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하여 - 작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여섯 번의 강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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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5백명이 몰려들 만큼 거액의 상금이 걸린 시 쓰기 대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을 한데 모으면 전형적인 캐나다 시인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시 5백 ㅍㄴ을 모두 읽고 나서 깨닫게 되는 사실은 한 세 사람 정도가 뭘 좀 할 줄 안다는 것, 그러니까 시를 전문적으로 쓸 줄 안다는 것이다. 이 세사람이 지나가고 나면, 운율은 그럴 듯하나 핵심적인 은유 하나 없는 2백 편의 시와, 운율이 있다 해도 절뚝거리는 3백 편의 시를 만나게 된다. 이 수많은 시들 사이에 광인이 쓴, 재치 있고 기묘하나 모골이 송연해지는 서너 편의 시들도 끼여 있다. - 제임스 리니 - P28

대개 작가들의 어린 시절은 그들의 천직과 남다른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들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들의 어린 시절을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책과 고독이 함께합니다. - P35

작가는 사람들이 변호사나 치과의사가 되겠다고 선택하는 처럼 내가 택한 일도, 내가 택할 법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1956년 축구장을 가로질러 하교하던 중에 그냥 갑자기 그렇게 된 거였어요. 머릿속으로 시를 쓴 뒤 종이에 옮겨 적었는데 그때부터 오로지 글을 쓰고 싶다는 것 외엔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내가 쓴 시가 훌륭한지 어떤지도 몰랐지요. 하지만 알았대도 아마 신경 쓰지 않았을 겁니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경험이었으니까요. - P43

모든 작가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방금 전에 읽ㅆ던 그 책의 작가를 절대 실제로 만날 수 없으니까요. 글을 쓰고 출간을 하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립니다. 출간할 때가 되면 책을 썼던 그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이 되고 없지요. - P71

많은 논평가들이 말하듯, 문학 작품은 각 세대의 독자들이 새로운 의미를 찾고 새로이 발견하면서 재창조됩니다. 그러므로 인쇄된 책은 악보와 같습니다. 그 자체가 음악은 아니지만 음악가가 연주할 때, 즉 ‘해석할 때‘ 음악이 되는 악보지요. 텍스트를 읽는 행위는 음악을 연주하면서 동시에 듣는 것과 비슷해요. 이때 독자는 고유한 통역가가 됩니다. 그럼에도 책은 물질적으로 실재하기에 영원하다는 환상을 심어줍니다. ‘환상‘이라고 한 건 불에 탈 수도, 영원히 분실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책들이 그래왔지요. - P87

첫 소설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던 작가가 두 번째 소설을 발표할 때 겪는 일들에 대해는 익히 들어 알 겁니다. 에이전트가 이렇게 한숨을 짓지요. "이게 첫 소설이었으면 팔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여기서의 교훈은 이겁니다. 출판사도 도박을 하지만 기회는 오지 한 번뿐이라는 것. ...요즘 상황은 이렇습니다.

글을 쓰고 이문을 남기는 사람이 살아남아 다른 날 또 글을 쓸 수 있다. - P105

시나 소설을 예술로 만드는 가치는 시장 교환 영역에서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가치는 작동 방식이 완전히 다른, 재능의 영역에서 나오지요. 재능은 무게를 재서 측정할 수도, 돈을 주고 살 수도 없습니다. 기대하고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재능은 주어지는 것이며, 그 외에 다른 식으론 얻지 못합니다. 재능을 달라고 기도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기도에 꼭 응답을 받는 건 아닙니다. 소설을 창작할 땐 1할의 영감과 9할의 노력이 필요하다지만, 작품이 예술로서 살아남으려면 그 1할의 영감이 무조건 있어야 합니다. - P110

아름다운 것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는 사람은 교양 있는 사람이다. -오스카 와일드 - P125

종류를 막론하고 예술은 수양입니다. 기술이면서 종교적 의미의 수양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수양 과정에서 기다림의 기도, 영적인 비움, 자아의 부정, 이 모든 것이 나름의 역할을 하지요. - P146

누구도 작가만큼 작가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개인으로서든 직업군으로든 가장 악랄하고 경멸스러운 작가의 초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작가들이 직접 쓴 책이지요. 하지만 누구도 작가만큼 작가를 사랑하지도 않아요. - P147

여성 작가들은 낭만주의 시대에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으며 천재라는 메달을 별로 걸어본 적도 없습니다. 사실 천재라는 단어와 여성이라는 단어는 영어에서 보통 어울려 다니지 않아요. 남성 천재들이 하는 기이한 행동을 여성이 하면 보통 미쳤다는 꼬리표가 붙거든요. 심지어 재능있는, 대단한 같은 단어들도 마찬가지예요. - P151

"작가가 되려면 고생을 해야 하나요?" 작가 지망생들은 습처럼 이렇게 묻습니다. 그러면 나는 "고생은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답합니다. "좋든 싫든 고생은 절로 하게 될 테니까요" - P161

무명인에서 유명인으로 바뀌는 데는 트라우마가 동반돼요. 무명인 작가가 투명성이란 망토를 벗어던지고 가시성이라는 망토를 걸치는 과정에서요. 메릴린 먼로가 말했지요. "다른 사람이 되지 않고서는, 무명인은 유명인이 될 수 없다." - P193

사회적 성공을 거두면 물질적인 소득이 생기므로 썩 나쁘지 않습니다. 직업적 성공을 거두면 동료 예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므로 전반적으로 괜찮아요. 그렇지만 대중적 성공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인간적 공감으로 성공한 자들은 예술가로서 파멸할 수도 있습니다. "고통받는 인류의 고귀한 마음을 이용하고 그것이 얼마나 큰 돈벌이가 되는지 알아낸 사람들은 가혹한 논평에도, 동료들의 경멸에도, 다수의 무관심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 P196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의 마음을 좀처럼 떠나지 않습니다. 인간이 죽으면 완전히 사라진다고 여기는 사회는 거의 없습니다. 망자에 대해 공공연히 언급하는 것을 금하는 사회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지요. - P223

이야기는 암흑 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영감이 떠오르는 것을 섬광에 비유하는 것이지요. 내러티브 속으로, 내러티브의 과정 속으로 들어가는 건 어두운 길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누구도 한 치 앞을 볼 수 없어요.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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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3-08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벌써 읽으셨군요!!!

LAYLA 2021-03-15 03:25   좋아요 0 | URL
좋은 평을 보고 얼른 사서 읽었는데 저에게는 좀 어려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