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장편대하소설(전7권
행림출판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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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김성한

[ 3 ]

 

  동래성의 전투는 반나절로 끝났다. 죽은 적병은 1백 명, 조선 사람은 3천여 명이 학살을 당하였으며 살아서 붙들린 남녀 5백 명이 끌려서 부산으로 향했다.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간다고 했다.

 

  용기와 충성, 배신과 비겁, 전쟁은 인간이 타고난 온갖 미()와 추()가 동시에 분출되는 소용돌이였다. 동래성이 포위되어도 소산역에서 꼼짝하지 않던 이각은 밀양부사 박진과의 협공 약속을 어기고 부하들을 끌고 달아나버렸다. 혼자서 적은 군사들을 이끌고 고군분투하던 박진은 밀양성까지 후퇴하여 백성들을 피신시키고

관고에 불을 지른 다음 길을 떠났다.

 

  울산 본영으로 돌아온 이각은 말리는 부하를 죽이고 소실 오월에게 광목 1천 필을 말에 실어 고향으로 피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도 성을 버리고 달아났고 이어서

병사들도 모두 흩어져 버렸다. 적은 빈 성으로 무혈입성했다.

 

  엄청난 적침 앞에 조선은 싸울 준비도 각오도 되어 있지 않았다. 낙동강 이동을 책임진 해군사령관 경상좌수사 박홍과 육군사령관 경상좌병사 이각은 처음부터 도망을 쳤다. 낙동강 이서를 책임질 신임 육군사령관 경상우병사 김성일은 창원으로 가는 중이었고 같은 지역 해군사령관 원균은 거제도 가배량의 본영에 불을 지르고

배를 타고 바다로 빠져나갔다.

 

  장수들이 이런 형편이니 그 휘하의 장졸들이 도망쳐 흩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형편이었고 군인들이 도망치는 판국에 백성들은 더욱 공포에 떨며 살 길을 찾아

무작정 흩어져 뛰었다.

 

 신립이나 이일 같은 사람을 보내 적을 막게 했지만 어림없는 일이었고 임금은 마침내 서울을 버리고 평양을 거쳐 의주로 피신하였다.

 

 드디어 이순신이 전라좌수사로 임명되어 여수에 부임하면서 임진왜란의 해전이 막을 올린다......

 

 무능한 위정자들, 자신의 안위 만을 생각하며 백성들을 속이고 도망치기에 바쁜 무능한 임금에, 한 마디의 올바른 충언조차 하지 않는 아첨꾼에 예스맨들인 대신들. 적군을 앞에 두고 먼저 달아나는 지방관들. 이렇게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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