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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Pray, Love (Paperback)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원서
Elizabeth Gilbert 지음 / Penguin U.S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어떤 분이 이 책에 대해 '이혼이 훈장인줄 아는 이혼녀가 보여주는 오리엔탈리즘의 극치'이런식으로 40자 평을 남기셨던데 쿡쿡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비판적 시각이 필요한거 아닙니까. 찬사일색의 리뷰와 포스팅을 읽고서 이 책을 접했는데 읽는 내내 그런 종류의 찬사-고통의 바닥을 치고 마침내 삶의 균형과 사랑을 찾은 진솔한 여행기 등등-을 받을만한 책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글은 뭐랄까. TV쇼에 비유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 같다. 모두 진짜에요!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하나하나의 애드립까지 각본에 따라 설계되어 있는 그런 쇼 말이다. 책의 서두에서 그녀는 1. 갑자기 결혼생활에 회의가 찾아왔고 2. 이유없이 화장실 타일을 보며 밤새 흐느끼는 생활을 지속하다 3. 결국 전 재산을 남편에게 넘기고 여행길에 올랐다며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한다. 남편에게 아무조건없이 전 재산을 넘기는 과정은 How can you negotiate someone once you offered everything? 뭐 이런 말로 아주 아주 로맨틱하게 그려진다. 그렇게 전재산을 다 남편에게 위자료로 주고 1년간의 여행경비는 이 책의 인세를 미리 받아 떠나게 된다. 이탈리아와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두루두루 거치며 그녀는 끊임없이 말한다. 이 우울함, 이 악몽, 이 자괴감, 이혼의 고통!!! 난 눈물로 밤을 지새고 고통을 잊기 위해 요가를 하지. 그리고 참다못해 우울증 약까지 먹어!! 하지만. 그거 아는가. 이혼녀의 뭐시기 뭐시기 끊임없이 홍보되고 있는 이 책이지만 그녀가 여행 내내 그리 고통스레 그리워했던건 이혼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만난 새로운 애인이란걸. 이혼이 괴로웠던 것 역시 오랜 시간 함께 한 누군가와의 헤어짐 때문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인생궤적에 '이혼'이란 흔적을 남겨야만 했기 때문이란 걸. 남편에게 허겁지겁 전재산 다 준건 한때 사랑했던 이와 법정에서 얼굴을 마주하기 괴로워서가 아니라 불륜에 대한 죄책감이 아닌가? 아니면 법적으로 어차피 줘야하는거 보기 좋게 넘기고 이렇게 글쓸거리로나마 낭만적으로 남겨두고 싶었다던지. 가쉽에 별 관심 없는 나이지만 '나는 착하고, 난 운명을 따랐고, 난 운명을 개척하고 있어' 라고 행간에서 끊임없이 외쳐대는 이 저자의 뒷 이야기만큼은 너무 궁금했다. 매정히 뿌리치고 떠난 그 남편분은 지금 잘 지내고 있나요? 책 쓰고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남의 일은 남의 일인데 그 'non of your business'를 이용해 진실을 묻어버리는 이야기를 꾸며내는 건 진짜 역겹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이런 이유들로 이 책이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무라카미 하루키 식의 인생의 한 과정에서 겪은 내적 성장(혹은 변화)을 담은 여행기와 같은 부류로 분류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어떤 부분은 구라같고. 예술적 재능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면 그게 작품으로 승화되는구나,란 시니컬한 감상도 가능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의 광적인 성공은 그녀가 이 책을 '작정'하고 썼다는 추측도 하게 만든다. 다시 찾은 사랑과 어떻게 첫날밤을 보내게 됐는지까지 상세히 기술해주니 독자 입장으로서 재미는 있다만 이 진정성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보이기 위한 엔터테이먼트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 욕 실컷하면서도 별 5개를 준건 글을 그만큼 잘 쓰기 때문이다. 이혼 가지고 징징거리는거 무시하고 보면 진짜 재미있다. 누구에게나 쉽게 말을 걸고 쉽게 친해지는 미국인 금발 분홍피부 백인여성은 자신의 강점을 내세워 세계 어디서나 현지인과 친구가 되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머물며 그들을 관찰한다. 살아있는 한 평생 타자가 되기 힘든 조건을 가졌으니 어쩌겠는가. 그 점에선 다른 누구도 쓸 수 없는 글이라 생각한다. 글도 참 잘쓴다. 글의 흐름이 매끄럽고 단어 사용도 고상하고 영어 자체의 맛이 느껴지는 문장을 구사한다. 그리고 뭐 진실이야 어쨌든 그녀의 용기있는 삶이 이 책의 소스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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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better to live your own destiny imperfectly than to live an imitation of somebody else's life with perf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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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든 진짜든 이혼하고 거의 파산상태였던 자신만의 불완전한 삶을 멋지게 살아냄으로써 그 삶을 완벽한 삶으로 전환시키지 않았는가.(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 ^^) 그리고 우리는 패밀리가 떴다가 대본빨인걸 알면서도 본다는거.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춤을 추던 요가를 하던 이 책이 재미있다는 점만큼은 부인하기 힘들다. 책도 저렇게 이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