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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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미술을 전공했다는 오대표는 지금은 인테리어 편집숍을 운영한다고 했다. 더불어 그 집에는 그런 개성뿐 아니라 ‘서사적 윤기‘라 부를 만한 것이 곳곳에 포진돼 있었다. 한쪽 바닥에 무심하게 놓인 현대 회화 액자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걸로 추측되는 나무 조각품들, 은은하게 색이 바랜 진짜 아라비아산 카펫까지... 오대표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연은 물건 하나하나에 깃든 집주인의 시간과 체력, 미감과 여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 P98

다만 이연은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그들에게서 알 수 없는 힘을 느꼈다. 상대에게 직접 가하는 힘이라기보다 스스로를 향한 통제력이라 할까, 오랜 시간 ‘판단‘과 ‘선택‘이 몸에 밴 이들이 뿜어내는 단단하고 날렵한 기운이었다. - P106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작지만 분명한 놀라움이 그녀의 늙고 지친 몸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번져나갔다. 수없이 많은 것을 잃어온 그녀에게 그런 일이 또 일어났다니.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고 되고 마는 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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