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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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까지 유럽에서는 청소년들을 공장의 단순 작업에 대거 투입하였다. 특히 소년들은 성인 임금의 절반만 받고도 거의 유사한 노동을 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 더 임금을 낮추기 위해 13세에서 15세의 소녀들까지 생산 공정에 직접 투입하였다. 이런 소녀들의 노동 문제에 관해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사람은 존 스튜어트 밀이다. 경제학사를 통틀어 단 한명의 천재를 고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밀을 꼽을 것이지만 또한 가장 인간적인 사람을 꼽으라고 해도 역시 밀을 꼽을 것이다. 다가올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에 공존하던 19세기를 살았던 밀은 생산의 원칙과 분배의 원칙이라는 두 가지 경제현상이 공존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의 단초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영국 소녀들의 노동과 임금에 대한 그의 관찰이었다. 15세 소녀들의 노동은 성인 남성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임금은 대부분 1/3혹은 절반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을 봄녀서 밀은 분배의 원칙이라는 사회적이며 문화적인 요소들이 개입한다고 보았다. ...여담이지만 의회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최초의 연설을 했던 사람도 바로 존 스튜어트 밀이다. -53쪽

유럽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다국적 기업이 많은데, 이런 기업들은 청소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최저 임금으로 최고의 생산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역사적으로 축적된 특별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네슬레는 본국인 스위스에서는 인간의 얼굴을 한 국민기업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제 3세계에서는 무서운 기업으로 돌변한다. 실제로 가난한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분유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던 칠레의 아옌데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국제적인 세력 중에 분유 판매가 줄어들 것을 염려한 네슬레 기업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소문이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이고 싶어했단 아옌데의 경제 프로그램은 결국 작동되지 못했고, 아옌데는 1973년 대통령궁에서 피노체트가 이끄는 군인들에게 포위되어 사살되었다.-58쪽

정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사회적 서비스는 생산성이 아니라 안정성.-109쪽

프랑스의 68세대와는 달리 386의 자기 결집은 사회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즉, 대학 국유화를 쟁취한 뒤 다음 단계로 진화했던 프랑스의 68세대와는 달리 우리의 386은 대학개혁에 대해 거의 아무런 청사진이나 의미있는 노력을 개진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벌사회를 더욱 강화시키며 교육 엘리트주의를 강화시키는, 일종의 역사에 대한 배신을 행한 세대이다.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들의 68세대들이 공교육 체계를 대학까지 연장시키면서 다음 세대들이 보다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가지고 20살에 독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은 반면 우리나라의 386은 학벌주의와 경제 엘리트주의를 더욱 강화시키는 반작용을 했다고 할 수 있다....인적자본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386세대를 다른 세대와 비교한다면 해방 이후 가장 많은 독서를 했던 세대이고, 현재도 가장 많은 독서를 하고 있기 때문에 포디즘 이후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대해서도 이전 세대에 비하면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편이고, 독서할 여력이 없는 다음 세대에 비해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78쪽

...암기교육을 받아서는 세계화라는 국면에서 다양성을 위주로 한 교육을 받은 세계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전혀 필요 없이 혼자서 알아서 지식을 습득 할 수 있는, 언제나 존재하는 2~3%의 천재들을 제외하면 이 인질범들에게 교육을 받아서 외국 기준에 적합한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교육을 '다른사람들'처럼 받아서는 선진국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당연하다. 대량생산의 시기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225쪽

