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
서보 머그더 지음, 김보국 옮김 / 프시케의숲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은 알고 있지만 그때에는 알지 못했다. 애정은 온화하고 규정된 틀에 맞게, 또한 분명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누구를 대신해서도 그 애정의 형태를 내가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 P118

알아두세요, 인간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앟고, 거의 죽을 정도로만 된다는 것을요. 나중에는, 다시 한 번 더 바보가 될 수 있다면, 완전한 바보가 될 수 있다면 하고 바랄 정도로 자신이 겪은 것으로 인해 현명해지죠. - P208

글을 쓰고 싶었지만, 창조는 지식의 은혜로운 결과일 뿐이기에 그것이 제대로 되려면 그 많은 모든 을 갖추어야 했다. 흥분과 평온함, 내보적은 고요와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한 긴장된 감정들이 있어야 했지만, 내게는 그런 요소들이 부족했다. - P322

에메렌츠에게 그냥 보통의 삶은 필요 없어요. 에메렌츠에게는 그녀 자신만의 삶 필요한데, 것은 벌써 없어져버린 거죠. - P326

그도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전혀 다른 외국 돈으로 셈을 ㅆ던 것이다. 에메렌츠의 사전에 있는 단어들은, 오물, 소동, 추문, 길거리 코미디, 부끄러움이었고, 총경의 사전에는 법, 질서, 해결, 인간적 유대, 효율적인 일처리가 있었다. 두 개의 단어장에 적힌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으나, 각각 다른 언어로 되어 있을 뿐이었다. - P33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21-03-08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레일라님의 별이 5개나!!! 무조건 읽고 싶어요.^^;;;;;;

LAYLA 2021-03-15 03:26   좋아요 0 | URL
라로님 지금까지 번역 잘 된 폴란드 문학을 본 적이 없기도 하지만...읽는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ㅎㅎㅎ 그래도 다 읽고 나서 인정할 수 밖에 없는게 대가의 글솜씨라고 생각합니다만 술술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었어요^^;;
 

어둡고 깜깜한 그곳은 밤인것 같기도 했고 수묵화로 그린 세상인것 같기도 했다. 무당은 왕의 명령에 따라 액운을 물리칠 사당을 디자인하였다. 그녀는 두개의 사당을 디자인했다. 하나는 왕을 위한 것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높고 평평한 땅에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위한 것으로 파도가 들이쳐 벼랑 밑으로 쑥 들어간 지형에 체스판 같은 형태로 말과 장기들이 서 있는 사당이었다. 건물이 세워진 것은 아니기에 사당이라기 보단 기도와 제사를 드리는 장소라는 말이 더 적합했다. 무당의 사당은 늘 파도가 들이쳐 반쯤은 잠겨있었다. 어느날 왕은 무당의 힘이 신통치 않다며 그녀를 내쫓았다. 무당은 쫓겨나며, 내 사당을 왕을 위해 썼어야 했다고 소리를 질렀다. 원래 파도가 늘 들이치는 험한 땅의 기운이 더 좋은데, 왕의 사당은 번듯한 곳에 지어야 해서 험한 땅에 왕의 사당을 지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세상은 회색빛이었다. 무당의 사당은 제국이 사라지고 그 시절의 사람이 모두 죽은 뒤에도 살아남았다. 요즘 사람들은 발전된 건축기술로 파도가 들이치는 바로 그 곳에 건물을 짓고 카페를 열었다. 사람들은 등받이도 없는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바깥의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무당의 사당에 파도가 밀려오고, 말과 장기들이 파도를 맞고, 그 물이 다시 거품을 일으키며 쓸려나가는 그 무섭고 기괴한 풍경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고 커피를 마시고선 훌쩍 일어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제밤에 글을 쓰다가 밤을 샜다. 그렇게 아침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아침 일찍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나는 이제 메이저 명절에 부모님에게 내려가지 않아도 되는 어른 중의 어른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부모님의 기분이 나쁘지 않게 적당히 처세할 줄 알는 어른 중의 어른 중의 어른이 되었다. 그건 자유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쓸쓸한 일이었다.


