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기도
이윤 리 지음, 송경아 옮김 / 학고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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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행복은 쏟아지는 유성, 사랑의 고통은 그 다음의 어둠 - P47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계산을 하며 주식을 사지만, 그들은 확률의 법칙에도 불구하고 인생 자체는 있음직하지 않은 쪽을 선호한다는 것을 계산에 넣지 않는다. - P75

인생은 주식시장과 그리 다르지 않다. 어떤 주식에 투자하면 다른 모든 실수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 선택에 집착한다, 혹은 집착하게 된다. - P77

몇 년 동안 여성의 가면을 쓰고 무대에서 다른 사람의 비극을 그려냈지만 양은 자기 고통을 숨기기에는 너무 젊었다. - P132

그 소년의 아름다움에 감동한 단 한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것을 지키고 길러주는 단 한 사람이었다. 그것만이 그를 세속적이고 시시한 인생 위로 고양시켰다. - P133

이 세상 사람들은 다 쓴 냅킨처럼 약속을 버릴 수 있지만 그녀는 그들 중 하나가 되고 싶지 않았다. - P189

그들은 그 이야기들을, 그들의 걱정을 사소하고 덧없는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그 책의 거대함을 사랑했다. 반 학생들이 정치적 활동에 무관심하다고 그들을 비판했을 때, 그 성경이 그들을 다른, 더 큰 세계에 살도록 해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둘 다 남몰래 웃어넘겼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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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보이, 에메랄드 걸
이윤 리 지음, 송경아 옮김 / 학고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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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아닌 동시대 작가의 작품으로 이런 글이 가능하단 말인가. 한문장 한문장이 한숨이 나올만큼 아름답고 감각적이며 동시에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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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5-2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일라님이 이러시니 넘 읽고 싶은데 절판에 품절!!! 쿵,,ㅠㅠ

LAYLA 2022-05-23 12:20   좋아요 0 | URL
라로님~~!! 저도 그래서 중고서적으로 구해서 읽었어요. 근데 이 작가가 중국인인데도 글을 영어로 써서 원서로 보셔도 좋을거 같아요. 저는 번역으로 읽지만 원래의 언어가 영어라고는 짐작할 수가 없는게 너무 신기해서 원서를 구해서 봐야겠다 그러고 있었답니다 ㅎㅎㅎ
 
골드 보이, 에메랄드 걸
이윤 리 지음, 송경아 옮김 / 학고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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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사람보다 나무를 더 사랑했어. 지금도 그래. 인간보다 더 잔인한 생물은 없어. 샨 교수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창문 옆에 나란히 서서 늦은 오후 일과로 바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샨 교수는 길가 버드나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장담해도 좋아. 저 나무들 하나하나가 네 인생에서 일게 될 모든 사람들보다 더 가치 있단다. 사람들에게 진절머리가 나도 여전히 바라볼 나무가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니니? - P34

그녀는 너무나 냉담해서 삶에 물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노래에 깃든 슬픔을 실제로 느끼지 못했다면, 어떻게 그토록 잊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 P44

그 남자가 여전히 나를 기억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스스로를 비웃었다. 왜 그가 자신의 굴욕을 상기시키는 사람을 생각하겠는가? 과거에 사는 사람들만이 마음속에 옛 사람을 위한 공간을 둔다. 그 남자는 현재만을 음미할만큼 성공했기에 이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너무 많을 것이다. - P55

사람은 포기해서는 안 돼요. 운명은 정해진 몫만큼만 허락하지만 운명이 결정하기 전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할 책임이 있어요.

그는 미소 지었으나 거기에는 조소가 담겨 있었다. 내가 어린애같이 보였으리라. 그러나 사실 그 비웃음은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내게 지워진 몫 이상으로 운명과 싸웠어. 난 플루트 연주자가 아니라 전사여야 했나봐. - P59

나를 돌아본 그녀의 얼굴은 빛 속에서 차가운 대리석처럼 보였다.

"누군가 가슴속에 들어왔다고 인정하는 순간 너는 바보가 되는 거야.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널 이길 수 없어. 알겠니, 모얀?" - P63

사람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자신을 바보로 만들지, 너도 나도 예외는 아니야.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알겠니? - P77

"훌륭한 술 외에 무엇이 사람의 슬픔을 풀어주겠는가?" 이것은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고시 한 구절이다. - P101

내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불안한 기운이 물결처럼 일었다. 그 노래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요‘였다.

"사람의 운명은 자기가 가진 것이 아니라 갖지 못한 것으로 결정돼."

