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 글을 쓰다가 밤을 샜다. 그렇게 아침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아침 일찍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나는 이제 메이저 명절에 부모님에게 내려가지 않아도 되는 어른 중의 어른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부모님의 기분이 나쁘지 않게 적당히 처세할 줄 알는 어른 중의 어른 중의 어른이 되었다. 그건 자유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쓸쓸한 일이었다.


오후에 기온이 13도까지 올라간 것을 보고 강남역으로 나갔다. 가는 길에 대부분의 상점이 닫혀 있어 놀랐는데 다행히 강남역에 가까워 질수록 문을 연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보이더니 강남역엔 대부분의 상점들이 장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무지로 가서 무봉제 파자마를 샀다. 입고있는 파자마들이 오래 되어 군데군데 얼룩도 있고 형태가 너무 후줄근해서 그렇게 궁상맞게 알뜰할 필요는 없단 생각이 들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음력 1월 1일의 쇼핑이라 값을 치르고 나니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새해를 이렇게, 구질구질한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이랄까.


신년맞이 훠궈로 거창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저녁 9시 반부터는 유럽과 1시간 원격미팅을 했다. 그러고 넷플릭스로 영화 하나를 보고, 훠궈가 도저히 소화가 되지 않아 자정이 넘어서 커피를 내렸다. 언제나처럼 계획했던 일 중 어느것은 하고 어느것은 하지 못한 채 지나간 하루. 그렇지만 왠지 마음이 여유롭고 다정했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이 하루종일 이어져 예감이 좋은 새해란 생각이 들었다. 기분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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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2-13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럽과 새해부터 원격 미팅!!! 넘 멋지심!!! 일 년 내내 기분 좋은 하루가 되시길요!!!

2021-02-15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