오후에 기온이 13도까지 올라간 것을 보고 강남역으로 나갔다. 가는 길에 대부분의 상점이 닫혀 있어 놀랐는데 다행히 강남역에 가까워 질수록 문을 연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보이더니 강남역엔 대부분의 상점들이 장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무지로 가서 무봉제 파자마를 샀다. 입고있는 파자마들이 오래 되어 군데군데 얼룩도 있고 형태가 너무 후줄근해서 그렇게 궁상맞게 알뜰할 필요는 없단 생각이 들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음력 1월 1일의 쇼핑이라 값을 치르고 나니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새해를 이렇게, 구질구질한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이랄까.


신년맞이 훠궈로 거창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저녁 9시 반부터는 유럽과 1시간 원격미팅을 했다. 그러고 넷플릭스로 영화 하나를 보고, 훠궈가 도저히 소화가 되지 않아 자정이 넘어서 커피를 내렸다. 언제나처럼 계획했던 일 중 어느것은 하고 어느것은 하지 못한 채 지나간 하루. 그렇지만 왠지 마음이 여유롭고 다정했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이 하루종일 이어져 예감이 좋은 새해란 생각이 들었다. 기분좋은 하루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21-02-13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럽과 새해부터 원격 미팅!!! 넘 멋지심!!! 일 년 내내 기분 좋은 하루가 되시길요!!!

2021-02-15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노 요코식 공감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 하숙집의 칠십 먹은 노파는 옆방에 사는 딸 모자가 차를 마실 때 우연히 마치기라도 하면 험악한 표정으로 난로에 몸을 기댔다. 딸은 차 한 잔 케이크 한 조각 권하지 않았다. 노파는 밤이 되면 실이 드리워진 오래된 전기스탠드 아래서 몇 시간이고 트럼프 점을 봤다. 칠십이 되어서도 여전히 점치고 싶은 미래가 있는 것이다. 여전히 잔혹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P75

종전 후 일 년 반가량은 학교에 하루도 가지 않았다. 부모님은 그날그날 먹을 식량을 구하느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수수와 밀기울과 콩깻묵을 먹었다. 하지만 어릴 때 우리는 그러한 상황이 고생스럽다든가, 슬프다든가,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경험이 없어서 더 나은 삶을 상상할 힘도 없었던 것이다.내일의 운명을 불안하게 느낀 적도 없었다. - P171

아이는 살아남는 한 광폭하다고도 할 수 있는 에너지, 그 어린 생명을 불태우는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때는 천진난만한 명랑함으로, 어느 때는 무의식적인 잔혹함으로,어른도 무색할 정도의 교활함과 어른이 잃어버린 정의감과 솔직함을 지니고, 동시에 훼손되기 쉬운 순진하고 고운 마음씨를 지닌 채로. 어쨌든 그 에너지에 힘입어 살아남기를 바란다. 시시하고 평범한 어른으로 키우기 위해 부모도 교사도 죽을 힘을 다하는 것이다. 부디 뻔뻔하게 살아남기를 바란다. 어린 시절을 사는 데 열중하길 바란다. - P180

같은 행위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가볍게 려보내는 사람도 있다. 평생 잊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평생 잊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쇄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흘려보냄으로써 살아남는 사람도 있다. 교사가 우리를 키운 것이 아니다. 스스로 살아온 것이다. 저마다의 힘으로 저마다의 혼을 담아. - P189

나는 ‘어른스러운 여자‘를 어른이 된 여자 중에서 찾지 못한다. 그 ‘어른스러운 여자‘를 아이들 가운데서 종종 찾아낸다. - P200

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우리 집에 굴러다니던 논어를 봤어. 그 책에 ‘부모는 무리한다‘라고 쓰여 있었어. 그때부터 부모님을 거스른 적이 없어. 아무리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해도 경을 외우듯 ‘부모는 무리한다, 부모는 무리한다‘하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 P202

우리는 어쩌면 태어났을 때부터 어른스러운 면을 가진 채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특별히 어른스러운 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아이 안에서든 아이의 혼과 어른의 혼이 함께 산다. - P203

