 그런 방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안타 해도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모르는 방들. 그리고 그 방들 중에서도 가장 깊은 방, 신성하고 신성한 그곳에 영혼이 홀로 앉아 끝내 오지 않을 어떤 발자국을 기다리는 것, 그게 바로 여자의 본성이예요.-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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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이십대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아름다운 자들이 가장 불행하다는 역설. 그들은 비극을 살면서도 희극인 줄 알고 희극을 연기하면서도 비극이라고 믿는다. 이십대 혹은 이십대적 삶에 대한 내 연민이 이 소설을 시작하게 된 최초의 동기라면 동기였다."

뒷표지에 실린 작가의 말 서두이다. 작가의 말도 이렇고, 책에 대한 기사를 봐도 이런 내용인지라 나는 이것이 '자기가 불쌍한줄도 모르는 불쌍한' 20대들에게 바치는 책이라 믿었다. 김영하답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뭐가 뭔지 독자를 헷갈리게 해주시길래 나는 책을 다 읽을때까지도 책의 주제라던지, 작가가 하고싶은 말에 대해 좀체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기대를 가지고 끝까지 읽었건만...마지막 장을 덮고서 속으로 외쳤다. "뭥미??"

책의 앞부분에선 김영하가 요즘 20대를 짚어내려 참 애썼다는 게 (지금20대를 열렬히 살고있는 나에겐) 팍팍 느껴졌다. 가장 인상깊었던건 주인공의 여친인 빛나가 주인공 하숙집에 놔두고 다녔던 물건들이다. 미드를 즐겨보는 그녀의 100G외장 하드 디스크와 바비브라운 립글로스. 근데 뭐랄까, "참 애썼네" 정도는 되었어도 그것이 진실을 꼬집는단 느낌은 들지 않았다. 보통 20대 여자들은 내장 하드에 미드를 받아보거나 PMP에 넣어서 들고다닐망정 외장하드까지 들고다니진 않는다. 그리고 빛나같은 여자에겐 바비브라운 립글로스가 아니라 맥 립스틱이 어울린다. 아주 사소한 꼬투리이지만 초반부터 걸리적 거렸던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것이 남성작가의 한계라고 생각했지만 웬걸 책을 다 읽고나서는 분명해졌다. 김영하는 현재의 20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작가의 말을 다시 언급해 보자면

"...온라인은 언제나 부당하게 폄하돼왔다. 그것은 일회성의, 익명의, 무책임한 그리고 심지어는 부도덕한 공간으로 치부되었다. 뭐,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나를 비롯한 새로운 세대는 바로 그 쓰레기 위해서 자라났다."

그는 쓰레기로 치부되었던 온라인 공간을 놀이터로 삼고 성장한 새로운 세대에 대한 연민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근데 문젠 소설이란게 온라인공간+새로운 세대 요 두가지 이야기만 한다고 되는게 아니란 말이다. 한 '세대'를 글감으로 다루려 한다면 그 세대의 배경인 정치 경제 문화 기타 등등이 글 속으로 보이지 않게 잘 녹아들어가야 할 것이고 주제의식에 있어서도 어느정도 반영은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근데 그는 온라인공간과 무기력한 20대 주인공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고 있다.  인터넷 탐닉과 무기력이라는 것은 그 복합적 배경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의 특징이기에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걸 문제의'원인'으로 보고 여기서 시작하자니 꼬이고 꼬일 수밖에.

주인공(대한민국 젊은 세대)의 무기력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책에서는 언급이 구체적으로 되지 않는다. (작가가 사회의 힘에 대해 인지하지 못해 몰라서 안썼는지, 쓸 필요를 못느꼈는지, 주제를 위해 일부러 잘라버린 건지 그 구체적 이유는 알 수 없음)그냥 그는 무기력하고 욕심도 없고 돈을 벌 생각도 없는 대학원을 나온 젊은이이이다. 고아로 자라 사치스런 외할머니의 용돈을 받아 생활하던 그는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남은 것이 빚 뿐이라는 현실을 알게 된다. 집은 빚쟁이에게 넘어가고 무일푼으로 거리로 내쫓긴 그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인터넷 채팅에 탐닉한다.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지만 사장이 그를 모욕하자 바로 그만둔다. 그리고 뭐 여러가지 사건사고를 겪은다음 그의 결론은 이것이다. "더이상 도망치지 말자." 그는 헌책방에 취직한다. 책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진 않지만 분명 일반상식으로 봤을때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이 일할만한 곳은 아니다. 책방에 딸린 쪽방에서 기거하며 "잘될거야 다 잘될거야" 이러면서 책은 끝난다.

