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당시 반도덕적이란 평을 들으며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는게 이해가 간다. 21세기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이 이야기가 당시의 보수적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대충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신부의 지조와 정숙함이 최고의 미덕으로 쳐지는 사회에서 캐서린은 외간남자(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그의 천한신분까지 사랑할 수는 없다며 맘에도 없는 판사 아드님과 결혼한다. 3년 후 성공하여 돌아온 히스클리프가 너무 좋아 눈물흘리며 몇시간이고 대화를 나누고서는 언짢아하는 남편에게 '우정을 이해못하는 무지한 남편'이라며 노발대발화를 낸다. 개미년이라고 질타 받을만한 캐릭터이지 않은가. 이렇게 너무 막장이라 독자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대목은 한두개가 아니며 비단 한 캐릭터의 막장으로만 한정되지도 않는다. 히스클리프는 그 잔인한 행동으로, 캐서린 사랑을 내세운 우유부단함으로, 이사벨라는 순수함과 순진함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미친짓을 한다. 이는 화자에게 폭풍의 언덕에 얽힌 기구한 사연을 들려주는 역할을 맡은 넬리의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녀는 아랫사람이되 할 말은 하는 아주 분별있는 인물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있어서만큼은 역시 막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 막장의 향연속에서 가슴이 터질듯 답답함에도 책을 놓지 못한건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전체적 스토리가 하나의 비극으로 일관되게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십대에 어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의문과 감탄이 뒤섞여 나오게 된다. 당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본다면 귀한집 아가씨이되 비어와 속어를 쓰며 거침없이 '지 인생 지가 꼬는'캐릭터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문학사중 가장 악한 캐릭터 1위로 꼽힌다는 히스클리프는 또 어떤가. 복수는 이렇게 '입체적'으로 해야 하는것임를 저 두툼한 볼륨을 통해 화끈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캐릭터들의 극단의 성격들과 비이성적 행동들 하나하나가 보편적인 '사랑과 복수'라는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또 한번 캬-를 외치게 된다. 읽는 내내 속으로 미친&*&^을 외치며 분개했지만 다 읽고 나서 여운에 잠기고 다음을 기약하며 책장에 꽃아두게 되는 그 매력!!! 역시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음이 번뇌로 가득차 그 감정의 찌끄러기를 다 쏟아내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