현재의 20대가 맞게 된 사회적 고통들의 원인은 20대에게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본질적으로 경제 구조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는데, 직접적인 요인 두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결국은 한국 경제의 영광의 30년 동안 화려하게 활동했던 중소기업이 지난 5년 동안 붕괴하게 된 것과 사회적으로 경제적 약자들의 탈출구였던 자영업의 경제적 기반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점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두 가지 모두 한국 경제의 독과점화와 관련되어 있는데, 하나는 생산자본에서 발생한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유통자본에서 발생한 일이다. 중소기업의 붕괴는 단기적으로는 20대 실업과 10%미만의 소위 '우아한 직업'에 대한 과잉 경쟁을 만들어내고 구조적으로 90%정도의 젊은이 들은 자신의 원치 않았던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으로 내몰리게 되는데, 자신이 원해서 간 것이 아니므로 이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기는 어렵다. 게다가 기존의 경제조직에서 완전히 내몰린 사람들이 자영업에 대한 창업을 선택할 수 있는가? 이미 유통에서도 대형 할인매장과 편의점을 중심으로 독과점화가 거의 완료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 90%의 젊은 이들에게는 불만족 상태에서.-241쪽

현재 한국 경제는 큰 공룡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큰 것'들의 약탈장으로 변해버렸는데, 원래 자본주의 경제는 그냥 내버려두면 이렇게 된다. 이걸 사람들이 문화라는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 유럽형 경제라고 할 수 있고, 법원이 직접 나서서 약간씩 완화시키는 것이 미국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공동체가 80년대까지 이런 일을 했었고, 박정희에서 김대중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중앙정부에서 나름대로 이런 큰 것들만 살아남는 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 일들을 했었다. 경제개발계획이나 디제이노믹스라고 불렸던 큰 경제담론에서는 이런 작은 것들을 위한 배려가 없는 것 같지만, 박정희 대통령만큼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매달렸던 대통령도 별로 없고, 김대중 대통령은 아예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벤처 열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나름대로의 균형과 안정성을 만들어냈다. 본인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나름의 다양성과 안정성, 즉 다안성이 등장한 셈이다. 탈 포드주의 시대로 갈수록 이런 다안성의 전략이 더욱 필요하게 된다. -253쪽

스웨덴에 유학 가는 사람들은 입학 허가서와 함께 입학 안내서를 받게 되는데, 스톡홀름에서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수 없으므로 만약 스타벅스를 좋아한다면 미리 충분히 마시고 오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아주 자상도 하신 조언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상징적인 일이지만, 스웨덴은 유럽 중에서 노동조합과 20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리케이드를 공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에는 노조들이 강성 노조이지만, 평소에는 20대와 바리케이드를 공유하지 않는데, 스웨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90년대 후반부터 스웨덴은 생애 첫 자금 지원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20세가 되면 2000만원 정도의 자금을 은행 창구를 통해서 지원을 하게 된다. 이 돈을 받은 사람은 등록금에 보태거나 주거권에 사용할 수도 있다. 많은 대학생들이 이 돈을 가지고 전 세계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국립대학이라서 등록금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주어지는 2000만원은 스웨덴 청년들이 경험과 지식을 높이는 데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된다. 물론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라서 이런 제도를 운용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288쪽

