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 전10권 세트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0년 11월
평점 :
절판


혼 불

                                                                           최명희


[ 3 ]

평토제 1

 

 강실이에 대한 소문이 서서히 퍼지자 언감생심, 쳐다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춘복이 가슴 속에 강실이를 어떻게 해 볼 수 있겠다는 흑심이 뭉게뭉게 솟아오른

.


 그런 중에 쇠스랑을 거꾸로 치켜 든 쇠여울네가 제 정신이 아닌 듯 머리를 산발

하고 저고리 앞자락을 풀어 헤친 채 논 문서를 내놓으라며 이기채를 찾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흉년에 굶어 죽지 않으려고 나락 모가지가 시퍼렇게 선 논을 이기채에게 팔았는데 기표가 중간에서 농간질을 하여 차일피일 미루며 돈을 주지 않았는데 마침 하나 있는 막내아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여 죽자 눈이 뒤집혀 죽자고 달려든 것이었다.


 쇠여울네는 붙잡혀 흠씬 몰매를 맞고 풀려났는데 그 사건으로 동네는 속으로 술렁거렸고 춘복이는 마음속으로 이 피를 꼭 갚으리라고 어금니를 깨물었다.


 한편 강모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꿈꾼다며 만주로 간다는 사촌 형, 강태를 따라 만주로 가기로 마음먹는데, 그것은 오로지 강실과 효원과 오유끼라는 현실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마음의 발로였으니......


 종손이라고 애지중지 키워 놓았더니 자기 처 하나 제대로 건사 못하고 사촌을 상간하고 작첩하는 망나니짓을 벌이다 급기야는 현실 도피를 위하여 자식마저 나 몰라라 하면서 만주로 도망을 가버리고 청암부인의 생사조차 염두에 없다니 강모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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