다시한번.

뭥미??

책은 '무기력한' 젊은이가 '인터넷'에 탐닉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작가는 그것이 '현실도피'라고 은연중에 말하고 있다. 그니까 이제 정신차리고 현실로 돌아와서 적은 월급에 고된 일이라도 감샵니다, 하고 넙쭉 받아서 하란건가?  편의점에서 일하다 사장의 모욕에 그만두는 부분은(=정신차리기 전 이야기) 뒷부분(=정신차린 후 이야기)과 대비되어 그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해 보인다. 인격적으로 모욕을 받을 때 저항하는 건 젊은애들의 철없는 행동일 뿐이라는 이런 식의 은근한 메세지는 무섭기까지 하였다.

한 세대가 왜 이런식으로 현실을 피하며 눈감고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그냥 걔들이 그렇게 자라서 그런가? 그들에 대한 연민은 어디서 나온것인가? 취업안되는게 불쌍한가? 그가 진정 젊은 세대에 대한 연민을 가졌다면 최소한 '정신차리고 현실로 돌아와'식의 메세지는 던지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IMF로 부모가 직장에서 짤리는 걸 보았고 돈 무서운 줄 알고 컸으며 꿈보다 먹고사는게 중요하단걸 배우며 자란 세대들이다. 그 어떤 세대보다 똑똑하고 많이 배우고 열심히 살고 있는 애들인데 닥친 현실은 가장 답답하고 고되다. 그런 애들에게 답을 제시하는게 힘들다면 그저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라고 토닥여줄수 있지 않았나.

작가가 무슨 의도로 넣었는지 모르겠다만 주인공이 대학졸업 후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대학원 진학으로 방향을 바꾼 이야기가 나온다. 고아라서 경영대를 나온 그는 금융권 취업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신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런 애를 '정신이 나약해서 현실도피'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작가는 밟히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하고 싶은걸까?

그렇다고 해서 뭐 내가 주인공이 고학력백수를 끌어모아 '완전고용보장 청년실업수당 제공하라'구호 외치며 시위 벌이는 (산으로 가는) 소설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적절한 일자리를 찾는데 있어서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개인(젊은이)'에게 해줄말이 '정신차려'밖에는 없었냔 거다. 화살표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나 국가나 정부로 향할수도 있었을텐데...애초에 잘못한것이 없는 애한테 정신차리라고 하니 좀 황당할수밖에.

김영하가 386 마지막 쯤 되는가? 그 직후인가? 뭐 어쨌든, 난 그들이 젊은 축에 속하고 지금까지 젊은세력의 상징처럼 불려져왔다고 해서 지금의 20대와 같다는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들과 우리는 너무도 다르다.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정신차리라는 말은 좀 하지 말아줬음 좋겠다. 운동하는 것도 숭고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경영학을 이중전공하고 상대평가속에서 학점따려고 싸우는 것도 처절하다. 운동을 하면 자긍심이라도 남지 후자는 자기혐오와 싸우며 살려고 '정신차리고' 고군분투하는것이다. 인터넷은 그들에게 마지막 남은 운동장이자 휴식처일지도 모른다. 근데 이것마저 현실도피라고 쏘아붙이면 어쩌란 말인가?

한편으론 경영학과의 한계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작가가 7년은 공부한 학문인데 이래저래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상한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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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06-25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아직 안 읽었는데.. 사실 별로 읽고 싶지 않더라구요. ^^; 이 리뷰를 읽으니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하게 되네요. 정신차리라는 말.. 저도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어요. 88만원 세대를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구요 ㅋㅋ 오랜만에 님의 긴 리뷰를 읽으니 기분이 좋네요. 그동안 너무 조용하셨어요~~~ 그래도 잘 지내셨죠?

LAYLA 2008-06-25 23:19   좋아요 0 | URL
네 전 잘 지내요 ^^
이 책을 읽으며 김영하씨도 이제 40에 가깝단걸 다시 생각해봤어요. 같은 인터넷이라도 그 시대의 인터넷이랑 요즘의 인터넷이 같을리가 없지요 흐흐

hanalei 2008-06-27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짧은 기간에 장족의 발전을 하시는군요.
삐딱해진 세상에 삐딱선을 탄다면 바른 생활이겠죠.

땡땡 2008-06-2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짧은 기간에 장족의 발전을 하시는군요.
삐딱해진 세상에 삐딱선을 탄다면 바른 생활이겠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