은 사회적 바리케이드가 20대에게도 제공된 경우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20대에게 적절한 기회를 주고 그들에게도 자신들의 바리케이드를 제공하는 이런 나라들이 앞으로도 잘 살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고, 정규직의 일자리 나누기가 스웨덴 자동차 회사 이름을 따 볼보주의라고 불리는 것도 이러한 사회의 맥락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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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Pray, Love (Paperback)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원서
Elizabeth Gilbert 지음 / Penguin U.S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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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분이 이 책에 대해 '이혼이 훈장인줄 아는 이혼녀가 보여주는 오리엔탈리즘의 극치'이런식으로 40자 평을 남기셨던데 쿡쿡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비판적 시각이 필요한거 아닙니까. 찬사일색의 리뷰와 포스팅을 읽고서 이 책을 접했는데 읽는 내내 그런 종류의 찬사-고통의 바닥을 치고 마침내 삶의 균형과 사랑을 찾은 진솔한 여행기 등등-을 받을만한 책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글은 뭐랄까. TV쇼에 비유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 같다. 모두 진짜에요!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하나하나의 애드립까지 각본에 따라 설계되어 있는 그런 쇼 말이다. 책의 서두에서 그녀는 1. 갑자기 결혼생활에 회의가 찾아왔고 2. 이유없이 화장실 타일을 보며 밤새 흐느끼는 생활을 지속하다 3. 결국 전 재산을 남편에게 넘기고 여행길에 올랐다며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한다. 남편에게 아무조건없이 전 재산을 넘기는 과정은 How can you negotiate someone once you offered everything? 뭐 이런 말로 아주 아주 로맨틱하게 그려진다. 그렇게 전재산을 다 남편에게 위자료로 주고 1년간의 여행경비는 이 책의 인세를 미리 받아 떠나게 된다. 이탈리아와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두루두루 거치며 그녀는 끊임없이 말한다. 이 우울함, 이 악몽, 이 자괴감, 이혼의 고통!!! 난 눈물로 밤을 지새고 고통을 잊기 위해 요가를 하지. 그리고 참다못해 우울증 약까지 먹어!! 하지만. 그거 아는가. 이혼녀의 뭐시기 뭐시기 끊임없이 홍보되고 있는 이 책이지만 그녀가 여행 내내 그리 고통스레 그리워했던건 이혼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만난 새로운 애인이란걸. 이혼이 괴로웠던 것 역시 오랜 시간 함께 한 누군가와의 헤어짐  때문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인생궤적에 '이혼'이란 흔적을 남겨야만 했기 때문이란 걸. 남편에게 허겁지겁 전재산 다 준건 한때 사랑했던 이와 법정에서 얼굴을 마주하기 괴로워서가 아니라 불륜에 대한 죄책감이 아닌가? 아니면 법적으로 어차피 줘야하는거 보기 좋게 넘기고 이렇게 글쓸거리로나마 낭만적으로 남겨두고 싶었다던지. 가쉽에 별 관심 없는 나이지만 '나는 착하고, 난 운명을 따랐고, 난 운명을 개척하고 있어' 라고 행간에서 끊임없이 외쳐대는 이 저자의 뒷 이야기만큼은 너무 궁금했다. 매정히 뿌리치고 떠난 그 남편분은 지금 잘 지내고 있나요? 책 쓰고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남의 일은 남의 일인데 그 'non of your business'를 이용해 진실을 묻어버리는 이야기를 꾸며내는 건 진짜 역겹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이런 이유들로 이 책이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무라카미 하루키 식의 인생의 한 과정에서 겪은 내적 성장(혹은 변화)을 담은 여행기와 같은 부류로 분류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어떤 부분은 구라같고. 예술적 재능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면 그게 작품으로 승화되는구나,란 시니컬한 감상도 가능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의 광적인 성공은 그녀가 이 책을 '작정'하고 썼다는 추측도 하게 만든다. 다시 찾은 사랑과 어떻게 첫날밤을 보내게 됐는지까지 상세히 기술해주니 독자 입장으로서 재미는 있다만 이 진정성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보이기 위한 엔터테이먼트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 욕 실컷하면서도 별 5개를 준건 글을 그만큼 잘 쓰기 때문이다. 이혼 가지고 징징거리는거 무시하고 보면 진짜 재미있다. 누구에게나 쉽게 말을 걸고 쉽게 친해지는 미국인 금발 분홍피부 백인여성은 자신의 강점을 내세워 세계 어디서나 현지인과 친구가 되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머물며 그들을 관찰한다. 살아있는 한 평생 타자가 되기 힘든 조건을 가졌으니 어쩌겠는가. 그 점에선 다른 누구도 쓸 수 없는 글이라 생각한다. 글도 참 잘쓴다. 글의 흐름이 매끄럽고 단어 사용도 고상하고 영어 자체의 맛이 느껴지는 문장을 구사한다. 그리고 뭐 진실이야 어쨌든 그녀의 용기있는 삶이 이 책의 소스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It is better to live your own destiny imperfectly than to live an imitation of somebody else's life with perfection.