대부분의 가정이 이미 부서진 것을 알면서도 눈을 질끈 감고 버티는 것이다. 게다가 꿈에서 깨어난 것은 우리들-아내와 남편이 아니라 아내뿐이다. 우리들이 아니라. - P306

나는 올드미스였던 경험이 없다. 덩그러니 재고로 남을 것이 두려워 첫 키스한 남자와 번갯불에 콩 볶듯이 결혼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나는 다나베 세이코의 책을 읽는다. 읽으면서 부득부득 이를 갈 정도로, 올드미스였다면 좋았을텐데, 생각한다.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올드미스라는 시기를 거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생각하게 될 정도로, 올드미스에 관한 다나베 세이코의 이야기들은 매력적이다. - P320

내 친구들은 대부분 드센 시어미노아 노망난 친정아버지 때문에 지쳐 주저앉았다. 지금나는 여든의 고독이 두렵지 않다. 노망나는 것이 무섭다. - P3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 문학 속 지구 환경 이야기 1 - 문학으로 지구를 읽고, 환경으로 문학을 읽는다 세계 문학 속 지구 환경 이야기 1
이시 히로유키 지음, 안은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참 괜찮다. 어린이 학습만화처럼 보이는 표지 말고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


저자가 일본의 노교수인데 나이가 많고 평생 공부하는게 업이었던 사람이니 소재가 광범위하고 문학,환경,과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지식을 깊이있게 이어준다. 저자가 교수라 내용의 신뢰성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 역시 독자로선 만족스런 포인트였다. 


이 책을 읽으며 충격적인건 인간이 과거에 얼마나 야만스레 살았던가 하는 사실에 대한 발견이다. 인구가 20세기 들어 급격히 증가하였고 경제발전과 함께 과한 육식을 해서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있으며 해수면이 최근 몇십년사이 얼마나 급격히 상승했는가에 대한 담론이 너무도 많아서 20세기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은 지구를 망친 호로쓰레기같은 세대인줄 알았는데 과거에 인간이 무지함과 공동의 규약이 없는 공백을 틈타 이기심으로 자연을 파괴한 기록을 보면 요즘의 우리는 너무도 성인군자이며 사실 이 지구를 구하라고 하늘이 종말 끝에 내려보낸 세대가 아닌가 싶어진다. 옛날 사람들은 수명이 짧아 그런지 자연을 파괴할때도 화끈하게 내일 없이 아예 끝장을 본다. 나무를 몇그루 베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삼림이 사라지고 국토가 황량해질 지경으로 다 잘라버린다던지 고래를 몇 마리 잡는게 아니라 포경선을 끌고 전세계를 다 누비고 고래따라 북극까지 쫒아가며 아예 씨가 마를때까지 잡는다던지. 그래도 제재가 없던 시절이니까. 그런 시대에 비하자면 분리수거를 하고 브리티 정수기나 대나무 빨대 따위를 굳이 쓰는 요즘의 인간들이란 정말 천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테슬라를 종교처럼 섬기는 요즘의 흔하고 흔한 사람들 생각도 나더라. 저탄소란 화두로 돈을 버는 세상이라니. 개인적으로 나는 그게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에코백을 매자는 식의 기만이라 생각하기에 별 관심이 없는데 (차량생애주기 탄소배출량을 보면 잘 만든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기차보다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을 설치하는 사회적 비용과 그 과정에서 배출될 오염과 쓰레기들을 생각한다면 에코백을 또 새로 사는 것보다 있는 가방이나 잘 매는게 진정 자연보호 아닐지) 내가 이전시대에 비하면 요즘세기의 인간들이란 너무 착하다고 외치지만 결국 궁극적 본질은, 인간의 본질은 역시 자연 따위 어찌되든지 본인들의 욕망을 채우기 급급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걸 좀 더 있어보이는 방식으로 드러내도록 갈수록 기만적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도. 전기차를 만들자 자연을 보호하자 외치면 그만큼 테슬라 주가가 올라가고 나는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아 인간은 무엇인가. 시대에 따라 다른 버전일 뿐 역시 지구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존재인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