그때 샨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여우‘라는 로렌스의 소설을 읽어준 다음 유일하게 한 말이었다. - P110

어머니의 옷은 시신과 함께 화장하기로 했고 소설과 고시집은 상자에 넣어 현관에 내놓기로 했다. 아버지는 교육을 받지 못한 그 세대 사람답게 인쇄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존중했다. - P113

사랑이 없어야 사람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샨 교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지만, 샨 교수는 내 침묵을 조용히 칭찬했을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친절은 사랑만큼이나 완강하게 사람을 과거에 묶어둔다. - P122

어머니에게 수건을 주면서 선생은 피시방에서 본 두 소녀와 젊은이 특유의 냉담함에 대해 생각했다. 언젠가, 운이 좋아서 인생이 준비해놓은 모든 실망을 견디고 살아남는다면 그들도 더이상 젊지 않은 몸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 P135

마음 약한 사람들은 증오하는 쪽을 택하지. 그쪽이 덜 고통스럽거든. 안 그러니? - P139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었다. 여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무죄를 믿거나 세상 사람들이야 어찌 생각하건 자신들만은 용서할 태세가 되어 있었다. - P217

세상은 마음이 여린 남자를 참고 보아주지 않는다.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외로운 영혼을 굳이 더 들여다보는 수고를 할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 P263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다 첩에게 남편을 잃었지요. 아뇨, 안됐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제가 그걸 보는 방식은 이래요. 나쁜 결혼은 상한 이빨과 같아서 그 때문에 괴로워하느니 뽑아버리는 쪽이 나아요. - P293

"여긴 조용해요. 장담하건대 베이징에서 이렇게 조용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아요. 난 여기 여주인이 부잣집 첩이 아닌가 해요. 여자는 이 가게로 남자에게 돈을 벌어주고 싶지 않고, 남자는 여자에게 준 선물이라 문을 닫을 수 없는 거죠."


한펭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카운터의 아가씨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는 불행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 같군요."

"여주인은 아름다운 여자예요."

시유가 말했고 한펭은 고개를 끄덕였다. - P350

오래된 이웃과 친구들 눈에는 그녀가 배운망덕하고 야멸차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직 자신만 아는 무모한 속도로 삶을 통과하는 마당에, 어떻게 아버지의 시야 속에만 머물 수 있겠는가? 모든 건 그녀가 설명할 수도 없고 애초에 주장할 권리도 없는 사랑 때문인데. - P355

그들은 셋 다 외롭고 슬픈 사람이었고 함께 있다고 해서 덜 슬프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외로움을 담을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으리라.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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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의 생일이 지나갔다. 올 해는 가만히 있으면 내 생일을 축하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친한 친구들에게 내 생일에 만나자고 먼저 요청을 했다. 내 생일도 내가 알아서 챙기고 내가 알아서 즐겁게 지내야 한다. 벌써 든 나이를 생각하면 징그럽지만 이 정도 지혜는 득한 세월이었다. 


사회생활을 할 적엔 너르고 얕은 관계들로부터 습자지 같은 축하를 받기도 했었다. 그런 축하라 해서 굳이 의미가 없다고 냉소한 적은 없다. 생일이란건 정말 신기한 것으로 모든 것에는 댓가가 있고 그러니 우리 서로 주고받지 말고 적정한 선을 지킵시다,란 암묵의 룰로서 기능하는 관계 사이에라도 축하인사를 받으면 순수히 기쁜 것이다.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축하는 안 받아봐서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기쁠거 같지는 않다. 어쨌든 최근 그런 관계는 거의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올해는 좁고 깊은 인간관계의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고 그들의 축하메시지에 우리들의 관계의 짙음이랄까 깊음이랄까. 오랜 기간 공들여 아끼고 키워와서 이제는 크고 무성한 나무가 된 것 같은 우리들의 관계가 그대로 담겨 있어서 무척 감격스러웠다. 기나긴 정성스런 편지는 당연히 좋았고 또 의외로 좋았던 것이 카피라이터 친구의 축하카드. '카드 100자로는 모자란 내 마움' 마움이란 단어를 쓴 것도 좋고 한 붓에 쓴 듯 한 문장이 마치 하이쿠 같아서 그냥 너무너무 좋았다.  


