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세트 1-10 완결 세트
창비 / 1996년 2월
평점 :


장길산

                                                                           황석영

[ 6 ]


 자비령 부근에 들끓던 녹림처사들을 평정한 것은 최흥복이었다. 최흥복은 농사를 짓고 살던 평민이었는데 환곡과 관련한 관청의 횡포가 자심하자 농민들의 소요에 앞장을 섰다가 산으로 피신한 후 주변의 여섯 파의 두령들을 모두 도륙내고 명실공히 자비령의 주인으로 군림하였었다.


 그런 최흥복이 구월산 패거리의 은을 털고 만동이를 습격하여 중태에 빠뜨리는 사건을 일으켰다. 길산과 김기를 비롯한 구월산 패들은 그를 잡아 족치기로 하였

고 우선 김기로 하여금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아보기로 하였다.


 계략을 세우고 그의 산채로 접근한 김기는 최흥복이 무지막지한 인물이 아님을 알고는 그를 궁지에 몰아 사로잡을 생각을 하고 작전을 준비하였고, 작전대로 그

의 부하들을 우선 제거한 다음 어렵지 않게 그를 생포하여 수하에 거두었다.


 구월산 패거리가 된 최흥복은 길산의 허락을 받고 강선흥과 함께, 노비가 되었다는 형수와 조카를 구하러 갔다. 그러나 형수는 이미 권관의 첩이 되어 있어 동행하기를 거부하였고 최흥복은 조카만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최흥복과 함께 저항을 하다가 붙잡혀 죽은 박서방의 아낙과 아이도 함께 데리고 입산하였.


 함께 하산하여 최흥복을 도왔던 강선흥이 박서방댁을 마음에 들어 했고 입산 후 둘이 혼례식을 올리게 된다.


 봄부터 기근이 전국을 휩쓸고 있었다. 연이어 굶주린 백성들을 역병이 덮쳤다. 팔도가 굶주림과 병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황해도 지방이 가장 심하였다. 노상에는 양식을 구하러 다니다가 쓰러져 죽은 자의 시체가 즐비하고 버려진 아이들의 무리지어 대처를 떠돌았다. 기운이 남은 자는 곡식 한두어 되를 빼앗기 위하여 함부로 사람을 죽이곤 하였다.


 고을마다 진휼을 한답시고 관가 앞에 죽 솥을 내걸었지만 어림없는 짓이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자식을 팔고, 가족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살길을 찾다가 스스로 노비가 되는 것을 자청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부자들은 양식을 광 속에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굳게 대문을 걸어 잠그고서 하인배로 하여금 기민이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엄중히 단속시켰다. 간혹 그 가운데 진휼을 원하는 이가 있었으나, 대개는 공명첩을 바라고 하는 일이라 고작해야 쌀 수십 석으로 턱없이 부족하였다.


 이때 구월산 패들이 활빈을 하러 나서서 부자들의 광에 쌓여있던 곡식을 풀어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부자들은 그들의 대의명분에 눌려서 제대로 관에 신고조차 못하고 본의 아니게, 억지 춘향으로 진휼들을 하게 되기도 했.


 해서 지방 곳곳에서 이런 일들이 생기고 그것이 활빈당을 자처하는 장두령의 무리라는 것이 소문이 나자 감영의 관찰사 이세백은 수하의 김식을 비롯한 장교 여섯 명을 뽑아 장길산의 목을 쳐오도록 지시를 내렸다.


 김식은 한양에서부터 이세백을 따라온 자로서 검술 솜씨가 출중하여 이세백이 특히 아끼는 자였는데 명을 받자마자 장사꾼으로 위장하고 길을 나섰고, 구월산 졸개 몇을 죽이고 길산을 유인해 내려 하였다.


 하지만 구월산 패들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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