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르는 병 범우고전선 7
키에르 케고르 지음, 박환덕 옮김 / 범우사 / 199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에 이르는 병

(Sygdommen til Døden)

                                                                    키에르케고르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 싫어서 읽을거리들을 의식적으로 가볍고 흥미 위주로 바꾸었는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흘러 왔다.


 키에르케고르는 덴마크의 종교 사상가인데 주관적이고 주체적인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주관적인 사상가라는 것은 주관적 진리를 추구하는 사상가를 의미하는데 주관적 진리는 그의 생활 체험을 떠나서는 그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많은 서평이나 해설들이, 이 책에서 작가가 주장하는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며, 이 절망이 현대인의 자기 상실, 즉 자기 소외의 과정이라 설명하고 이를 탈피하는 길은 신을 믿는 길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나 같이 철학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그렇게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키에르케고르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 * * * *

 “이 병은 죽음에 이르지 않는다.”(요한복음 114)

 인간적으로 말한다면, 죽음은 모든 것의 종말을 뜻하기 때문에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적으로 해석한다면, 죽음은 결코 모든 것의 종말이 아니기 때문에 무한히 많은 희망이 죽음 안에 존재하고 따라서 죽음 역시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다.

 절망은 정신에 있어서의 병인데 정신이란 자기(自己). 자기란 자신에 대한 하나의 관계인데 정신과 자기는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언제나 일치되는 것은 아니다.


 절망이란 죽도록 앓고 있으면서도 죽을 수 없고 그렇다고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닌, 죽을 수 있다는 희망마저 없는 상태를 뜻한다. 이 최후의 의미에 있어서의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하지만 절망의 죽음은 항상 삶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절망자는 죽을 수가 없다.


 질병은 보편적이다.


 완벽하게 건강한 인간이란 단 한 사람도 없듯이 절망하고 있지 않은 인간은 한 사람도 없다. 누군가 자신은 절망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조차 절망하고 있

는 것인데 그것은 자신이 절망하고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절망하고 있지 않은 것, 자신이 절망하고 있는 것을 의식하고 있지 않는 것도 바로 절망의 한 형식이다.


 절망은 행복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데 완전히 양의적(兩義的)이기 때문에 그 병에 걸리지 않았음이 최대의 불행이며, 이 병에 걸리는 것이 참된 신의 선물인 것과 같은 그런 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절망하고 있다고 꾸밈없이 말하는 자야 말로 한 걸음 더

구원에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절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무한성(無限性)과 유한성(有限性), 가능성과 필연성의 규정 하에서 고찰되어야 하는데 그들은 각각 한 범주 안에서 서로 대체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 * * *

 이상은 키에르케고르가 주장한 죽음의 이르는 병의 전반부의 대강을 간추려 본 내용인데 신학에 기반을 두고 풀어가는 단어들의 철학적 개념과 사유들이 나 같이 범속한 사람들의 접근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정독에 거듭 읽기를 반복하며 읽던 중 변증법에서 그만 혼란을 일으키고 말았는데 그래도 읽기는 다 읽었다. 하지만 한 겨울에 난닝구 한 장에 맨발로 거리를 쏘다니거나 무더운 여름철에 두터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춥다고 떨떨 떨 것이 아니라면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역자도 그런 내용을 알고 있는 듯 이 주관적인 사상가의 글이 이해하기 어려운 바 참고서와 해설서를 읽는 것보다 그의 전기를 연구한 후 그의 작품을 끈기 있게숙독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이 우리나라의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출간된 이래로 수년 동안 중쇄를 거듭하면서 꾸준히 팔려 나갔고 중고등학교 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철학적 소양을 가진 지식인이 많다는 반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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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7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길태 2023-02-07 21:23   좋아요 1 | URL
예,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좋은 시간 보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