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몹시 힘들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줄거리의 핵심은 무엇인지? 카오스의 연속이다.
“......우리 시대의 괴짜들인 우리는 이렇게 여기서 우리만의 뒤틀린 현실을 세우려고 애쓰고 있다......뭐가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렇게 바둥거리며 살아왔건만 결국 우리가 도착한 곳은 깊은 밤의 어느 외딴 곳이다. 어쩌면 아는 것만이 해답이 아닐 것이다. 바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곳, 어둠 속의 폐허에서 우리가 짓고 있는 것이 무엇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로 끝을 맺는 문장 속에 이 책의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빅터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면서 작가도, 독자들도 각자 자기만의 생각 속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 같은 답답함에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런 찝찝함이 며칠은 갈 것 같다. 작가가 말한 것 같이 아는 것만이 해답이 아닐 수 있다.
어쩌다 보니 척 팔라닉의 소설을 두 번째 읽게 되었다. 첫 번째가 파이트 클럽. 영화화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작품을 소설로만 접한 뒤에 몹시 당혹감을 느꼈던 기억이 나는데 ‘질식’은 그 당혹감을 훨씬 뛰어 넘는다. 이 소설이 컬트 소설이라는 어느 독자의 생각에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