 
   

 가짜든 진짜든 이혼하고 거의 파산상태였던 자신만의 불완전한 삶을 멋지게 살아냄으로써 그 삶을 완벽한 삶으로 전환시키지 않았는가.(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 ^^) 그리고 우리는 패밀리가 떴다가 대본빨인걸 알면서도 본다는거.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춤을 추던 요가를 하던 이 책이 재미있다는 점만큼은 부인하기 힘들다. 책도 저렇게 이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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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0-01-09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지. 첫문단 박스는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닌데 어떻게 없애는지 모르겠다 ㅠㅠ

[해이] 2010-01-09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의 압박ㅋ 근데 박스 속 문장은 정말 괜찮네여.

LAYLA 2010-01-11 02:22   좋아요 0 | URL
에이. 영어 논문 비하면 껌일텐데. 전 영어 논문을 못 읽어서- 노교수님 말씀이 영어 만페이지를 읽으면 문리가 트인다 하셔서 소설이나 뭐나 읽으려 하고 있어요. ㅋㅋㅋ

아베끄 2011-11-2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글을 참 맛있게 쓰시는군요. 이 책도 layla님 글처럼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다면 다른 건 재쳐두고라도 한번 읽어볼 만하겠는걸요! 그런 의미에서 땡스투~

LAYLA 2011-11-26 18:37   좋아요 0 | URL
아무도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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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당시 반도덕적이란 평을 들으며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는게 이해가 간다. 21세기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이 이야기가 당시의 보수적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대충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신부의 지조와 정숙함이 최고의 미덕으로 쳐지는 사회에서 캐서린은 외간남자(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그의 천한신분까지 사랑할 수는 없다며 맘에도 없는 판사 아드님과 결혼한다. 3년 후 성공하여 돌아온 히스클리프가 너무 좋아 눈물흘리며 몇시간이고 대화를 나누고서는 언짢아하는 남편에게 '우정을 이해못하는 무지한 남편'이라며 노발대발화를 낸다. 개미년이라고 질타 받을만한 캐릭터이지 않은가. 이렇게 너무 막장이라 독자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대목은 한두개가 아니며 비단 한 캐릭터의 막장으로만 한정되지도 않는다. 히스클리프는 그 잔인한 행동으로, 캐서린 사랑을 내세운 우유부단함으로, 이사벨라는 순수함과 순진함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미친짓을 한다. 이는 화자에게 폭풍의 언덕에 얽힌 기구한 사연을 들려주는 역할을 맡은 넬리의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녀는 아랫사람이되 할 말은 하는 아주 분별있는 인물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있어서만큼은 역시 막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 막장의 향연속에서 가슴이 터질듯 답답함에도 책을 놓지 못한건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전체적 스토리가 하나의 비극으로 일관되게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십대에 어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의문과 감탄이 뒤섞여 나오게 된다. 당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본다면 귀한집 아가씨이되 비어와 속어를 쓰며 거침없이 '지 인생 지가 꼬는'캐릭터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문학사중 가장 악한 캐릭터 1위로 꼽힌다는 히스클리프는 또 어떤가. 복수는 이렇게 '입체적'으로 해야 하는것임를 저 두툼한 볼륨을 통해 화끈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캐릭터들의 극단의 성격들과 비이성적 행동들 하나하나가 보편적인 '사랑과 복수'라는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또 한번 캬-를 외치게 된다. 읽는 내내 속으로 미친&*&^을 외치며 분개했지만 다 읽고 나서 여운에 잠기고 다음을 기약하며 책장에 꽃아두게 되는 그 매력!!! 역시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음이 번뇌로 가득차 그 감정의 찌끄러기를 다 쏟아내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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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7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7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zaar Korea 바자 2010.1
Bazaar 편집부 엮음 / 가야미디어(잡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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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보그 코리아 보고 우리나라 잡지 많이 발전했다 감탄했는데 이번 바자 코리아는 더하다. OH OH OH OH  잡지 후기 보니 에디터 다들 20대 후반에 접어든다, 20대를 마감한다 난리던데 이젠 까마득하지도 않고 선배뻘인 그녀들에게 '허세 좀 그만 ㅉㅉ'이란 말 대신 '고생했어요 궁디 팡팡'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잡지를 구매한 건 부록으로 나오는 컬렉션 북 때문이었는데 안사면 후회할테니 사긴 했다만 여간 불안한게 아니었다. 보그 컬렉션 북의 경우 이제 틀이 잡혀 고만고만한 퀄리티를 유지한다만 바자의 경우 한번씩 모험을 감행하는지라(이게 컬렉션 북인지 에디터들 편집기술 시연용 책인지 구분가지 않았던 언제쩍인지 생각도 나지 않는 옛날 옛적 부록에 대한 내 분노는 아직도 생생하다)가슴이 두근두근하였는데 도착한 책 뜯어보니 컬렉션 북은 괜찮고, 이번 호는 잡지 본 책이 너무 좋아서 OH OH OH OH를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슬림한 잡지의 몸매에서부터(잡지의 진정한 시크함은 이 책 두께에 달려있다) 과도하지 않은 광고, 김경의 이석원 인터뷰도 좋았고 역시 최고는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패션피플 100인을 인터뷰한 특집섹션!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감이와서 눙무리 ㅠㅠ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패션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한번 읽어볼만한 퀄리티이다. 기계공학과 전공하다가 군대 제대하고 패션 유학 떠나 명품 디자이너로 자리잡은 이, UC버클리 경제학과를 졸업하고서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다 패션 멀티샵을 차리고서 전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샵으로 성장시킨 이(요즘 가장 핫하다는 오프닝 세레머니!!), 의대 공부하다가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모자 디자이너가 된 이(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가 쓰던 모자가 바로 이 디자이너 유지니아 킴의 것이다)등등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일하는 분야를 넘어서 삶에 큰 자극을 준다! 유효기간이 한달에 한정되지 않을 명품.호라고 불리기에 손색없는 BEST BAZZAR KOREA EVER!  

