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이렇게 말했다.
"소설이 시시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나한텐 그냥 좀 답답할 뿐이야. 단 한 줄의 진실을 말하겠다고 백 페이지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잖아."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정말이지 말은 짧을수록 좋아. 그걸로 믿게 할 수만 있다면." - P61
아름다움은 남이 가리켜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혼자서, 문득 발견하는 것입니다. - P80
어른이란 외로운 사람이다. 서로 사랑하고 있어도 조심하면서 남남처럼 서먹서먹하게 대해야 한다. 어째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보기 좋게 배신을 당해 큰 창피를 겪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은 믿을 수 없다. 이 발견은 청년이 어른으로 옮겨가는 첫 번째 과정이다. 어른이란 배반당한 청년의 모습이다. - P95
사람은 순간순간 움직이는 마음의 모습 전부가 진실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가기 것도 아닌 어떤 비열한 상념을 자신의 타고난 본성으로 착각하고 괴로워하는 심약한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비열한 희망이 마음속에 얼핏 떠오르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시시각각, 온갖 미추의 상념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사라지고, 또 떠올랐다 사라지고, 그러면서 사람은 살아갑니다. 그럴 때 추한 것만을 진짜 모습이라 믿고, 아름다운 희망도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은 잘못입니다. 순간순간 움직이는 마음의 모습은 전부 ‘사실‘로서 존재하지만, 그것을 ‘진실‘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 P107
민주주의의 본질, 그것은 사람마다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인간은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또는 ‘인간은 인간을 정복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부하로 삼을 수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발상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 P121
혁명은 사람이 편하게 살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비장한 얼굴의 혁명가를 나는 믿지 않습니다. - P156
인생이란 한결 같이 남들과 싸우는 것이고, 그 사이에 틈틈이 뭔가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 P161
진정한 사상은 예지보다도 용기를 더 필요로 하는 법입니다. - P173
세월은 인간의 구원이다. 망각은 인간의 구원이다. - P177
다들 자신만의 요리법을 자랑하지. 인생에 양념을 하는 거야. 추억으로 살아갈지, 지금 이 순간에 몸을 맡길지, 그게 아니면 장래 희망 같은 것으로 살아갈지, 의외로 그런데서 인간의 멍청함과 영리함의 차이가 생기는지도 모르지. - P181
인간이란 비참하고 불쌍합니다.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똑똑하다느니 멍청하다느니, 이겼다느니 졌다느니 하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애를 쓰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진땀을 흘리며 뛰어다닙니다. 그리고 점점 나이를 먹습니다. 그것뿐인 일을 하려고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요. 벌레나 마찬가지군요. - P218
생활인의 강함이란, 아니요, 하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아니요, 라고 말해야 할 때, 아니요, 라고 분명히 말하는 것, 그렇게 할 수 있게 됐을 때, 나는 생활이라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P246
당신에게 모험심이 없다는 것은 당신에게 믿는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믿는 것이 천합니까? 믿는 것이 나쁩니까? 아무래도 당신 같은 신사들은 믿지 않는 걸 자랑스러워하며 사니까 어찌할 도리가 없군요. - P248
원래 다자이는 남을 대접하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대접 받는 건 싫어했다. 대갓집에서 자란 타고난 성품일까.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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