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열국지 9
김구용 옮김 / 민음사 / 1990년 8월
평점 :
절판


東周 列國志

                                                                   

[ 9 ]

합종연횡(合從連衡)

  귀곡 선생 문하에 있던 소진과 장의도 벼슬 욕심에 산에서 내려왔다. 소진은 한, , , , , 조 등 여섯 나라를 설득하여 동맹을 맺게 했고 그는 그 육국의 정승이 되었다이후 진나라는 6국의 동맹을 깨기 위해 여러 나라들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장의가 이를 만류했다소진이 죽고 나자 장의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였고 진나라로 돌아가 정승이 되어 부귀를 누렸다.

 

  한편, 연나라 정승 자지(子之)는 키가 8척에 나는 새도 능히 잡고, 달리는 말도 붙드는 장사였다. 그런데 연왕 쾌가 주색을 좋아하고 나라일에는 몹시 게을러 조회에도 나오지 않자 측근들을 이용하여 왕을 구슬려 연나라를 양도받았다반란 소식을 들은 제민왕이 연나라로 쳐들어갔다. 연왕 쾌는 목을 매고 자살했으며 자지는 사로잡혀 능지처참을 당했다. 이후 제나라는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

 

  장의는 지난날 소진이 이루어 놓았던 육국의 합종을 일일이 분리 시켰으며 새로 등극한 진무왕이 장의를 미워하고 자신을 시기하는 신하들이 많음을 알고는 위나라로 피해 갔다가 그곳에서 병이 나서 죽었다.

 

 진무왕은 한나라를 치러 갔다가 크게 이기고 돌아오면서 주나라의 구정(九鼎)을 보고 힘자랑을 하다가 솥에 오른 발이 깔려 잘렸고 그것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새로 등극한 진소양왕은 초회왕을 납치하다시피 하여 진나라 함양으로 끌고 가서 검중 땅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이에 초나라는 왕을 바꿔버리고 진나라의 요구를 거부하여 진나라가 초나라의 땅을 한 조각도 얻지 못하게 되자 군사를 일으켜 초나라를 침범하여 성 열다섯 곳을 빼앗았고 초회왕은 조나라로 달아났다.

 

  이때 조나라의 조무령왕은 진나라를 집어 삼키기로 작정하였다. 그래서 세자 하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는데 아버지로부터 왕위를 전해 받은 세자는 조혜왕이 되었고 조부령왕은 스스로 주부(主父)라고 칭했다주부의 큰아들이 반란을 일으켰으나 실패했고 큰아들을 숨겨주었던 주부는 궁문이 폐쇄되어 굶어 죽었다.

 

 진소양왕은 제나라의 맹상군을 초청하여 진나라의 승상으로 삼으려 했으나 현 승상 저이질이 반대하자 맹상군을 죽일 마음을 품는다. 이에 맹상군은 진소양왕에게 바쳤던 백호구를 훔쳐 다시 진소양왕의 애첩 연희에게 바치고 목숨을 구해 탈출에

성공하였다.

 

  진소양왕은 맹상군을 없애버릴 계책으로 맹상군이 왕위를 노린다는 요언을 퍼뜨리게 했다. 마침내 제민왕이 유언비어와 요언을 믿고 맹상군으로부터 정승의 인을 거두고 설읍으로 그를 추방했다.

 

  송강왕은 태어나면서부터 용모가 특출했는데 장성하자 키가 94촌이나 되었고 힘이 장사였다. 그는 10만 대군을 양성하여 제, , 위나라의 성들을 빼앗고 등나라를 무찔러 아주 없애버리는 등 활약이 눈부셨다. 그러나 그는 여염의 여자까지 넘보다 그들 부부를 죽이기까지 하였으며 곁에 활을 놓아두고 그에게 간하는 신하가 있으면 활로 쏘아 죽일 만큼 포악한 폭군이었다.

 

  이에 제, , 위나라가 송나라를 치기로 하였다. 제나라의 유인 작전에 휘말린 송나라는 여지없이 패퇴하였다. 송강왕은 뛰어내린 물 속에서 건져내져 갖은 수모를 받고 살해되었다. 세 나라가 송나라의 땅을 나눠 갖고 돌아가자 제민왕은 그 뒤를 쫓아 초나라와 위나라를 크게 무찔러 넓은 땅을 독차지하였다. 배신당한 위, 초나라는 제나라에 대해 이를 갈았다.

 

 제민왕은 맹상군이 위나라로 가버린 후 더욱 교만하고 거칠어져서 자기가 천자가 되려고 궁리했다. 그러자 제나라에 여러 가지 괴상한 일들이 나타났고 명신(名臣)들은 칭병하고 벼슬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가 은거했다. 연나라 연소왕은 지난날 제나라에 압제 받았던 일을 잊을 수가 없어서 보복할 일만 궁리하면서 군사들을 키우고 있었다.

