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巨正
홍명희
[ 9 ]
화적편 3
팔도에 흉년이 들어 꺽정과 졸개들이 양식이 부족하자 각 고을에 방을 붙여 양식을 약탈한다. 그리고 양반들을 잡아다가 치죄를 하여 죽이기도 하고 매를 때리기도 한다.
그러던 중 천하제일로 피리를 잘 분다는 단천령을 잡아 그의 피리 소리를 듣고
놓아 주기도 했다.
꺽정은 김산이의 친구 이춘동의 어머니 환갑잔치에 참석하는 길에 봉산군수가 된 이흠례를 징치할 계획을 다 세워 놓았는데 서림의 장모가 와서 아들(서림의 처남)이 좌포청에 잡혀 갇혔다고 서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거사를 앞두고 개인적인 일로 계획에서 이탈하는 서림을 꺽정은 못 마땅해 하지만, 며칠간의 말미를 얻어 서울로 간 서림은 한온이 밑에서 일하던 최서방의 배신으로 체포되어 좌포청으로 끌려가고 마는데......
서림이가 체포된 뒤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꺽정이패들의 행적을 모두 까발리고 그들의 토포 작전에 협력하면서 임꺽정은 점점 궁지에 몰린다.
이야기는 ‘평산쌈’을 끝으로 조선일보 연재가 일제의 탄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일시 중단되었다가 이후 「조광」 1940년 10월호에 1회가 다시 연재 되었지만 또 다시 중단되어 홍명희의 임꺽정은 완성을 보지 못하고 끝나 버렸다.
홍명희는 1947년 월북하여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내각 부수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에 추대되었지만 작품 활동은 않고 지내다가 이후 1968년 노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1985년의 북한문예출판사에시 출간된 『임꺽정』과 『청석골대장 임꺽정』(1986년 금성청년출판사, 홍석중 : 홍명의의 손자) 중에서 발췌한 부분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소설은 많은 자료들에서 ‘당대 최대의 장편 역사소설’, ‘천민계층을 이상화함으로써 계급의식과 집단의식을 현저하게 드러냈다’, ‘그는 역사소설을 통해 계급의 관점에서 식민지적 모순보다는 자본주의적 모순을 겨냥하는 특수한 역사의식의 시야를 노출시켰다.’ 등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그것은 작가의 사상을 짐작한 지나친 수사에 불과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조선 중기에 지방의 도둑으로 실록에 기록된, 대의명분 없이 힘만 센 임꺽정의 도적 행각에서 무슨 사상이나 역사의식을 찾는단 말인지?
작가의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도 전혀 그런 사상들이 암시되거나 얘기된 바도 없고 임꺽정이 그런 행동을 한 바도 없다. 오직 자기 패거리들만을 위한 살인과 약탈이 있을 뿐이었다.
어쨌든 소설이 미완성으로 끝나 작가가 주장하고자 했던 주제 의식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점과 병해대사가 임꺽정에게 남긴 글귀를 해독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