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장편대하소설(전7권
행림출판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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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김성한

 

[ 2 ]

 

 102, 한밤중에 황해감사 한준의 장계가 도착했다. 정여립이 전라도와 황해도에서 군사를 일으켜 서울로 진격하려는 것을 거사 직전에 적발했다는 것이었다.

 

 정여립은 전주(全州) 출신 정희중의 아들이었는데 인물도 좋고 몸집도 커서 힘이 장사였다. 그는 글씨도 잘 쓰고 시도 잘 짓는 청년 학자로 성장하였으며 여느 선비와는 달리 말도 잘 타고 활 솜씨도 보통 이상이었다. 그는 대과에 급제해서 벼슬길에 나섰고 호남 사람들의 우상이 되었다.

 

  이 무렵은 동인, 서인의 당쟁이 차차 강도를 더해 가던 시기였는데 그는 출세를 위하여 서인이 되어 승지에까지 올랐다. 그런데 율곡이 죽고 서인이 힘을 잃고 동인이 득세하자 그는 재빨리 동인이 되었다. 그러자 율곡의 제자들이 들고 일어났

. 선조는 그를 파직하였다.

 

  그러자 그는 선조에게 앙심을 품었고 고향으로 돌아가 대동계(大同契)를 조직하여 무예를 닦았고 남에서는 계룡산, 북에서는 구월산에서 군사를 기르고 일시에 발진하여 서울을 남북으로 협격할 계획을 세웠었다.

 

 통신사로 일본에 갔다가 서울에 들어온 황윤길과 김성일의 의견이 서로 달랐다. 황윤길은 일본이 반드시 쳐들어오니 대비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성일은 수길은 미친놈이므로 걱정할 것이 없다고 했다. 옥에서 나온 허성은 황윤길의 말씀이 옳다며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좋겠다고 아뢰었다.

 

  당쟁이라면 복잡할 것이 없었다. 반대당의 의견에 무조건 반대하면 그만이었다. 수길이 쳐들어오고 안 오고는 동인도 모르고 서인도 몰랐다. 사람들은 수길이 쥐새끼 같이 생겼다는 김성일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고 비로소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사람들은 김성일의 높은 식견에 찬탄의 눈길을 보냈고 반면에 황윤길과 허성을 약간 멸시하는 듯했다.

 

 이리하여 모두가 귀를 닫고 눈을 가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분위기 속에 전운은 서서히 현해탄을 건너 조선을 덮쳐왔다......

 

 무능한 임금과, 그 임금에게만 충성을 다하는 아첨배인 신하들이 다스리는 나라와 백성들이 불쌍하다. 당쟁으로 국력은 소모되었고 국론은 분열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실을 외면한 정치가 백성들을 편안하게 한 적은 없었으며 백성들이 편안하지 못한 나라가 번성한 적 또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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