굳이 사족을 달자면. 그렇게 간지.나는 글빨은 없더라는 것. 인터뷰따고 사진찍느라 모든 기를 빼앗겼을 테니 이해는 되나 톡톡튀는 잡지 특유의 글맛이 부족하단 점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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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힘 - 사람
찰스 오레일리 & 지프리 페퍼 지음, 김병두 옮김 / 김영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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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제출한 글이니  이거 가져다가 쓰면 에프 받을 수 있습니다 ^^

     자본주의 발전이 고도화되고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 기반 산업으로 변화하면서 기업 간 경쟁에서 자본의 중요성은 점차 감소하는 반면 우수한 인재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많은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 책은 성공적인 조직을 구축한 기업들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그들이 어떻게 지극히 평범한 직원들을 활용하여 탁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는 사우스웨스트 항공, 멘즈웨어하우스 등 각기 상이한 7개 산업분야의 대표적 성공 기업을 선정해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지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이 성공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가치 중심의 경영이 지속적인 경쟁력의 바탕이 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각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에는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직원을 존중하고 직원이 업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 가치를 추구하는 밑바탕이라고 전제한다는 점에서는  일치를 보인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경우 항상 직원들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을 회사의 기본정신으로 삼고 있는데 이에 대해 켈러허 사장은 “직원들이 스스로 만족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으면 자연히 고객들에게도 최선을 다할 것이고, 고객들이 만족하게 되면 기업의 이윤이 높아져 결국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말하며 고객을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직원들을 존중하고 섬기는 정신으로 대할 때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므로 단기적 주가에 급급하지 말고 장기적 시각에서 사람 중심의 가치경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가치 중심의 경영이 실제 높은 경영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인사 운영관리제도가 그들이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한 인사운영관리제도의 예를 들어보자면 첫째,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여야 한다. 단순히 금전적 보상만을 바라는 인재의 경우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를 무시하기 쉽기 때문에 이들 가치경영 기업은 경쟁사보다 다소 낮은 임금을 제시하고 여러 가지 선발단계를 거쳐 인재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부합하는 경우에 정직원으로 선발한다. 둘째, 기업경영에 있어서 일반직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이들 기업은 직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가능한 많은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권장한다.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하며 직원들은 자신이 회사운영의 실질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고 자발적으로 높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셋째, 이들 기업은 개인적 보상이 아닌 팀 단위의 보상을 선호하며 조직 구성원들의 협력과 상호존중을 중요시한다. 모든 직원이 중요하고 모두 제각각 기업의 성과에 기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별 성과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등보상이 이루어지기는 하나 그 정도는 크지 않다. 본 기업들은 직원들 사이의 경쟁을 통한 이익보다 직원들 사이의 연대와 협력을 통한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우수기업 중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로 하여금 서로의 업무를 바꿔서 일정기간 일해 보도록 권장하는데 이는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서로를 더 존중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시행된다. 이런 팀별보상, 조직구성원간 신뢰구축 전략은 실제로 경쟁사보다 더 높은 실적을 올림으로서 유효성 있는 전략이라고 밝혀졌다.