 

  드디어 연소왕은 진, , , 한 네 나라와 연합하고 악의를 상장군으로 삼아 제나라를 침공했다. 결국 제민왕은 크게 패하여 임치성으로 달아나고 연합군들은 점령지를 마음껏 노략질했다그 동안 악의는 제나라 고을 70여 성을 함몰하고 그 땅을 모두 연나라에 편입시켰다. 요치는 연나라의 군세가 만만치 않은 것을 보고 악의와 협력하기로 하고 제민왕을 죽여 버렸지만 그 역시 분노한 백성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제나라 장수 전단은 연나라 군사들을 방심하게 해 놓고 꼬리에 불 붙인 소를 앞세워 연나라 군사를 크게 무찔렀다. 기겁이 죽고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연나라에 함몰되었던 제나라 70여 성이 모두 해방되었다.

 

  진소양왕은 화씨의 옥이 탐나서 조혜문왕에게 유양 땅 열여섯 성과 옥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진나라를 신뢰할 수 없었지만 인상여가 옥을 가지고 진나라로 향했다. 하지만 결국 진나라는 땅을 주지 않아 옥을 얻지 못했다.

 

  진소양왕이 다시 조혜문왕에게 회견을 요청하여 만났지만 조왕을 누르려는 진왕에 대해 인상여의 적절한 맞대응으로 두 나라는 우호 관계를 맺고 헤어졌다. 왕은 인상여에게 최고 벼슬인 상상을 제수했다. 그러자 정승 염파가 불만을 품었으나 나라를 위한 인상여의 생각에 감복하여 두 사람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변하지 않을 생사를 함께하는 벗이 되기로 하였다. 오늘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문경지교(刎頸之交)란 바로 인상여와 염파의 우정에서 비롯된 말이다.

 

  진나라는 초나라를 치고, 위나라를 치고, 한나라를 침범하였다. 조나라 군사들은 진군을 크게 무찔러 한나라를 도왔다. 제나라가 연나라를 물리치자 난처한 상황에 빠진 위나라는 지난날 연나라와 함께 제나라를 쳤던 일을 사과하러 수가와 범저를 사절로 보냈다. 제양왕의 추궁에 도도하게 대응한 범저를 보고 욕심이 난 제양왕이 그에게 벼슬을 주어 제나라로 모시려했다.

 

  그런데 수가가 이를 의심하여 정승 위제에게 고자질을 했고 위제는 범저에게 곤장질을 하여 죽었다고 내다버렸다. 그런데 범저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변성명하여 이름을 장녹이라 했다. 장녹은 진나라 사신 왕계를 따라 진나라로 갔다. 그리고 진소양왕을 만나 구세력들을 몰아내게 하였고 자신은 승상이 되어 응후라는 작호를 받았다.

 

  위나라에서 사신으로 수가가 왔다. 장녹은 자신이 범저임을 밝히고 수가에게 복수를 하려 했으나 하도 비는 꼴이 불쌍해서 살려주었고 자신이 범저임을 진소양왕에게도 실토하였다. 범저는 수가에게 정승 위제의 목을 끊어서 진나라로 보내라 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이 소문을 들은 위제는 그날 밤으로 정승의 인을 버리고 조나라 평원군에게로 가서 숨었다.

 

  진소양왕은 구원(舊怨)도 갚고 승상 범저의 원수도 갚기 위하여 20만 군사를 일으켜 조나라로 쳐들어갔다. 하지만 평원군은 끝까지 잡아떼며 위제를 내놓지 않았다. 귀국한 조소양왕은 평원군을 진나라로 초청하고 그 틈을 이용하여 조효성왕에게 위제의 목을 요구했다. 위제는 도망쳐 위나라로 갔다. 하지만 신릉군에게 환대

받지 못하자 칼로 목을 찔러 자살하였다.

 

  조효성왕은 위안리왕으로부터 위제의 목을 받아 진소양왕에게 보냈고 조왕은 이를 범저에게 내주었다. 범저는 위제의 목에서 살과 가죽을 벗겨내고 해골에 옻칠을 하여 요강으로 사용했다. 옛날 범저를 죽도록 매질하여 빈객들에게 오줌을 누게 했던 원수에 대한 복수를 단단히 한 셈이었다.

 

  진소양왕은 범저의 계책인 원교근공(遠交近攻)에 따라 제, 초와 우호를 맺고 한나라로 쳐들어갔고 한나라는 조나라를 싸움에 끌어들이기 위해 상당 일대의 성 열일곱 곳을 조나라에 바쳤다. 조효성왕은 평양군 조표의 말을 듣지 않고 평원군을

보내 그 성들을 접수하였다.

 

  진나라 장수 왕흘과 조나라 장수 염파 간의 대치가 오래되자 범저는 반간계(反間計)를 써서 염파 대신 조괄을 상장군으로 삼게 하였고 조나라는 백기를 상장군으로 삼게 했다. 조괄은 대패하여 전사했고 항복한 조나라 군사 40여만 명은 모조리 살해당했으며 돌아간 군사는 불과 240명이었다고 한다.

 

  무안군 백기는 군사를 시켜 조나라 포로의 두골만 거두어 영루 앞에 쌓게 했는데 그것이 산을 이루었고 그 산을 두로산(頭顱山)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그 위에 으

리으리한 대()를 세워 자신의 이름을 따서 백기대라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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