생일날에는 일전에 한 번 들러본 음식점을 내가 미리 예약했고, 마실 와인도 직접 골라서 가져갔다. 바쁜 시간을 내어 친구들이 나오는 것이니 모든 것이 근사했으면 했다. 음식은 정말 맛이 있었고 와인도 반응이 좋았고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의 대화도 즐거웠다. 그리고 친구들은 선물로 샤넬 코스메틱의 박스를 내밀었다. "니가 니 샤넬은 한 번도 사본적 없다고 해서." 지난 달에 퇴사하는 직원의 선물을 사러 백화점 샤넬 매장에 친구와 함께 갔던 적이 있었다. 스치는 말로, 내 돈으로 샤넬 사서 남 주기만 했지 내 껀 한 번도 사본적이 없다 했던거 같은데 친구가 그것이 맴이 애렸던지(?) 샤넬 제품을 여럿 사서 선물로 준 것이었다. 나는 정말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정말로 가끔은 내 삶을 동정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뭐든지 잘하고 뭐든지 어쨌든 해내며 사는 삶이 너무 힘드니까. 그렇다고 아무나의 싸구려 동정이 필요한건 아니고, 나에게 샤넬을 주면서, 한 번도 내 돈으로 나는 챙겨본적이 없다는 그 맥락을 살펴 나를 동정해주는 이런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워낙 예민해서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또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인 나는 향이 있는 제품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친구들에게 선물받은 바디로션의 향이 어떤 향인지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이런 평이 나왔다. '이 향을 바르면 하얀 아기고양이를 안고 있는 가련한 여인이 된 것 같아요. 정말 샤넬스러운 향.' 가련한 여인이 된 것 같은 향, 샤넬스러운 향...그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다음 날 바로 샤워를 하고 발라봤는데 놀랍게도 나는 그 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부릴 수 있는 사치의 목록은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은 법이다. 


생일 이후로 일주일 정도, 원래의 내가 아닌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마감할 일이 있기도 했고 생일선물로 날아온 택배가 쌓여서 집 안과 밖에 번잡스러웠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식욕이 돌아 계속 음식을 먹고 술도 적지 않게 마셨다. 늙고 못생긴 남자와 섹스하는 꿈도 꿔서 다음날 아침 눈을 뜨며 충격에 사로잡혔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젊고 잘생긴 남자가 말했다. "자기 전엔 잘생긴 남자를 생각해." 기쁘기도 했지만 왠지 붕 뜬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생일주간이었다. 가련한 여인이 된 것 같은 향... 가련한 여인이란 19세기 말 러시아에나 존재했던 것이라 생각하기에 21세기 대한민국의 가련한 여인이란 어떤 것일까. 속이 열불 터져서 무조건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고 차를 타면 4세대 아이돌의 존나 쎈 노래만 최고 볼륨으로 듣는 내가 가련한 여인일리가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생일을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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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5-13 0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 레일라님 생일이었어요? 늦었지만 저도 생일 너무 많이 엄청 축하해요!!! ♥️😘🎶💝🎁🎊🪅🎈🎉💌🎂💐👏👏👏 저도 레일라님 아끼고 사랑하는 일인인데 좀 알려주시지… 하긴 제가 좀 그런 면이 있어요. 누구 좋아하면 그 사람이 분명 잘 알거라고 생각하고 뭐 암튼 설명하기 힘든데…. 언제가 생일인지 마음 내키시면 알려줘요. 저 그런 축하하는 거 엄청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좀 이상한 아줌마 사람이거든요. 😅😅😅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 카드라도 보내고 싶어요. 아! 그럼 주소도 알려줘야 하니까 어렵겠죠? 😅😅😅 관찮아요. 그냥 지 마음만 받아주길!!😍😘♥️ 늘 행복하시길!!!🙏

2022-05-14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5-13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 님, 이미 지났지만 생일 축하해요.
저도 몇해전에는 생일 당일에 축하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제가 케익 사들고 들어가서 저 혼자 식탁에 케익 차려두고는 해피 벌쓰데이 투 미~ 했어요. 저는 제 생일을 저라도 축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향은, 내게 안맞는 향이라면 영 쓰기가 싫은데 마음에 드는 향을 선물 받아 정말 다행이에요. 즐거운 생일 보내고 이렇게 기억해두는 것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라일라 님. 내내 좋은 향과 행복하게 보내요!!

2022-05-14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hkang1001 2022-05-13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님! 늦었지만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이 벌써 금요일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고, 다가오는 주말과 휴일도 행복한 날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2022-05-14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thkang1001 2022-05-1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05-15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늦은 것 같아 망설이다가...그래도 생일은 1 년에 한 번 뿐이고, 그래서 축하받는 날도 이날 뿐이니...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전 언제부턴가 나이 먹어가는 게 좀 서글퍼서 생일을 좀 귀찮아하고 있었는데 라일라님 글을 읽고 보니 좀 특별한 마음으로 챙겨야겠구나! 생각하게 되네요~^^
내년부터는...ㅋㅋㅋ
5 월 좋은 달에 태어나셨군요?^^

2022-05-15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9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9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8 0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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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는 ‘개가 개를 낳지‘라는 말도 있었다. 그건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은 유전된다는 뜻이어야 했는데, 못난 아버지 밑에서 못난 자식이 난다는 뜻이었다.

-김지연, 공원에서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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