     앞에서 언급된 제도들 외에도 기타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들이 시행되며 가치경영을 현실화시키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제도들이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내면화 하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내면화 과정을 거쳐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개개인의 직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하게 될 때 직원들은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능동적인 자세로 근무함으로써 업무생산성이 급격히 증대되게 된다. 또한, 이렇게 금전적 보상이 아닌 가치로부터 업무의 동기를 찾는 기업문화가 형성되면 이직률이 현저히 낮아져 전사적 측면에서 엄청난 비용절감의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기업문화는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기업의 핵심 가치로부터 파생된 구체적인 제도들이 하나하나의 퍼즐처럼 짜 맞추어질 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기에 경로성을 지니며 모방이 쉽지 않다는 특징을 가진다. 많은 기업들이 이들 우수기업의 성공의 비결을 알면서도 쉽게 시도하지 못하거나 시도하였다가도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설프게 제도적 부분만 모방하여서는 절대로 가치에 기반하여 탄탄히 형성된 기업문화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흔히 믿어졌던 ‘금전적 보상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최선의 전략’이라는 믿음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가치’를 추구하는 동물이기에 어느 정도의 금전적 보상을 넘어서게 되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기업문화가 업무효율성을 높이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기업운영의 성과는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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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경영학과에 제출할 순진한 척한 책 리뷰이고  

이 책을 읽은 솔직한 감상을 쓰자면.  

숨겨진 힘, 사람의 힘 뭐시기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단위시간 당 생산력을 최대한 높여서 잉여노동생산물을 최대화 하는 것이다. 이걸 '착취'란 말 대신 '가치의 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회사는 개인이 능력을 펼치도록 서포트해 줄 뿐이래요)  내가 직접 사회생활을 안해봤고 저런 기업에서 일을 한 경험이 없어서 뭐라 잘라서 말은 못하겠다. 저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알면서도 "여기만한 데가 없지-_-"이런 마인드로 열씸히 일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나의 자아실현 뿌잉뿌잉^^***"이러면서 씐나서 일하는건지. 진실은 전자일 거라고 짐작하는데 행복하게 살려면 후자인 '척'도 하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나름의 지혜가 필요한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진짜 무서운건 경영자들이 순진해서 '가치의 힘' 운운하는건 아니란 거다. 나름 반전운동 좀 했다는 CEO들이 나오는 걸 보니 이들도 결국 가치란 노동에서 산출될 수 밖에 없다는 기본원리 딱 하나 가지고 이런 기업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거 기왕이면 최대한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정시에 퇴근시켜주고 회사안에 보육원 만들어서 애들이랑 점심먹게 만들어주고 다 좋은데 뭐 그걸 거창하게 가치의 힘, 신뢰의 힘 하는게 좀 손발이 오그라들어서-그게 경영쪽 책들의 특징이긴 하지만-읽기가 힘들었다. 책은 케이스 묶어놓았다고 보면 된다. 기업성장배경과 추구하는가치, 조직형태, 성과급형태 등등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경영서에 닭살 돋지 않는 사람들에겐 별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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