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군도 4 열린책들 세계문학 26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용소 군도

(Архипелаг ГУЛАГ)

                                                                                           알렉산드르 솔제니찐


[ 4 ]


 고래로 어느 사회나 조직이나 그 속에는 남을 해코지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가 있게 마련이다. 수용소 군도에서는 밀고자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기관은 죄수들 중에서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골라 위협하거나 회유하여 밀고자로 만들었다.


 5개년 계획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제2의 수용소 형기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형기를 마치기도 전에 제2의 형기를 받는 것인데 두 번째의 체포도 없이, 수용소의 심리나 재판도 없이 형기가 늘어나는 것이었다.


 수용소에서 운명을 바꾸는 일은 도망을 치는 길이 유일했고 많은 죄수들이 시도하여 성공하기도 했다.


 기관은 정치범들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단속했지만 일반 형사범의 탈주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군도 주민들을 튼튼하게 결박시키고 있는 몇 개의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기대를 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쇠사슬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전면적인 낙담 상태, 즉 죄수들이 자신의 노예 상태에 완전히 젖어 있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의 사슬은 쇠약함, 즉 수용소의 굶

주림이었으며, 그리고 또 하나의 쇠사슬은 새로운 형기에 대한 공포였다.


 수용소에는 연소자들도 많이 있었는데 1926년에 형법 제12조가 생겨 12세 아이부터 기소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27년에는 16세부터 24세까지의 죄수가 전체 죄수의 48%를 차지하고 있기도 했다.


 수용소 군도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라는 말이 있다. 더할 수 없이 추악하고 비열한 행위도, 그 어떤 종류의 배신행위도, 참으로 뜻하지 않았던 상봉도, 멸 직전의 몸이면서 사랑에 빠지는 일도 무엇이든 가능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군도의 환경은 인간의 일반적인 환경과는 너무도 판이한 것이어서, 지극히 무참한 양상으로 즉시 적응하든가 아니면 즉시 죽든가 양자택일을 강요하기 때문에 이질적인 민족적 환경이나 사회적 환경보다 강렬하게 인간의 성격을 짓이겨서 바꿔버린다.


 군도의 기후는 설사 그 섬이 남쪽 바다 한가운데 있더라도 언제나 북극 기후이다. 군도의 기후는 열두 달이 겨울이고 나머지가 여름인 것이다. 공기 자체가 살

갗을 찌르듯 언제나 매섭다.


 제끄들은 흔히 군도를 이런 식으로 정의한다. ‘안 가본 사람은 반드시 가게 될

것이고 갔던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할 곳.’이라고,


 그런 환경 속에 사는 민족으로서의 제끄(군도의 죄수)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은 배급 빵이며, 그 다음이 담배라는데......


 제4권에서도 제3권과 같이 수용소 군도에서의 구체적인 생활상과 작업 내용 등을 기술하고 더하여 제끄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삶의 형태(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원초적인 사악함 같은 행동 타인을 희생으로 하여 자기 목숨을 유지하는 방식 등)들이 나타나 놀라기도 하지만, 그 놀람의 강도가 점점 옅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군도 속에서의 비도덕적인 행위들에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에 따르는 사고의 변화 속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자기

명령이라는 생각 앞에서는 가슴이 시려 왔다.


 제1, 2권의 분위기가 제3권을 거쳐 제4권으로 넘어오면서 뭔가 달라진 감을 느

끼게 하는데 아마도 그것은 어떤 절박감의 농도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1부와 제2부의 원고 일부가 KGB에 적발되었다가 원고를 서방으로 밀반출하여 완간한 그런 긴박했던 부분들이 책의 내용들 이면에 스며들어 있음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3-08-2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길태님 이 무더위에 탁월한 선택을 하신 것 같아요. ^^

하길태 2023-08-21 07:42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습니까?
그런데 사실 이 책이 여간 딱딱하고 지루한 책이 아니었습니다.
러시아의 역사도 개관해야 하고 철의 장막 속에 숨겨져 있었던 스탈린과 레닌의 공산주의를 알 수 있는 점도 있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